버전과 번들의 경제학 (Economics of Versions and Bundles)

버전과 번들의 경제학 (Economics of Versions and Bundles)

<이전 포스트: 정보의 4가지 특성>

소프트웨어나 인터넷서비스와 같은 정보재는 아카데미 버전, 프리 버전, 트라이얼 버전, 스탠다드 버전, 프로 버전, 홈 버전, 엔터프라이즈 버전 등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책이나 영화 같은 컨텐츠도 하나씩 판매/대여하기도 하지만, 묶음(예를 들어 드라마 시리즈)으로 판매/대여하기도 하고, 일정기간 동안 마음대로 소비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등 여러 버전(version)과 번들(bundle)이 존재한다.

물론 이는 정보가 쪼개고 붙이기 쉽기때문에 가능한 현상이지만 다양한 버전과 번들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라 할 수는 없다. 왜 기업들은 정보재를 다양한 형태의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일까? 이는 적절한 버전과 번들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때문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버저닝(versioning)과 번들링(bundling), 보다 일반적으로는 가격차별화가 어떻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겠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새로운 온라인 게임(예를 들어 블리자드의 WOW)을 개발하여 이를 판매하고자 하는데 시장조사결과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가격을 1만원으로 책정하면 2만개가 팔리고 2만원으로 책정하면 1만개가 팔리는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가정하자. 이때 여러분은 가격을 얼마로 결정하겠는가?

수익과 가격차별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가격차별화가 필요하다

수익과 가격차별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가격차별화가 필요하다

두 가지 경우 모두 2억원의 수익(revenue)을 올릴 수 있다. 물리적인 제품과 같이 한계비용(변동비)이 0보다 큰 경우에는 가격을 2만원으로 책정하는 것이 이익(profit)이 더 크므로 2만원을 받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과 같이 실질적인 한계비용이 0인 경우는 1만원을 받든 2만원을 받든 이익에 차이가 없으므로 어떤 가격을 받든 상관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보다 현명한 방법은 2만원 이상의 지불의사(Williingess to Pay)가 있는 고객에게는 2만원을 받고 1만원이상(2만원 미만)의 지불의사가 있는 고객에게는 1만원을 받음으로써 3억원의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

물론 같은 제품의 가격을 다르게 받을 수 없으므로 조건을 달리하여 다른 가격을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1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고객은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층이고 2만원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고객은 게임에 목숨을 건 층이라고 한다면, 1만원짜리는 게임시간을 월 100시간 미만으로 2만원짜리는 무제한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제품을 차별화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가격차별화(price discrimination)라 하며 이에는 크게 개인화된 가격결정, 그룹가격결정, 버저닝의 3가지 유형이 있다[Shapiro & Varian, Information Rules, HBR Press, 1998].

개인화된 가격결정 (Personalized Pricing)

용어 그대로 사람에 따라 다르게 값을 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하였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액세스를 (액세스가 필요없는) 여러분들에게는 공짜로, 필자에게는 100만원을, 필자의 데이터베이스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는 10만원을 받는 것이다. 즉 개인의 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만큼 값을 받는 것이다. 이를 그래프로 표시하면 기업은 수요곡선의 아래에 해당하는 면적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위의 온라인 게임의 예에서 언급한 1만원과 2만원은 개인화된 가격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개인화된 가격을 매기게 되면 소비자가 자신의 지불의사보다 적은 비용으로 재화를 구매할 때 생기는 이득인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를 기업이 모두 가져오게 되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개별화된 가격결정 (Personalized Pricing): 사람마다 다른 가격을 받는 것이 수익을 최대화하는 방법이다

개인화된 가격 (Personalized Pricing): 사람마다 다른 가격을 받는 것이 수익을 최대화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같은 제품/서비스를 사람마다 다른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가이다. 현실적으로 각 고객마다 지불의사만큼 가격을 받는 것은 쉽지 않지만 구글의 검색광고와 같은 일부 사례에서는 고객이 자신의 지불의사만큼 비용을 지불한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과 같이 ‘bluetooth speaker’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한 경우 오른쪽 영역에 나온 가장 상단의 광고를 클릭한 경우에 광고주가 구글에 지불해야할 금액(즉 Cost Per Click)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구글 검색결과 페이지에 게시된 광고

구글 검색결과 페이지에 게시된 광고

답은 키워드 경매방식이다. ‘bluetooth speaker’라는 키워드에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가 경매에 참여하고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광고주부터 차례대로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이다(실제로는 광고의 품질, 랜딩 페이지의 품질, 클릭율을 포함한 품질점수와 제시한 금액을 고려하지만 광고주마다 다른 가격을 지불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따라서 광고주들은 자신의 광고가 클릭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만큼의 가격으로 경매에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같은 키워드 광고임에도 키워드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상당히 나게 된다.

