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없는 조직화] 코인(coin)인가, 네트워크인가?

[조직없는 조직화] 코인(coin)인가, 네트워크인가?

2013년 처음 비트코인을 접했을 때는 신기하고 반가웠다. 어떻게 우리가 믿어온 제품·비즈니스의 네트워크화 현상을 이렇게 한 몸에 설명하는 시스템이 있는지 놀라웠고 한번은 정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다. 내용을 파면 팔수록 미궁에 빠졌고 모든 이슈는 서로 네트워크로 얽혀 있었으며 구조는 상상을 초월하게 정교했다.

이런 과정에서 도출한 하나의 사실은,  이것은 이전 통화 시스템과의 완전한 결별이며, 그 자체가 유기적으로 진화하는 네트워크의 사례라는 것이다. 지금부터 비트코인을 3가지 관점으로 살펴보고 문제가 왜 코인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있는지 정리한다.

  • 첫째, 비트코인은 노드가 아니라 ‘링크’다. 문제의 핵심은 여기서 시작된다.
  • 둘째, 거래가 단발적인 1:1 관계로 끝나지 않는다. 연결이 연쇄적으로 지속된다. 여기서 네트워크의 기반이 정립된다.
  • 셋째, 이 과정에서 모든 참여자는 서로의 은행이 된다. 여기서 분산된 네트워크가 자생적으로 구축되고 보완되며 성장한다.

비트코인은 링크다

백원, 천원 하는 돈이 링크라니 이 무슨 어처구니 없는 말인가? 돈은 받아서 손에 쥘 수 있고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물리적 재화였다. 그런데 이것이 네트워크의 링크라니 말이 되는가?

비트코인에서는 코인이 (노드가 아닌) 링크가 됨에 따라 기존의 화폐 시스템과 근본적인 차이를 만든다. 이것은 조개에서 금으로, 금에서 종이, 종이에서 데이터(숫자)로 돈을 상징하는 기호, 가치를 담는 수단(컨테이너)이 진화하는 문제가 아니다. 교환을 위한 수단에서 네트워크로 돈의 본질이 달라지는 문제다. 

비트코인은 항상 송신자와 수신자 관계를 내포하며, 비트코인을 보낸다(지불한다)는 것은 신규의 비트코인을 2번 발행(To 수신자, To 나)하는 것과 같다(보다 정확하게는 2개의 UXTO(Unspent Trasnsaction Output)가 생긴다). 비트코인은 From과 To를 내포하는 ‘링크’다.

위의 스키마는 코인의 생성 과정을 알기 쉽게 단순화하여 설명한 것이다. 비트코인 거래에서는 코인과 거래가 1:1로 매핑이 된다. 즉 거래횟수만큼 비트코인이 새로 생성되는데, 돈을 지불하는 당사자가 비트코인 거래를 할 때마다 코인을 발행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스키마를 보면서 하나씩 살펴보자.

내가 1비트코인(이하 BTC)을 가지고 있는데 판매자에게 0.7BTC을 지불하는 경우다. 보통은 내가 가진 만원에서 7천원 내고 3천원을 거스름돈으로 받는다. 그러니 왜 새로운 비트코인의 발행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갈 것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에서는 잔돈이 오가지 않는다. 결국 거래를 완료하기 위해 두 개의 코인이 새로 만들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나는 내가 판매자에게 보내는 액면 0.7BTC 코인이다. 다른 하나는 내가 나에게 보내는 액면 0.3BTC 코인이다. 이 거래가 이뤄지면 내가 가지고 있던 1BTC 코인은 폐기된다(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목할 점은 0.7BTC을 누가 보냈고 어디로 갔는지 즉 수신자와 송신자 관계가 반드시 비트코인에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편지나 보다 정확하게는 부동산 거래를 떠올리면 된다. 그러므로 비트코인에서는 금액이 같아도 같은 코인이 아니다. 설령 내가 친구에게서 0.7BTC을 받아 판매자에게 0.7BTC을 보낸다고 해도 이 둘은 다른 코인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From 친구 To 나”와 “From 나 To 판매자”가 각각의 코인에 기록된다. 송수신 관계 없이는 코인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코인은 “(보내는) 비트코인 주소와 (받는) 비트코인 주소를 연결하는 (가중치를 가진) 링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코인이 링크가 되는 순간 통화 구조는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거래의 투명성, 거래 중재의 분권화, 시스템의 유기적 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네트워크다

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의 연결이다. 비트코인이 링크라는 것도 충격적인데 이것은 또 무슨 수수께끼 같은 말인가?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비트코인의 정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은 코인 소유주의 디지털 서명의 연결(a chain of digital signatures)”이라고 정의했다.[Sathoshi Nakamoto,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2008.] 디지털 서명이란 공개키 암호화를 기반으로 문서의 송신자와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자세한 내용은 <비트코인의 주소, 거래, 그리고 지갑>을 참조하기 바란다).

