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기획방법론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비즈니스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기획을 하고 개발하고 시장에 베타버전을 내놓고 테스트를 하는 선형적인 기획이었지요. 저도 그렇게 기획을 했고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연결이 지배하는 이 시장은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시장이 되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은 서비스, 사용자가 없으면 꼼짝도 할 수 없는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만드는 비즈니스를 어떻게 만들고 성장시킬 수 있을까요?

서비스 기획, 불확실성을 하나씩 제거하는 과정(Service Design, Process of Eliminating Uncertainties)

오가닉 미디어의 기획 방법은 더이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의 기획은 서비스를 정교하게 완성하여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장에 공개하면 끝이었습니다. 그 서비스가 어떻게 살아갈지는 기획범위에 포함되지 않았었지요. 그런데 10달이 지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도 혼자서 저절로 클 수 없는 것처럼 오가닉 미디어 시장의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의 기획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전지전능한 신의 관점’이 아니라, 오히려 ‘불확실성을 하나씩 제거해가는 과정‘으로 정의됩니다. ‘사용자를 체험하는 프로세스가 연쇄적으로 이뤄지는 과정’ 자체가 기획인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학기 수업을 마쳤는데요, 서울대 벤처경영학 연합전공 [제품기획론]에서 경영대 노상규 교수님과 공동으로 진행한 강의내용을 공유합니다. 벤처연합전공이 올해 처음 신설 되었기에 이 과목도 어떻게 성장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일종의 ‘실험’으로 진행된 이번 수업은 진정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다음 포스트에서는 주요 슬라이드를 공유^^).

오가닉 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서비스 기획 (Understanding Organic Media and Designing New Services)

강의에서는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을 이해하고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터넷/모바일 서비스를 기획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강의는 크게 문제의 정의 부분과 기획방법론 부분으로 나뉘어져 진행되었습니다.

[강의 개요(Course Description)]

Part I. 문제의 정의(Problem Definition)

기획 방법/전술을 배우기 이전에 알아야 할 것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누가 시장의 1등이고 트렌드는 무엇인지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움직이는 메커니즘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말한다. 인터넷, 모바일, 사물인터넷으로 인하여 모든 것이 연결되는 현상이 시장의 질서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오가닉 미디어’와 ‘스마트 경제와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미디어와 비즈니스의 본질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1. 왜 오가닉 미디어인가? (Why Organic Media?)

• 모든 것이 연결되고 기록되는 세상에서 미디어와 사용자의 관계, 사업자와 사용자의 관계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 정보, 사람을 연결하는 비즈니스를 미디어 관점에서 이해한다.
• 전통 미디어와 오가닉 미디어의 차별점을  통해 미디어(비즈니스)의 진화를 이해한다.

2. 진화하지 않으면 죽는다(Evolve or Die: Internet Market Phenomena)

• SNS의 진화와 실패 사례를 바탕으로 인터넷 시장의 쟁점을 이해한다.
• 페이스북, 싸이월드, 벤처 생태계 등의 사례를 토론한다.
• 진화하지 않으면 죽는 시장과 유기체로서 서비스(제품)의 특성을 이해한다.

3. 미디어의 3요소와 비즈니스의 진화(3 Components of Media and Business Evolution Perspective)

• 미디어의 3가지 구성요소를 기반으로 미디어의 진화 현상을 해부한다.
• 사례분석: 책은 어떻게 소셜 네트워크가 될 수 있는가? 수많은 단말기와 어플리케이션, 인터넷으로 연결된 환경에서 책은 앞으로 어떻게 정의될 것인가? 책의 종말인가, 진화인가? 종이책, 전자책, 웹북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미디어의 진화를 토론한다.

4. 연결된 시장에서 돈 버는 법(How to Make Money in the Connected Marketplace?)

• 전통적인 시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과 오가닉 미디어 시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다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의 사례분석을 중심으로 ‘연결된 시장’에서 수익모델이 작동하는 원리를 배운다.
• 오가닉 미디어 시장은 정보재가 거래되는 곳이다. 정보로 이루어진 재화(information goods)가 물리적인 재화(physical goods)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 정보의 4가지 특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특히 정보재의 특성이 제품의 가격결정, 마케팅, 패키징, 지적재산권 관리 이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하고 대응전략에 대해 알아본다.

Part II. 서비스 디자인과 실습 (Service Design Methodology and Practice)

2부에서는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오가닉 미디어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운다. 오가닉 미디어 개념과 가장 잘 일치하는 ‘린스타트업 (Eric Ries)’을 접목하고 해석하여 구체적인 기획방법론을 진행한다. 실습을 위해서는 ‘린캔버스(Ash Maurya)’를 수업에 맞게 적용하였다. 4회에 걸친 주제발표를 통해 사업기획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체험한다.

5. 린스타트업의 본질(What is Lean Startup?)