결론적으로 구글의 키워드 광고는 개인화된 가격결정을 바탕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개인화된 가격격결정은 완전 가격차별화(perfect price discrimination)라고도 하며 경매를 포함한 dynamic pricing이 가능한 분야에서는 가능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려운 방법이다. 이에 반해 그룹가격결정과 버저닝은 정보재의 가격차별화에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그룹가격결정(Group Pricing)

학생할인은 대표적인 그룹가격결정의 예이다. 그룹가격결정은 고객을 여러 그룹(예를 들어, 기업, 개인, 교육기관, 공공기관 등)으로 분류하고 그룹에 따라 같은 제품을 다른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위의 온라인 게임 예에서 학생들은 지불의사가 낮으므로 1만원에, 직장인을 포함한 나머지 그룹은 2만원으로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같은 그래프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 고객의 유형을 직접 나눈다는 점에서 이를 경제학에서는 직접(direct) 가격차별화라고도 부른다.

애플의 교육할인 스토어: 학생과 교직원은 맥을 10% 정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애플의 교육할인 스토어: 학생과 교직원은 맥을 10% 정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기업들이 제품의 가격을 고객 그룹에 따라 다르게 책정하는 것은 그룹마다 지불의사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여 가격을 정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365(오피스의 클라우드 서비스 버전)의 경우에는 그룹을 교육기관, 중소기업, 대기업, 정부기관 등으로 세분화하여 수익을 극대화한다. 예를 들어, 기본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당 가격을 교육기관은 무료중소기업과 대기업은 각각 5불과 8불, 정부기관은 6불로 차별화하였다.

여기서 하나 주목할 점은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애플과 같은 기업들은 학생들에게 10% 안팎의 할인을 하는데 비해,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많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무료 또는 거의 무료에 가까운 가격에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보재의 경우 한계비용이 0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룹가격결정은 가격에 매우 민감한 고객층이 존재하거나,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경우, 그리고 고착화(Lock-in) 현상이 있는 경우 효과적인 방법이다[Shapiro & Varian, Information Rules, HBR Press, 1998].

첫째, 그룹가격결정은 학생과 같이 가격에 매우 민감한 고객층을 공략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특히 정보재의 경우 한계비용이 0이기때문에 기존가격에 비해 매우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더라도 이익을 추가하게 되는 것이다. 매우 저렴한 대안이 없는 경우에 학생들과 같이 가격에 민감한 고객층은 불법복제 등의 대안을 찾기때문에 조금이라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둘째, 그룹가격결정은 정보재와 같이 제품/서비스의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경우 매우 효과적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제품/서비스의 사용자 수가 많을수록 제품/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이다(보다 정확한 정의와 설명은 다른 포스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예를 들어 인터넷의 가치는 인터넷 사용자의 수가 많을수록 높아진다. 이렇게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경우 학생과 같은 일부 그룹에게 무료 또는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수를 확대하는 것이 다른 그룹의 지불의사를 높여 수익을 높일 수 있다.

셋째, 그룹가격결정은 고착화(Lock-in) 현상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고착화 현상은 한 제품/서비스에서 다른 제품/서비스로 옮겨가는 비용(switching cost)이 높아 고객이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경우 발생한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쓰던 사람이 안드로이드폰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동안 사용법을 배우는데 든 노력, 앱과 액세서리에 투자한 비용 등 때문이다. 정보재의 경우 이러한 고착화 현상이 더욱 심하다. 고착화 현상이 심한 경우 학생과 같이 현재는 여력이 없지만 나중에 구매할 여력이 생기는 그룹에게 무료 또는 거의 무료인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여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버저닝(Versioning)

앞서 설명한 그룹가격결정이 고객의 유형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하는 것이라면 버저닝은 기본적으로 제품의 유형(version)을 나누고 이에 따라 다른 가격에 판매하는 방법이다. 위의 온라인 게임의 예처럼 사용시간제약에 따라 1만원짜리와 2만원짜리 두 가지 제품으로 나눈 경우가 버저닝의 사례이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서비스들이 무료버전과 유료버전이 있는 것도 버저닝의 사례이다.