비트코인 맥락에서는 비트코인을 보낸 사람(from)이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비트코인 거래란, 보내는 사람(from)이 자신의 코인에 받는 사람의 주소(to)와 발행 금액을 더하고, 여기에 보내는 사람이 디지털 서명을 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겠다. 받은 사람은 디지털 서명을 확인하여 코인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다음 그림은 누적되는 거래 상황을 도식화한 것이다(단순화를 위해 해시 과정은 생략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1개의 코인으로 1개의 새로운 코인을 생성하는 경우를 나타냈지만 실제로는 1개 이상의 코인으로 2개의 새로운 코인을 생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서명의 연결이다. 내가 받은 비트코인은 이전 사람(그림에서는 내 친구)이 받은 비트코인에 내 친구의 디지털 서명이 더해진 덩어리이다. 내가 제3자(그림에서는 판매자)에게 코인을 지불할 때도 내 서명이 더해지는데, 이 디지털 서명들의 기록이 모두 누적된 상태로 거래가 계속 이뤄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비트코인은 이전 비트코인(거래)을 포함하고, 이전 비트코인은 그 이전 비트코인(거래)을 포함한다. 결국 비트코인은 과거의 거래 기록을 온전히 포함하는 거래의 네트워크인 것이다. 친구가 준(즉 from 친구 to 나) 액면 1BTC 코인을 10개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면 이 10개의 비트코인은 전부 각자의 히스토리를 기록으로 가지고 있다. 모든 비트코인이 과거의 거래를 포함한 네트워크가 됨에 따라 거래는 투명할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 끝까지 추적도 가능하다(블록체인 브라우저(예를 들어 blockchain.info)를 이용하여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돈을 주고 받으면 거래가 끝난다. 그러나 비트코인에서는 1:1 관계로 끝나는 거래가 없다. 시스템에서 분리된 단 하나의 코인도, 거래도 존재할 수 없으며 코인이 발행되고 거래가 지속될수록 연결은 늘어나고 네트워크는 성장한다.

우리의 문제가 거래 수단으로서의 돈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코인 하나하나가 아니라, 이 거래 시스템이 살아있는 네트워크로 동작한다는 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여기서 각자는 목적에 따라 1:1로 거래를 하겠지만 그 결과는 전체를 움직이는 작용이 된다. 네트워크가 바로 은행인 것이다. 이러한 속성이 금융의 중앙집권적 구조를 통째로 해체시킬 수 있는 잠재성이다.

네트워크가 은행이다

코인이 링크이자 네트워크라는 것은 참여자 각자가 시스템 전체를 움직이는 주체라는 뜻이다. 은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물리적 노드로서 네트워크를 직접 움직인다. 여기서는 정부, 은행이라는 센터가 없다. 그 누구도 이 네트워크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대신 참여자 전체가 은행의 역할을 한다.

1. 참여자가 화폐를 발행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거래, 즉 네트워크의 소비가 곧 화폐의 발행이다. 거래를 할 때마다 기존의 화폐가 폐기되고 새로운 화폐가 발행된다. 새로운 비트코인의 공급은 채굴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화폐를 공급하고 주조하는 기존의 중앙은행의 역할을 모든 거래자가 나눠서 수행한다.

2. 참여자가 거래를 기록하고 승인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는 거래의 승인을 특정 기관이 하지 않는다. 네트워크 참여자 전체가 한다. 거래가 일어나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노드가 서로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채굴자들은 이렇게 알려진 거래 행위를 공식화하고 네트워크에 그 기록을 남기게 된다(이 과정을 채굴(mining)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작동 방식 등에 대해서는 <비트코인 사례 연구 (2): 사용자 참여와 유기적 협업>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 때 채굴자들의 컴퓨터는 수학 연산을 수없이 반복하며 돈을 버는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그 결과는 전체 거래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데 쓰인다. 네트워크 관점에서 보면 채굴자는 단순히 코인을 캐는 사람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지속, 강화, 확장시키는 매개자가 된다.

