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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가닉 미디어인가? (Why Organic Media?)

미디어는 인터넷 현상을 기점으로 갑자기 네트워크의 유형으로 변모한 것이 아니다. 미디어의 속성 자체는 본래 ‘네트워크’를 내포해왔다. 다만 이것이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기술적 요소들과 적극적으로 결합되면서 현상적으로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곧 미디어라는 관점에서 보면 미디어는 태생적으로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다만 지금 인터넷 공간에서는 그 네트워크가 살아서 움직이고 스스로 진화한다는 것이 놀랍고 다른 점이다. 우리가 새로운 미디어를 새로운 틀걸이에서 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인터넷 시장은, 미디어는, 네트워크는 어떤 원리로 진화하고 있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오가닉 미디어는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한 미디어 프레임워크이다. 앞으로 이어지는 글들을 통해 분야별로 하나씩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여기서는 그에 앞서 오가닉 미디어를 정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우선 전통적 미디어와 오가닉 미디어를 비교하고 오가닉 미디어의 두가지 속성을 알아보도록 하자.

미디어의 정의와 새로운 현상의 출현

전통적으로 미디어(media)란 송수신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도구 또는 환경을 말한다. 인간의 언어와 몸짓을 비롯하여 편지, 전화 등 일대일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모두 미디어이며 책, 신문,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등 일대다 커뮤니케이션의 미디어도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서비스들이 이에 속하는데, 메신저나 SNS 등 커뮤니케이션을 주요 기능으로 하는 서비스 뿐만 아니라 검색, 커머스 등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작동하는 모든 서비스도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점은 미디어가 만드는 네트워크이다. 편지, 전화부터 TV, 라디오 등의 대중매체, 그리고 인터넷 기반 서비스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디어들은 콘텐츠를 전달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송수신자들의 관계를 반영하고 만들게 된다. 그리고 미디어가 만드는 관계 네트워크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면 미디어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중 매체는 오랫동안 일방향의 일대다 네트워크로 이 사회를 지배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과 함께 미디어의 새로운 네트워크 형태를 만나게 된다. 왠지 통제되지 않고 항상 진화하고 사용자를 거치지 않으면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은 대체 어떤 미디어인가?

전통 미디어와 오가닉 미디어의 비교

우리는 ‘스스로 유기적으로 진화하는 네트워크’에 기반한 미디어를 오가닉 미디어 (organic media)라고 정의한다. 기존의 미디어 개념은 ‘메시지의 전달(방식)’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왔다. 반면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인터넷 공간 자체가 실제로 거대한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는 현상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만 해당하지 않는다. 상거래, 검색 등 분야에 관계없이 현상은 동일하다(구체적으로 어떤 현상들인지 앞으로 이어질 포스트에서 다뤄질 것이다). 기계적으로 정리되거나 통제되지 않고 그 영향범위는 순식간에 커지기도 한다. 이것을 과연 메시지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을까?

위의 도표는 오가닉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기본적 특성을 전통 미디어와 비교한 것이다. 미디어를 정의하는 관점과 콘텐츠의 생명력 측면에서 다른 점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오가닉 미디어는 그 자체가 네트워크라는 점, 그리고 유기적인 생명력을 지니고 진화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미디어와 구별된다고 하겠다. 두 가지의 속성을 하나씩 살펴보자.

오가닉 미디어는 네트워크(Network)이다

미디어를 ‘메시지 전달 도구’로 보는 것과 ‘네트워크’ 자체로 보는 것은 현상에 대한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낳는다. 미디어 개념이 사용자 – 메시지 – 사용자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네트워크와 그 속성 쪽으로 중심 축을 옮겨 오면 인터넷 시장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 전통 미디어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 시장에 메시지(제품)를 어떻게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집중하게 된다. 반면 네트워크 관점에서 미디어를 보면 사용자와 제품 또는 정보 제공자, 광고주, 마케터 등이 모두 미디어의 구성원(노드)이다. 따라서 메시지 전달보다는 어떻게 노드들이 상호작용하고 관계를 형성하는지 그 메커니즘과 네트워크의 작동 원리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전자는 메시지 노출량에 기반하여 마케팅 계획을 세울 것이고 후자는 소비자가 언제 메시지를 연결(공유)하는지,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를 어떻게 쌓아갈 것인지, 오히려 ‘과정’을 고민할 것이다. 그 결과 사업자는 사용자들과 더 긴밀히 상호작용하고 관계를 형성하고 신뢰를 쌓게 된다 (이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원한다면 ‘아마존은 왜 소셜 미디어인가?’라는 포스트로 여행하기를 권한다).

오가닉 미디어는 유기적(Organic)이다

콘텐츠의 생명력 측면에서 보면 전통 미디어와 오가닉 미디어의 특성은 극명하게 구분된다. 전통 미디어에서는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마지막 단계이다. 말을 내뱉는 순간, 출판, 발행, 방송의 형식으로 콘텐츠가 전달되는 순간 미디어의 역할은 끝난 것이다. 반면 오가닉 미디어에서는 콘텐츠가 전달된 순간부터가 중요해진다. 한번 게재된 콘텐츠는 사람들의 활동에 따라 끊임없이 연결되고 진화할 수 있는 잠재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는 ‘낚시’글을 반복적으로 작성하는 언론사들이나 포털처럼 메시지의 진열과 노출에 집중하게 된다. 후자의 경우는 네트워크의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연결하게 함으로써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데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오가닉 미디어가 스스로 자생력을 지닌 유기적인 네트워크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사람들이 소비하고 연결하고 공유하고 생산하는 행위가 기반이 된다. 오가닉 미디어는 사용자들의 다양한 참여 방식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미디어이다. 페이스북도 지금의 SNS가 되기까지 수도 없이 서비스 모델이 변화해왔다. 오가닉 미디어에서는 처음부터 정해지는 것이 없다. 성장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오가닉 미디어가 무슨 뜻인지 간단히 살펴보았다. 몇줄의 텍스트로 ‘스스로 진화하는 네트워크’ 가 무엇인지 단번에 설명할 수 있는 비법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재화의 가치, 비즈니스 모델, 미디어의 작동 방법이 송두리째 변화하고 있다. 눈을 뜨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실행전략이 아니다. 그 변화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이해와 고민이 없으면 진화할 수가 없고, 지금 시장은 진화하지 않으면 죽는 시장이다. 앞으로 이어질 포스트들을 통해 주제별로 하나하나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고 해결책을 공유하도록 하겠다. 여러분들의 많은 코멘트와 피드백을 아울러 부탁드린다.

(* 이 글은 ‘오가닉 미디어’를 출간하면서 프롤로그로 2014년 2월에 다시 태어났습니다. 업데이트된 이야기는 ‘진화하지 않으면 죽는다(프롤로그)‘를 참고하세요)

December 13th 2012
Dr. Agnès Jiyoung YUN
Organic Media Lab Founder & CEO

email: yun@organicmedialab.com
facebook: yun.agnes
Twitter: @agnes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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