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 마케팅에서 커머스로 – 연재를 시작하며 (From Organic Marketing to Commerce: The Beginning)

긴장과 실행, 배움의 연속인 이 귀한 날들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좌충우돌 격한 시간들을 남김없이 나누고자 연재를 시작한다. 우리의 시행착오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귀족들이 죽음의 계곡 넘어갈 수 있겠어요?”

커넥서스컴퍼니를 맡고 여러번 들은 말이다. 사실 8년전에 피를 철철 흘리며 엑시트(exit) 했을 때, 다시는 스타트업을 시작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혹독한 경험이었다. 비즈니스를 모르고 자만심 가득했던 그때 수업료를 참 많이 내고 시장을 뼈저리게 배웠다. 내가 만드는 서비스가 살아있고 시장이 살아있음을 알았다.

그 덕에 시작한 것이 오가닉미디어랩이다. 우아하게 조언만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책임지는 일은 피하면서, 사무실도 내지 않고 철저하게 혼자 일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우리가 깨달은 오가닉 네트워크의 원리를 스스로에게 적용했다. 조금만 일하는데 많이 기여하는 구조, 고객들이 우리를 대신해 일해주니 시간도 있고 돈도 벌리는 가치 선순환 구조에 집중했다. 그렇게 편하게 살았어도 좋았을텐데. 그러고 보면 귀족이 스타트업 할 수 있겠냐는 비웃음이 억울할 것도 없다.

살아있다는 본질, 미친 출사표

나는 우리의 세번째 책 ‘오가닉 마케팅’에서 고객과 함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마케팅이라고, 네트워크가 곧 제품이라고, 그래서 마케팅이 살아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 유기적 과정의 ‘살아있다’는 본질이었다. 소비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보면 더 이상 제품의 기획과 마케팅, 유통, 판매가 분리되지 않는다. 대신 소비자 스스로 네트워크를 키우는 과정이 곧 마케팅이자 유통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오직 ‘진정성’만이 궁극의 승부처가 되는 지금 시장의 모습은 그 증명이기도 하다. 독자 한 사람이, 소비자 한 사람이 마케터이자 영업사원이자 유통 주체가 되는 실험을 몇차례 거치면서 확신은 더 커졌다. 이 미친 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결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수많은 리뷰보다 내 친구의 추천사 한 줄이 주는 믿음. 소비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하는 커머스에 그렇게 미친 출사표를 던진다. 중간 유통 마진도 거품도 광고도 설득도 빼고, 친구가 골라놓은 탁월한 제품을 나도 경험하는 그 단순한 과정을 네트워크로 구현하는 것이 1인상점이다. 이 단순함이 연결된 세상의 유통이 될 것이라 믿는다.

파일럿, 좌충우돌의 4개월

파일럿 런칭 후 4개월이 지났다. 그 배움은 말로 다 하기 어렵다. 마케터도 아닌 내가 오가닉 마케팅이라는 제목의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무식의 결과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동안 100여 개가 넘는 제품이 1인상점에서 소비자를 통해 발굴되었다. 바이럴 확산 메커니즘의 가능성이 입증되기는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발굴자의 마이크로 네트워크를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제품이 아무리 탁월해도 사이클 타임, 그러니까 전염 속도가 빠르지 않으면 전염되지 않는 것과도 같았다. 게다가 내가 상점이 될 수 있다는 이 생소한 개념은 사용자들에게 크게 매력적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실전 마케터들의 고민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탁월하게 사랑을 받는 제품, 재구매와 선물이 빈번한 제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시그널이었다. 1인상점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음을 알았다. 탁월한 제품에 먼저 집중해서 이들을 스타로 만드는 일, 그 과정을 통해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소비자가 네트워크를 만들도록 돕는 일, 이것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었다.

스타트랙의 탄생

올 한해 10개의 스타 상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공급자의 러닝메이트로 함께 뛰기로 했다. 프로그램 이름도 스타트랙. 상품의 기획단계부터 브랜딩, 마케팅, 디자인,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동반하게 된다. 매일 전혀 다른 업의 생산자들, 판매자들, 장인들을 만나며 시장과 사용자를 몸으로 배우고 있다.

*각주: 스타트랙 1호 ‘또르르팬’의 100인의 챌린저는 이런 배경으로 탄생한 프로젝트다. (3월 26일 ‘100인의 챌린저’ 오픈)

2019년 스타트랙 명단에는 가공식품, 건강기능식품, 주방용품, 화장품 등이 올라와 있다. 공통점은 단 하나.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먹고 사용해도 좋을만큼 탁월하다는 것, 글로벌로 1인상점과 함께 나가도 크게 사랑받을 혁신성을 지닌 제품들이라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생산자(공급자)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

진정한 장사꾼

모두 ‘처음엔 작게, 오가닉하게, 알겠어요. 그럼 언제부터 매스마켓으로 갈 수 있죠?”라고 묻는다. 그러나 대중이라는 대상은 없다. 처음에는 네트워크고 나중에는 매스(Mass)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 연결이 있을 뿐이다. 그 경험의 연결과 관계가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

더디고 지루한 초기를 넘어 스스로 진화하도록 만드는 것, 네트워크가 살아서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 그래서 소비자와 (좋은) 공급자가 윈윈할 수 있도록 만드는 단순한 커머스. 소비자 네트워크가 곧 커머스인 세상. 우리 팀이 함께 꾸는 꿈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은 철저하게 장사꾼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냥 장사꾼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장사꾼으로 환골탈퇴를 꿈꾼다. 소비자가 가르쳐주는 길을 따라, 공급자들의 러닝메이트가 되어 뛰어 가는 것. 죽음의 계곡을 함께 넘을 수 있는 팀이 있어 기쁘고 감사하게 한 땀 한 땀 간다.