제품의 유형을 나누는 기준으로 가장 대표적인 속성은 수량 할인(Quantity Discount)이다. 앞서 언급한 온라인 게임의 경우에도 제품을 두가지 유형으로 나누면서 수량 할인의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는 수량 뿐아니라 품질, 기능, 용량 등 고객에게 가치를 추가할 수 있는 다양한 속성을 사용할 수 있다. 기업은 고객이 여러 버전 중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버전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수익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고객이 버전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고객의 유형을 나눈다는 점에서 간접(indrect) 가격차별화라고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365의 다양한 버전: 각 그룹내에서 여러 버전을 제공함으로써 그룹가격결정과 버저닝을 혼합한 형태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365의 다양한 버전: 각 그룹내에서 여러 버전을 제공함으로써 그룹가격결정과 버저닝을 혼합한 형태이다 (출처: http://office.microsoft.com/en-001/business/compare-all-office-365-for-business-plans-FX104051403.aspx)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365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각 고객그룹내에서 그 그룹에 적합한 여러 버전을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많은 버전을 제공할 수록 개인화된 가격결정에 가까운 효과를 낼수 있지만 너무 많은 버전은 고객에게 선택의 어려움을 주기 때문에 적절한 수의 버전을 제공하여야 한다. 일례로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TV서비스를 제공하는 Aereo5개의 버전을 2개의 버전으로 축소하여 고객의 선택을 쉽게 만들었다.

이러한 버저닝은 정보재 뿐 아니라 물리적인 제품에서도 많이 적용된다. 하지만 정보재의 경우는 큰 차이점이 있다. 정보재의 경우 여러 버전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각각 개발하는데 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앞의 온라인 게임의 경우에 두가지 버전이 실질적으로는 같은 것이지만 시간 제약을 통해 나눈 것이다. 따라서 정보재의 버전은 실질적으로 같은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보재의 버저닝은 물리적 제품의 버저닝보다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번들링(Bundling)

번들링은 버저닝의 일종으로 각각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하나의 묶음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이다. 오피스에는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액세스 등의 소프트웨어가 포함되어 있다. 또 다른 예로는 넷플릭스의 DVD 구독(subscription) 서비스를 들수 있다. DVD를 빌릴때 마다 대여료를 내는 것이 아니라 월정액을 내고 얼마든지 빌릴 수 있는 것도 번들링이라 할 수 있다.

번들링은 고객의 지불의사의 차이를 줄여줌으로써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철수는 워드를 15만원에 구매할 의사가 있고 영희는 10만원에 구매할 의사가 있다. 반대로 철수는 엑셀을 10만원에 구매할 의사가 있고 영희는 15만원에 구매할 의사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워드와 엑셀의 가격을 각각 얼마로 결정하여야 하는가?

번들링은 고객간의 지불의사의 차이를 줄여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번들링은 고객간의 지불의사의 차이를 줄여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두 소프트웨어 모두 10만원에 판매하면 두 사람 모두 두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40만원의 매출을 달성한다. 그런데 두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묶음으로 판매하는 경우 번들의 가격을 25만원에 책정할 수 있고 두 사람 모두 번들을 구매하므로 50만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번들링을 통해 고객들간의 지불의사의 차이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예에서는 번들의 경우 지불의사의 차이가 0이고 각각의 소프트웨어의 경우는 5만원이다. 지불의사의 차이가 큰 경우에는 지불의사가 적은 사람에게 맞춰 가격을 결정하게 되므로 수익이 줄어 들 수 밖에 없다.

물리적인 제품에 비해 지불의사의 차이가 매우 큰 정보재를 거래하는 데 있어 버저닝과 번들링은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매우 쉽고 유용한 방법이다. 적절한 버전과 번들을 제공함으로써 개별가격결정에 근접하는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 포스트에서는 3가지 가격차별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다양한 버전과 번들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버저닝과 번들링은 개인화된 가격결정이 어려운 현실하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버전과 번들을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만 이해해서는 제대로된 버저닝과 번들링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버저닝과 번들링을 행동경제학적 또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관련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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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kyu Rho, PhD
Professor of Information Systems
SNU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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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버전과 번들의 경제학 (Economics of Versions and Bund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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