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 시리즈 on Live] ‘2인 3각 릴레이 산타’와 조직없는 조직화

[오가닉 시리즈 on Live] ‘2인 3각 릴레이 산타’와 조직없는 조직화

진작에 글을 쓰고 싶었는데, 스타트업을 하며 라이브 서비스를 하며 글로 무언가를 정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사치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 하루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바쁜 하루가 가고 새벽이면 잠이 쏟아진다. 그렇게 2년이 흘렀고 이제는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그만큼 몸으로, 가슴으로 쓰라리게 배운 이야기를, 그래서 다시 앎으로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 오고 있다.

2차원에서 다차원으로

모니터속 인터넷 페이지는 평면적이지만 네트워크는 다차원이다. 가판대, 진열대, 쇼윈도우는 2차원이다. 여기서는 눈에 보이는 상품들, 생김새, 숫자, 가격이 중요한 대부분의 정보가 된다. 반면 네트워크의 차원은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친구를 셀 수 있어도 친구의 ‘관계’는 눈으로 보거나 셀 수 없는 것과도 같다.

연결된 링크 전체를 탐험하고 나면 나중에야 구조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 네트워크다. 내 친구의 친구, 가족, 동료, 학교, 직장, 그가 자주 가는 식당, 연결된 식재료, 읽고 있는 책, 듣고 있는 음악 등이 내 친구와 연결되어 있다. 연결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정보들을 따라 가다 보면 내 친구를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네트워크다.

이것을 커머스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상품의 공급자가 파는 다른 상품, 그 상품을 산 사람이 산 다른 상품, 이 상품과 같은 바구니에 담긴 또 다른 상품 등을 파헤치고 돌아다니다 보면 저 뒷편에 숨겨진 정보들이 다차원으로 노출되고, 내 눈에 발견되고, 그래서 구매 의사결정에 이른다. 상품의 네트워크를 탐험한 결과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구매도 많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내가 팔로우 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제품, 페이스북에서 내 친구가 추천하는 식당, 카카오톡으로 친구가 보내준 생일 선물, 친구가 준 할인코드 덕택에 싸게 산 물건 등이 그렇다.

하지만 추천과 구매가 아직 하나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구매를 하지만 그 구매에 ‘친구가 추천했네’라는 링크가 붙어있지는 않다. 추천받고 검색해서 산다. 식당주인에게 누구 추천으로 왔다고 말은 하지만 그것이 정보로 쌓이지는 않는다. 식당 주인이 기억할 뿐이다. 친구한테서 카톡으로 스타벅스 라떼 선물을 받지만, 가능한 상품의 종류와 전달되는 컨텍스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라떼는 친구관계를 더 돈독하게 해주는 것으로 역할을 다한다.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친구와 내가, 카페에서는 라떼가, 커머스에서는 상품이 주인공인 것이 당연한 까닭이다.

미디어, 비즈니스, 마케팅을 하나로 만드는 네트워크

오가닉미디어랩을 꾸준히 팔로우 해온 독자들은 잘 알 것이다.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그것도 ‘살아있는’ 네트워크로 미디어를, 비즈니스를, 마케팅을, 심지어 조직을 정리하고 코칭하던 우리가 2년전 직접 ‘일인상점‘이라는 커머스를 시작했다. 선택이라고 하기엔 좀 억울하다. 운명이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치열한 시장에 와서 혹독하게 배우고 깨지고 그러나 그 과정에서 더 커진 확신으로 지금 이 자리에 서있다. 커머스를 네트워크로 재해석한 관점과 실행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구매자다. 그래서 인플루언서다. 내 구매는, 내 소비는, 내 자랑은, 내 추천은, 내 의사결정은 친구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서 나도 영향을 받는다. 내 친구와 나의 관계는 (즉 링크는) 이미 커머스의 중요한 유통 채널이며 모든 정보를, KPI를 노드가 아닌 링크 관점으로 전환하면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그렇게 만든 커머스지만 지난 2년간 2차원으로 서비스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100일동안 마늘만 먹으며 사람이 되기를 기다린 곰의 마음은 어땠을까.

