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버블인가, 파괴적 혁신인가? (Bitcoin as Disruptive Innovation)

비트코인은 버블인가, 파괴적 혁신인가? (Bitcoin as Disruptive Innovation)

최근에 비트코인(Bitcoin)에 대한 이야기가 난무한다.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역할을 할 것인지, 비트코인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비트코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 수많은 글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피상적으로 다루거나 너무 기술적이다 보니 여전히 의문만 남는다. 이 글에서는 비트코인을 조금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 조망해 본다.

비트코인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

비트코인은 암호화에 기반한 가상화폐(cryptocurrency)이다. 비트코인과 그 아류(예를 들어 라이트코인, 피어코인, 네임코인 등)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화폐/지불시스템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이해하여야 한다.

첫번째, 비트코인은 완전히 분산된(distributed and decentalized) 지불시스템이다.

현재의 지불시스템은 신용을 기반으로 제3자가 매개하는 시스템이다. 대표적으로 신용카드를 생각할 수 있다.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지불하는 것을 신용카드 회사가 중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대부분의 경우는 잘 작동하나  취소, 분쟁, 사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남의 신용카드 번호를 도용하여 물건을 사는 경우 전체 시스템에 많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게다가 모든 정보가 한 곳에 모여 있으므로 해킹이나 다운 등의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신용카드 회사는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는 데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이를 우리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신용카드 회사와 같은 제3자(trusted third party)를 배제하고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직접(peer-to-peer) 결제를 하는 방식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가 은행이 되는 것이라 볼수 있다. 비트코인에서는 내가 가진 지갑(Bitcoin wallet)으로부터 지갑을 가진 누구에게나 비트코인을 보내고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제3자가 빠지게 됨으로 거래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지고 기존의 지불서비스에 비해 매우 저렴한, 다양한 형태의 비트코인 기반 지불서비스(예를 들어 Bitpay)가 가능하다. 또한 완전히 분산된 시스템이기때문에 해킹, 다운, 규제로 인해 시스템이 정지되거나 붕괴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두번째, 비트코인은 사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지불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현금도 위조 지폐의 문제가 있듯이 가상화폐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진짜와 똑 같은 위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같은 돈을 복사해서 여러군데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전의 가상화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사라져 갔다).  비트코인에서는 모든 거래를 기록에 남기고 공유함으로써 같은 돈을 여러번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에 의하면 비트코인은 신용(trust)에 기반한 것이아니라 수학적 증거(cryptographic proof)에 기반한 지불시스템이다[Sathoshi Nakamoto,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2008]. 비트코인으로 일어나는 모든 거래는 10분단위로 하나의 블록(Block)에 기록되고 이 블록을 이전의 블록에 이어감으로써 블록체인(Block Chain)을 형성한다. 이때 비트코인 시스템에 참여하는 모든 노드들이 블록체인에 서명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같은 돈을 복사해 여러군데 사용하는 등의 사기가 불가능한 것이다(정확하게 설명하자면 기술적인 용어가 필요해서 이해를 돕는 정도로 설명하였다. 궁금한 분은 Bitcoin Mining in Plain English를 참조). 비트코인 결제가 약 15분에서 한시간 정도 걸리는 것은 기존의 블록체인에 하나의 새로운 블록이 덧붙여지고 이를 서명하는 데 10분정도 걸리고 안전을 위해서 6개의 블록이 추가되는 것을 확인할때까지 기다리기때문이다.

또한 비트코인을 받는 주소(공개키)는 모두에게 공개되지만 비트코인을 보내기 위한 비밀번호(개인키)는 비트코인 지갑을 떠나지 않기때문에 신용카드나 은행계좌번호에 비해 매우 안전하다 하겠다.

