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고슴도치의 죽음 (The Death of a Hedgehog)

[Why] 고슴도치의 죽음 (The Death of a Hedgehog)

<이전 글: [Why] 프롤로그: ‘Why’인가?>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알았다. 그때가 2017년 4월. 두 번째 책 오가닉 마케팅이 출간되고 겨우 한 달을 넘긴 때였다. 그간의 노력은 나를 배반하지 않고 정점을 찍기 시작했다. 나는 가장 즐겁게, 열정을 다해 할 수 있는 일에 온전히 몰입되어 있었다. 일을 하면 할수록 나는 성장했으며 내가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었다.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있었고 기업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고슴도치 전략

짐콜린스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에서 소개한 ‘고슴도치 전략’의 성공이었다. 원리는 단순하다. 첫째, 내가 열정을 가지고 가장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다. 둘째, 그것으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지 자문한다. ‘아니오’가 나오면 ‘예’가 나올 때까지 처음 답을 수정한다. 셋째,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 자문한다. 아니라면 다시 처음 답을 수정한다. 세 꼭지가 선순환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다음은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Continue reading

[Why] 가면무도회 (Masquerade)

[Why] 가면무도회 (Masquerade)

<이전 글: [Why] 고슴도치의 죽음>

내 별명은 진돗개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단다. 워크숍에서 내 역할은 질문자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진정한 답을 본인이 찾아낼 수 있을 때까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잇는다. 누군가는 살을 다 발라내고 생선뼈만 남는 과정이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 정도면 충분히 나온 것 같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며 황급히 마무리를 시도하기도 한다. 무의식적으로 도망갈 문을 찾는다. 진심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99도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대부분은 문제를 직면하는 대신 질문자인 나를 설득하기 위한 답을 한다. 스스로도 그것이 답이라고 믿고 있다. 그 논리적인 답들이 스스로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문고리를 찾으며 피하고 싶은 고통의 시간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찾아가는 것이 ‘Why’다. 질문이 이어지다 보면 한 단계씩 더 깊이 내려간다. 답을 찾은 것 같지만 그 밑에는 한 겹이 더 있다. 그 한 겹을 더 벗겨내고 한차례 더 답에 가까워진 것 같지만 끝이 아니다. 계속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본래 던져야 할 질문, 발견해야 할 문제에 다다른다. 그렇게 마치 양파 껍질을 벗기듯이 가면을 한 겹씩 스스로 벗으면서 진정한 ‘왜’를 스스로 찾아내게 된다.

보통은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 나의 일, 해결해야 할 문제 등에서 시작하는데, 바로 이런 과정 때문에 어김없이 가면이라는 단어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리 치료 시간도 아닌데 얼마나 당황스러운가. 내가 가면을 쓰고 있다니 내내 불편하고 싫을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문장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다음에는 가면이 왜 내 얘기라는 것인지 어리둥절하고, 그다음은 기분이 나빠진다. 스스로 ‘왜’를 명확하게 찾게 되는 순간까지. 

보통 가면은 나의 본래 모습과 의도를 상대방에게 숨기기 위해 필요하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쓴다. 그런데 우리가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타인을 향해 있는 가면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가면이다. 내가 거울처럼 바라보고 나 자신으로 인식하는 가면이다. 그래서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내가 안다고 믿어온 것, 믿어의심치 않았던 것들을 직면하고 내려놓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앞으로 갈 수 있다. 그 첫번째가 나 자신에 대한 인식, 내가 세상을, 관계를, 나 자신을 올바로 볼 수 있도록 막고 있는 내 가면이다. 이 글은 그 가면에 대한 인식을 돕기 위해 쓰게 되었다.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