[5월 26일] 테이스팅 클래스(3): 고객은 누구인가?(Redefinition of customers)

상반기 테이스팅 클래스 3회차 수업 안내. 안과 밖이 없는 연결된 세상에서 고객이란 누구인가? 만약 오가닉 마케팅이 바이럴 마케팅의 또 다른 표현이라면 고객의 역할은 제품을 구매하고 소문을 내주는 것에 국한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목적은 여전히 타겟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고객의 활동사슬(Chain of Actions)’, 윤지영, 오가닉 마케팅, 2017.

그래서 이 수업은 ‘연결된 세상의 고객’을 본질적으로 다시 정의하는 데에 할애되었다. 이를 통해 고객이 만드는 제품 즉 네트워크의 실체에 대해 논의한다. 고객이 구매자, 매개자, 판매자가 될 때 이들이 만드는 네트워크는 단순히 구매한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다. 콘텐츠로 매개된 사람들, 사람들로 매개된 콘텐츠의 네트워크의 실체가 드러난다. 고객의 정의와 역할, 네트워크의 분석과 측정 등에 대해 살펴보고 이것이 비즈니스의 본질을 어떻게 바꾸는지 결론에서 논한다. Continue reading

[5월 17일(목) Cooking Class] 부산 원정대 (From manufacturing to organic network)

5월 쿠킹클래스는 부산에서 1박2일로 진행됩니다. 디지털 임플란트 회사인 (주)디오가 어떻게 네트워크 회사로 변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그 생생한 체험을 함께 나눕니다. 지금까지 오가닉 미디어랩과의 여정을 공개하고, 조직내에서 실행하면서 단계별로 얻게 된 인사이트, 시행착오와 어려움, 배움과 의사결정, 앞으로의 계획을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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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목)Tasting Class] 오가닉 마케팅에서 고객은 누구인가: 정의, 역할, 실험 (Problem Definition of Customers)

[3월 16일(목)Tasting Class] 오가닉 마케팅에서 고객은 누구인가: 정의, 역할, 실험 (Problem Definition of Customers)

3월의 맛보기수업 주제는 ‘고객’으로 정했습니다. 오가닉 마케팅은 바이럴 마케팅의 또 다른 표현인가요? 입소문으로 제품을 파는 것인가요? 그럼 고객의 역할은 제품을 소문내고 판매해주는 것인지요?

이번 수업에서는 고객을 근본적으로 다시 정의하는데 할애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이 만드는 제품 즉 네트워크의 실체에 대해 논의합니다. 특히 신간 «오가닉 마케팅»을 ‘오가닉 마케팅’하고 있는 [일인상점]의 실험 과정을 참석자분들과 함께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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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와 [선물]을 통해 일인상점이 생성되는 과정. 이미지를 클릭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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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상점: 우리가 상점이다

일인상점: 우리가 상점이다

얼마 전 종이책 도매상 송인서적의 부도는 큰 충격과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동시에 불러 모았다. 도매상을 통해 책을 공급하는 방법, 오프라인의 공간에 책을 쌓아놓는 유통, 정해진 카테고리별 진열을 통해 책을 파는 방법은 얼마나 더 지속될까? 이미 최인아책방 같은 ‘동네 서점’은 다른 길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파는 것은 책 자체를 넘어선다. 책은 서점과 고객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일뿐이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진행되는 미디어의 진화인 것이다(«오가닉 미디어»를 통해 3년동안 논의해온 내용이기도 하다). ‘일인상점’은 고객을 생산자-매개자-구매자로 정의하고, 이것을 실전에 적용한 것이다. “«오가닉 마케팅»을 오가닉 마케팅”하는 과정을 여러분과 함께 체험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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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 마케팅: 네트워크가 제품이다]를 출간하며

3년 만에 새 책을 낸다. 블로그에 정리했던 글들이 재료가 되었지만 책이라는 형식은 훨씬 더 혹독한 과정을 요구했다. «오가닉 미디어»가 주는 부담감도 있었다. 의도치 않았지만 결국 대부분의 글들은 거의 다시 쓰여졌다. 목차에 보면 익숙한 제목과 이야기 전개가 남아있다. 그러나 하나의 주제 아래 완전히 다른 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오가닉 마케팅»이다. (종이책 출간일: 2017년 2월 21일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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