비트코인 거래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잘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Source: http://codinginmysleep.com/explaining-bitcoin-greg-dean/)

세번째, 자생적이고 내재적인 가치를 가진 화폐시스템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지 않은 가상화폐의 가장 큰 문제는 발행 권한을 누가 가지느냐와 화폐의 가치를 어떻게 결정하는 가이다. 비트코인이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는 가장 논란이 많은 이슈이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만은 최근에 “비트코인은 사악하다”라는 글을 올려 이슈에 불을 붙였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화폐가 되려면 가치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Paul Krugman, “Bitcoin is Evil,” NYT Blog, Dec 28, 2013;Brad DeLong, “Watching Bitcoin, Dogecoin, Etc…,” Washington Center for Equitable Growth, Dec 28, 2013]. 하지만 비트코인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은 효용성(utility)과 희소성(scarcity)를 가지고 있으므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Jay Yarow, “Why Bitcoin Has Value, According To One Of Its Biggest Supporters,” Business Insider, Jan 2, 2014].

비트코인 시스템에서는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기여한 만큼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도록함으로써 자생적이면서도 내재적인 가치를 지니도록 하였다. 소위 말하는 비트코인 채굴(mining)이 위에서 언급한 모든 거래에 대한 기록(블록체인)을 유지하고 해커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일이다. 기록 유지 및 보안 책임을 채굴 권한과 일치시킴으로써 자생적으로 시스템이 유지되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어려운(정확히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에는 비용(컴퓨팅 파워와 전기)이 든다. 그리고 이미 발행된 화폐의 양이 많아지고 채굴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비트코인을 얻기가 더욱 어려워지기때문에 갈수록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이는 금을 채굴하는 것과 유사하다. 어떻게 보면 비트코인은 가상의 금이라 생각할 수있다. 따라서 최소한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화폐보다는 내재적인 가치가 있다하겠다. 그리고 비트코인의 가치는 화폐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전체적인 지불시스템에 있다고 하겠다. 이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가 가치를 가진 것이 한 국가의 화폐/금융 시스템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에코시스템(또는 회사)의 가치를 반영하는 주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비트코인은 버블인가?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앞으로 버블로 끝날 것인지 대안 화폐로써 자리를 잡을 것인지가 궁금할 것이다. 필자는 지금이 90 년대 후반 인터넷 버블 시기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그루그만의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예측: 2005년도에 인터넷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팩스의 영향정도 일것이라고 1998년에 예측했다(Source: http://web.archive.org/web/19980610100009/www.redherring.com/mag/issue55/economics.html)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2014년 1월5일 현재 USD 920)에는 분명히 버블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트코인과 같은 화폐/지불시스템이 (페이스북이 그렇지 않았듯이) 일부 사람들의 놀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비트코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것은 아직 비트코인이 태어난지 5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불시스템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곳에서 비트코인이 먼저 사용될 것인가 살펴보자.

우선 외환 거래에 비트코인이 사용될 것이다.  국가간의 지불시스템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해외에서 물건을 사거나 해외로 송금할때 우리는 비싼 수수료를 지불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경우 매우 적은 수수료만 내면되기때문에 사람들은 원화를 비트코인으로 바꿔서 물건을 사거나 송금할 것이다. 물론 받은 사람은 비트코인을 자국 화폐로 바꾸어 사용하게 될 것이다.

두번째로는 아르헨티나와 같이 자국의 정치, 경제적인 시스템이 불안하여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거나 은행/신용카드사를 포함한 금융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케냐와 같은 나라에서는 비트코인은 매우 적절한 결제시스템이다.

세번째로는 컨텐츠의 구매나 기부 등과 같이 매우 적은 금액의 거래에 사용될 것이다.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는 수수료 체계때문에 소위 소규모 결제(micropayment)에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비트코인으로는 아주 적은 금액의 거래를 매우 쉽고 저렴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itcoin Mining in Plain English의 저자는 자신의 포스트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으로 팁을 줄 수 있도록 하였다.

비트코인은 위와 같은 분야에서 자리를 잡으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존의 화폐와 공존하면서 비효율적인 지불시스템을 대체할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비트코인과 그 아류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자리를 잡는지 지켜보는 것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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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kyu Rho, PhD
Professor of Information Systems
SNU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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