제품기획론에서 만난 4명의 산타

3년만에 서울대 제품기획론 수업으로 다시 붙잡혀 왔다. 너무 바쁜 시간속에 수업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말도 안되는 몇개월이 흘렀다. 초반에는 이 수업을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도 많이 했다. 강의보다 우리의 방법론을 조별 실행을 통해 습득하는 수업이다.

네트워크로 관점을 전환하려면 기존의 앎을 내려 놓아야 하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정답에서 멀어지는 기분 나쁜 상황을 지나야 하고, 그렇게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 바보가 되는 막막한 과정, 자꾸 뒤로 가는 듯한 과정을 거쳐 어느 순간 축지법을 쓰는 도사처럼 마법처럼 한번에 앞으로 간다. 네트워크로의 관점 전환에서 늘 벌어지는 일이다. 이 과정을 거친 학생들, 아니 이제 동료가 되어 네트워크를 함께 얘기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딱 하루 프롬에서 대면 회의하던 날

한학기가 끝나가는 11월 말, 그동안 ‘일인상점’에서 시작해서, ‘친구로부터 온 프롬’에서, ‘소비자가 만든 마켓 프롬’까지 와있던 우리는 다음 단계를 찾게 되었다. 프롬다운 장바구니와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이벤트를 고민하던 중 제품기획론 4명과 함께 기획을 하게 된다.

프롬은 가입자 전체와 상품 전체가 연결된 네트워크지만 우리를 모두 유기농 직거래 농산물 플랫폼으로 알고 있던 차였다.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MD로서 추천(발굴)을 하며 상품이 판매되다 보니 먹거리 중심으로, 그것도 식재료에 매우 까다로운 고객들 중심으로 서비스가 만들어져갔다. 페인 킬러는 ‘환우가족’을 둔 구매자들이었다.

그래서 미션은 하나. 프롬의 네트워크 구조와 선물하기 기능을 사용할 것. 바이럴을 만들고 프롬 네트워크 구조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었다. 함께 작업한 4명은 모두 대학생들이고 오가닉미디어랩의 방법론을 접한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미션 수행이 정말 가능했을까?

답은 예스다. 그리고 프롬이 추구해온 진정 살아있는 네트워크, 조직없는 조직화의 실체를 보여주는 멋진 기획과 실행을 만들어냈다. 서론이 이렇게도 길 수가 있는가. 바로 이틀전 시작한 ‘2인 3각 릴레이 산타‘라는 기획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힐링이 있었다. 비밀로 간직해온,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싶었지만 결국 하지 못했던 프롬의 네트워크 구조, 인센티브 구조, 이 복잡한 모든 것들을 줌으로 밤을 새며 질문하고 답하고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실체가 점점 전달되기 시작했고 그렇게 기쁨의 과정을 거쳐 결과가 던져졌다.

규칙은 이렇다. 친구 2명에게 선물을 하면 1개의 간식세트가 국내 위기아동에게 기부되는 것이다. 쉽고 의미있는 참여를 위해 프롬 공급자 중, 카페뮤제오의 만 원 남짓 드립백으로 선물할 상품은 결정했다. 간식은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브랜드 네니아와 협업하고 간식 전달은 월드비전이 맡는다. 총 3천개의 간식세트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가 설계되었고, 이 모든 과정은 ‘베이크(Vake)’라는 (월드비전에서 곧 분사할) 소셜 액션 서비스에 투명하게 고스란히 담겨있다.

모든 기록 @베이크https://fromcacao.vake.io/

2인 3각은 다리를 묶고 함께 달리는 것을 말한다. 혼자서 100개를 사도 기부를 만들지 못하지만 2명에게 선물하거나, 내가 공유한 가게 링크로 친구 2명이 구매를 하면 된다. 광고비를 쓰지 않고 어떻게 알릴 것인가 고민하던 중 생각해낸 것이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 테스트. 이들은 이틀만에 산타 MBTI 스크립트를 만들고 이틀만에 개발까지 완료하게 된다.

이틀간 산타 MBTI 테스트를 한 사람의 숫자가 1천 명을 넘었다. 12월 말까지 총 3천 명에게 간식을 전달하려면 적어도 3천 명의 구매로 이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그 결과는 공개하겠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꼭 산타가 되어주시기 바란다).