3. 참여자가 만드는 신뢰 네트워크

거래 메커니즘이 참여자 전체를 통해 분산된 형태로 작동함에 따라 시스템 신뢰의 주체도 달라진다. 기존 방식은 신뢰를 위임받은 소수가 전체 네트워크를 책임진다. 예를 들어 은행의 보안 시스템은 선과 악(해킹)을 가려내고 악의 침입을 각종 기술을 동원해서 막는 방법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에서 이렇게 소수가 전체 네트워크를 책임지는 방식은 이미 한계에 이른지 오래다.

반면 비트코인의 시스템은 완전히 분산된 신뢰 네트워크를 형성한다[A. Antonopoulos, “Bitcoin Security Model: Trust by Computation,” Forbes, Feb 20, 2014]. 여기서는 비트코인 규칙을 따르는 것이 선이다. 블록체인을 만들며 거래 승인에 참여하는 채굴자 중에서 악이 과반수를 넘지 않으면 보안이 유지된다. 제각기 자신의 인센티브를 위해 참여하는데 결과는 네트워크 강화로 나타나는 것이다.

참여자 전체가 서로의 안전을 책임진다. 누군가를 믿고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만드는 네트워크를 신뢰하는 것이다.

화폐의 공급과 거래의 승인과 신뢰의 역할은 상호의존적이며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이들의 선순환이 네트워크를 성장시킨다. 그럼 여기서 네트워크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인은 없고 주체만 있다. 은행도 정부도 아닌 참여자 전체다. 개인이나 조직이 통제할 수 없는 네트워크이며 참여자들의 행위에 따라 발달, 성장, 쇠퇴, 소멸한다.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고 거래를 승인하고 기록하던 관점에서는 코인만 보인다. 그러나 모든 참여자가 이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시스템에서는 네트워크 전체가 곧 은행이자 비트코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이 왜 코인이 아니라 네트워크인지 살펴보았다. 결국 비트코인의 가치는 2,100만개의 코인에 있지 않다. 살아있는 네트워크에 있다. 참여자가 만드는 단일한 유기체다. 이 네트워크의 살아서 성장하는 속성이 기존의 경직되고 폐쇄된 조직 체계에서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여준 첫번째 예시일 뿐이다. 그래서 문제는 (비트)코인에 있지 않다. 이더리움 등이 제시하는 것처럼 통화 시스템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조직 즉 사회적 체계 전반에 대한 물음이다. 우리 사회의 계층적 조직구조, 소수에 집중된 권력, 신뢰를 잃어버린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의 시작인 것이다. 이어지는 글들에서 하나씩 파헤칠 것이다.

*이 글은 2014년 2월 공개한 포스트 [우리가 은행이다]를 조직없는 조직화(Organising without organisation) 관점에서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관련 맛보기 수업>

<추천 글>

* 많은 공유와 피드백 부탁드리고 글을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다음과 같이 (링크를 포함한) 출처를 밝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인용 예시: 윤지영, [조직없는 조직화] 코인인가, 네트워크인가?, 오가닉 미디어랩, 2018, https://organicmedialab.com/2018/02/04/coin-or-network/

 

Feb. 04, 2018
Dr. Agnès Yun (윤지영)
Founder & CEO, Organic Media Lab
email: yun@organicmedialab.com
facebook: yun.agnesorganicmedialab
Linkedin: agnesyun

6 thoughts on “[조직없는 조직화] 코인(coin)인가, 네트워크인가?

  1. 비트코인에 대한 구조적 궁금증을 여기서 많이 풀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신것 같은데도 오랜만에 궁리를 하려니 쉽지 않네요. 여러번 보아야 알것 같습니다.

    Like

  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코인 그리고 코인을 담는 블록, 그것들이 이루는 네트워크 전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글 내용 중에 두개의 코인이 만들어진다는 표현이 코인이 담긴 블록이 생성되는 것으로 설명되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Like

    •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네트워크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코인의 링크 개념에 집중해본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러 블록 관련 설명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는데 오해의 소지를 남긴 것 같습니다 ^^

      Like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w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