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비즈니스] 무한규모의 경제효과와 비용의 선순환 [테슬라 비즈니스] 무한규모의 경제효과와 비용의 선순환](https://i0.wp.com/organicmedialab.com/wp-content/uploads/2023/07/Screenshot-2023-07-12-at-6.36.52-PM.png?resize=594%2C476&ss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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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는 ‘자율주행 개발에 성공하면 테슬라가 엄청난 가치(worth a lot of money)가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아예 가치가 없다(worth basically zero)’라고 했다. 이 정도로 테슬라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FSD Beta)에 약 40만 명의 고객이 월 200달러(연간 2,400달러)를 내고 있다. 약 1조의 매출로 추정된다. 반면, 자동차는 2023년 연간 2백만 대(추정치), 더 나아가 2030년에 2천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작년에 자동차 판매로 100조 매출도 달성했다. 그런데도 (전기차) 제조업으로서의 가치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비하면 그 가치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테슬라의 비용의 선순환 구조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테슬라의 무한규모의 경제효과에 기반한 비용의 선순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이 선순환 구조는 더 큰 규모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원가를 낮추고 더 낮은 원가를 기반으로 시장을 확장하여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큰 규모(무한규모)를 만드는 것이다.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기업인 테슬라가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은 믿기 어렵지만 테슬라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선순환 구조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테슬라가 어떻게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는지 하나씩 차분하게 풀어보자.

무한규모의 경제효과
무한규모 경제효과란, 한계비용이 0인 제품의 단위 원가가 공급량이 증가함에 따라 급격히 감속하고 0으로 수렴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익의 관점에서 보면 이익률이 100%에 수렴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효과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규모의 경제효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완전히 차별화된 차원이다. 아래 그래프는 이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개념적으로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기업이 무한규모의 경제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한계비용이 0에 수렴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테슬라는 다양한 차원에서 무한규모의 경제효과를 달성하고 있다. 비즈니스의 관점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5만 달러짜리 자동차의 원가는 얼마일까? 상식적으로는 4만~4만5천 달러 정도로 추측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연 2,400달러인 FSD 베타의 원가는 얼마일까? 이번에는 추측이 쉽지 않을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경우는 한계비용이 0이라고 해도 개발비를 어떻게 추정해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원가가 고정적이지 않고 판매 수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고객이 단 한 사람이라고 가정할 경우, FSD 베타의 개발비(고정비)를 연간 20억 달러로 추정하면 생산 원가는 연간 20억 달러다. 그런데 2023년 현재 실제 고객이 40만 명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원가는 연 5천 달러로 계산된다. 즉 원가는 FSD 베타를 사용하는 사람의 수에 반비례하게 된다. 한계비용이 0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매출 대비 손실이 나고 있지만, 앞으로 400만 명이 사용한다면 원가는 500달러로, 4천만 명이 사용한다면 50달러로, 급격하게 줄어들고 규모가 더 커짐에 따라 원가는 0에 수렴하게 된다.
이와 같은 무한규모의 경제효과가 테슬라에 적용될 수 있는 이유는 스스로 자신의 제품을 자동차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정의하고, 그 원리에 따라 의사결정과 실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애플이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아니라 OS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업체인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테슬라는 애플과 다르게 이를 통해 무한규모의 경제효과가 극대화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의 전략이 아니라 구글 안드로이드의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확장(Market Expansion)
그렇다면 공급량이 늘면 원가가 더욱 낮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때, 기업이 취해야 하는 전략은 무엇일까? 테슬라는 대당 1만5천 달러에 구매해야 했던 FSD 베타의 가격 정책을 계속 보완하고 있다. 2022년도부터는 월 200달러에 구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고 월 100불에는 제한된 버전의 FSD가 제공된다. 최근에는 1개월 내지 3개월 무료 구독 서비스까지 도입하고 있다. 왜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가격 정책을 펴는 것일까?
