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어느 강아지의 발견 (The Discovery of a Pu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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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일이다. 수업 시간은 언제나 내게 길고 힘든 고난의 시간이었다. 재미도 없었고 집중도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자주 자리에서 일어나 맨 뒤로 휴지를 버리러 갔다. 숨소리도 나지 않게 조용하고 엄격한 시간, 오직 선생님의 목소리만 공간을 가득 메우는 시간, 공기도 흐르지 않을 것 같은 정적의 공간에서 나는 벌떡 일어나 당당하게 뒤로 갔다.

모두 앞을 보고 있을 때 뒤로 걸어가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참았던 숨을 갑자기 쉴 수 있었다. 약간의 불안감과 두려움, 그러나 말할 수 없는 해방감을 안고 뒤로 향했다.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초등학교 3학년, 휴지는 휴지통에 버리라는 가르침을 실천 중이니까 당당하게 걸어갔다. 휴지를 버리고 턴을 돌아 자리로 오는 시간이 얼마나 짧고 아쉬웠던지 지금도 그 느낌을 세포가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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