•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모든 서비스(제품)은 유기체다. 린스타트업의 기본적인 개념과 철학을 이해하고, 서비스(제품)을 기획하는 방법론의 본질을 이해한다. 이는 스타트업의 기획방법에 국한되지 않으며 오가닉 미디어 시장의 모든 프로젝트 기획방법론으로 확대될 수 있다.

6. 린캔버스와 오가닉 미디어 기획 개요 (Lean Canvas and Organic Media Design Overview)

• 오랫동안 두꺼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시간 낭비다. 가장 빠른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정의하고 시장에서 고객을 직접 체험할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린캔버스에서 제시된 9개의 영역을 정의하고 각각의 상관관계는 무엇인지 습득한다. 문제의 올바른 정의, 해결책, 타겟 설정 등 9개의 캔버스 영역을 중심으로 팀별 사업 아이디어 1차 발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한다.

7. 팀별 발표: 사업아이디어와 린캔버스 (Business Ideas and Lean Canvas)

• 팀별로 1차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토론을 진행한다. 각각의 영역이 정확하게 정의되어 있는지, 9개의 영역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는지 점검한다.

8. MVP와 실험 (Minimum Viable Product and Experiment)

• 서비스 아이디어는 결론이 아니라 가설(hypothesis)이다. 그러므로 1차 발표에서 정의된 내용은 모두 반드시 검증되어야 한다. 오가닉 미디어 기획은 불확실성을 순차적으로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한 것과 같다. 이를 위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실험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서비스를 기획한다. 이 1단계 서비스를 MVP라 하고,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지표(Metrics) 설정 방법을 배운다.

9. 팀별 발표:  1차 MVP 설계와 실험결과 (1st MVP Design and Experimental Results)

• 팀별로 1차 서비스를 캔버스를 통해 정의한다. 여기서 1차로 검증할 세부 가설을 추출하고 이를 시장에서 검증할 지표를 설정한다. 머리로 기획한 것과 시장에서 체험한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 검증된 가설과 다시 생각해야 할 가설이 무엇인지 직접 실험한다. 체득된 시사점을 정리하고 다음 MVP 계획을 세운다.

10. BML 사이클과 사업전환 (BML and Pivoting)

• 오가닉 미디어 기획은 MVP를 연쇄적으로 만들어 키우는 과정이다.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MVP를 구축하고 분석하고 시사점을 얻는 과정(Build-Measure-Learn)을 연쇄적으로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실험결과에 따라 사업전환(Pivoting)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 때 사업전환은 반드시 기존의 MVP의 가설과 검증결과에 기반한다.

11. 팀별 발표: 2차 MVP 설계와 실험결과 (2nd MVP Design and Experimental Results)

• 1차 MVP 대비 2차 MVP에서 발전된 내용을 발표한다. 1차와 동일한 방식으로 린캔버스, 가설과 지표 설정 내용, 실험 결과 및 체득된 시사점을 발표한다. 최종 (3차) MVP를 계획한다.

12. 매개와 성장엔진 (Mediation and Engine of Growth)

• 서비스를 어떻게 알리고,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 매개의 4가지 유형 및 매개의 동기
• Sticky Engine of Growth, Viral Engine of Growth, Paid Engine of Growth

13. 팀별 최종 발표 (Final Presentation)

• 3차 MVP 및 실험결과를 발표하고 향후 사업 계획을 정리한다.
  

  MVP 설계와 검증과정을 통해 한발씩 나아간 드로잉피플(Draing People). 이를 바탕으로 타겟은 구체화되었고 서비스 모델은 확장되었다.

14. 결론 (Conclusion)

• 이론과 실습을 통해 어떤 인사이트를 체득했는지 토론하고 정리한다. 한 학기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Q&A 시간을 가진다.

이 강의 자체가 하나의 MVP이자 실험의 과정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품기획론의 첫번째 고객들과 한학기동안 함께 하면서 가르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배움이 있었다. 실제로 6월 11일 진행된 결론 수업에서는 전체 강의 내용에 대한 격렬한 토론과 피드백도 이어졌다. 제품기획론 고객들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내년에는 더욱 개선될 것이다. 한학기동안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한 모든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Required Readings:

• 윤지영, 오가닉 미디어: 연결이 지배하는 미디어 세상,  21세기북스, 2014.
• Eric Ries, The Lean Startup, 2011.
• 노상규, 스마트 경제와 네트워크 비즈니스, 2014 (Web book).

Recommended Readings:

• Chris Anderson, Free, Hyperion, 2010. (번역본 있음)
• Ash Maurya, Running Lean, 2012. (번역본 있음)
• Viktor Mayer-Schonberger and Kenneth Cukier, Big Data: A Revolution That Will Transform How We Live, Work and Think, 2013 (번역본 있음)

July 9, 2014
Dr. Agnès Jiyoung YUN
Founder & CEO, Organic Media Lab

email: yun@organicmedialab.com
facebook: yun.agnes, organicmedialab
Twitter: @agnesyun
Google+: gplus.to/agnes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