MBTI 테스트에서 시작하는 사람들, 또는 선물을 받으며 시작하는 사람들이 끊기는 구간 없이 완주할 수 있도록 모든 구간을 꼬매고 또 꼬매 놓았다. MBTI 테스트를 하면 예비산타가 되고, 진짜 산타가 되기 위해 친구에게 선물하고, 완료하면 산타 임명장을 받아 주변에 알리고, 그 알림을 보고 친구가 구매하면 나에게 다시 알림이 오고, 모든 과정에서 끊김이 없는 컨텍스트를 만드는 것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도 더 꼬맬 곳이 없는지 샅샅이 뒤지며 계속 보완 중이다.

조직없는 조직화의 체험

조직을 넘어선 조직화를 위해서는 모든 참여자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한 방향이 뚜렷하고 하나의 방향을 모두 보고 있다면 이미 조직화될 수 있는 살아있는 생명의 시작이다.

학생들은 작게는 아르바이트도 되지만 무엇보다 한학기동안 배운 네트워크를 라이브 서비스에서 체험하고 있고 그 체험을 만드는 주체가 되었다. ‘카페뮤제오‘는 이익을 남기지 않더라도 브랜드를 홍보하고 경험하면 팬이 되는 자사의 제품을 새로운 고객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네니아‘도 이익을 남기지 않더라도 고집스럽게 걷고 있는 자사의 길과 일치하는 이 이벤트에 무조건 참여의사를 밝혔다.

월드비전은 수혜 아동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이 이벤트가 더 잘 되도록 사내에도, 후원자들에게도 홍보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 다리를 놓아준 베이크의 담당자들도, 경계없이 모든 시민이 소셜 액션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베이크 서비스를 직접 홍보하는 것보다, 이벤트 기획자, 파트너들이 협업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주는 것이 곧 베이크가 성장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참여자들은 비싸지 않은 금액으로 코로나로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고 오랜만에 덕택에 안부도 묻는다며, 산타 MBTI로 웃었다며 의미있는 프로젝트라고 기뻐한다. 이제 네트워크는 시작되었고 선물을 받은 사람들도 산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이 남아있다. 선물을 하는 한사람 한사람이 미디어이며, 이렇게 선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성장시키는 것이 비즈니스이며, 그 연결에 끊김이 없도록 하고, 한방향을 모든 참여자(stakeholder)들이 볼 수 있도록 ‘조직을 넘어선 조직화’를 실현하는 과정이 곧 마케팅이다.

혼자 달리면 빨리 달릴 수 있지만 무슨 재미로, 무슨 이유로 달릴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왜 커머스에 와서 커머스 문법을 안따르는 거죠?”, “프롬 너네 돈 안벌고 뭐하세요?”. 그런데 우리가 이 야생에서 생존하며 몸으로 배운 것이 있다. 그 어떤 것도 관계보다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스타트업도 비즈니스도 그 무엇도.

작게는 파트너들와의 관계, 한명의 소비자와의 관계, 구매자와 친구의 관계, 가족의 관계, 그 관계안에 존재하는 프롬의 원리, 그래서 알게 된 시장의 원리. 이것이 변화무쌍하고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새로운 커머스를 만들어 갈 것이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초기 오랜 시간 0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네트워크가 살아있다면, 예측불가능한 연결 즉 ‘만남’을 만들게 된다. 우리의 삶이 그런 것처럼 네트워크의 성질이 그렇다. 그 어떤 것도 상상하지 말자. 다만 작은 실험 사이클과 검증이 모여, 그 배움이 모여 성장하는 우리를, 네트워크를 체득하는 우리를, 그래서 네트워크와 분리되지 않는 스스로를 만든다.

그런 우리는 오늘도 호흡만큼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다음 글은 2인 3각 릴레이 산타 이벤트를 1차 종료하고 그 결과로 돌아오겠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2인 3각을 시리즈로 달리게 될 것 같습니다.

Dec. 14, 2020
Dr. Agnès Yun (윤지영)
Founder & CEO, Organic Media Lab & From(프롬)
email: yun@organicmedialab.com
facebook: yun.agnesorganicmedialabLinkedin: agnes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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