심지어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에 FSD 라이선스를 제공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슈퍼차저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FSD 베타는 테슬라의 경쟁력 중 중요한 축인데 이를 공개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첫 번째는 다양한 가격 전략을 통해 시장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수요의 탄력성 등을 고려하여 가격을 낮추거나 가격 차별화 등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한계비용이 0인 제품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FSD는 이미 차량을 구매한 모든 고객(현재 450여만 대)이 잠재 고객이고 이 규모는 계속 커질 것(연간 최대 차량 공급 목표가 2천만 대이고 차량 수명이 10년이라고 가정하면 FSD는 2억대가 최대 규모다)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구독/구매 고객의 수를 늘리는 것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구글과 마찬가지로 차량 OS 등의 소프트웨어를 공개함으로써 테슬라 FSD의 시장규모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OS는 구글처럼 무료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FSD를 유료로 제공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테슬라 OS에 기반한 모든 차량이 잠재 고객이 되는 것이고, 이 규모는 현재 전 세계에 돌아다니는 자동차의 대수인 14억여 대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
이렇듯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제품, 전략, 실행을 통해 기존의 하드웨어 비즈니스에 비해 훨씬 더 큰 규모의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차근차근 완성해 가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비용의 선순환 구조
여기서 추가적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테슬라의 경우 비용의 선순환 구조를 한계비용이 0인 소프트웨어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에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략은 결국 소프트웨어의 선순환 구조를 가속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테슬라는 하드웨어의 부품의 개발 및 생산에도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를 적용했다. 기존의 자동차 하드웨어 제조업체에 비해 한계비용이 매우 낮고 기존 기업의 공장/모델 관점보다 훨씬 더 많은 생산(공장 당 100만 대, 모델 당 최소 50만 대 이상)을 함으로써 기존 업체들을 기준할 때 무한규모의 경제효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테슬라의 매출 총이익률(Gross Margin)은 20% 수준으로 기존의 업체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테슬라의 제조 혁신은 별도의 글을 통해 보다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하드웨어 판매를 통한 이익을 얻기보다는 가격을 낮춰 시장을 확대하고 수요를 늘리는 전략을 취한다. 이렇게 늘어난 자동차의 대수(누적 판매 대수)는 결국 FSD 베타를 팔 수 있는 시장을 확장하는 데에 기여하게 된다. 대당 5천~1만 달러의 이익을 취하는 것보다는 대당 10년간 2만4천달러의 이익을 취하는 것이 훨씬 나은 전략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테슬라는 차량 하드웨어 공급량을 늘려 원가를 낮추고, 낮아진 원가를 기반으로 가격을 조정함(이익률 0%)으로써 하드웨어 규모를 확장하고, 경쟁사에 OS를 무료로 제공하여 하드웨어의 규모를 더욱 확장하고(이 규모의 확장은 한계비용이 0이다), 이 하드웨어 규모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FSD)의 공급량을 확대하여, 더 원가를 낮추고, 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규모를 더욱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자율주행 개발에 성공하면 테슬라가 엄청난 가치가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아예 가치가 없다’고 한 이야기가 어느 정도는 이해되었을 것이다.
비용의 선순환 효과를 누리기 위한 전제조건
그렇다면 무한규모의 경제효과와 이에 따르는 비용의 선순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에서는 한계비용 제로, 무한규모(기존의 관점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달성 등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세 가지 관점의 전환을 제안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첫째, 제품의 소프트웨어/콘텐츠화
제품을 소프트웨어/콘텐츠 기반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하드웨어를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는데 소프트웨어/콘텐츠 기반으로 제품을 정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컨텐츠를 담기 위한 컨테이너/용기로 생각하고 하드웨어에 담기는 소프트웨어/컨텐츠를 제품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경우 킨들이라는 전자책 하드웨어를 제조/판매하지만 이는 단지 고객에게 책이라는 콘텐츠를 팔기 위한 컨테이너로 생각한다. 제프 베조스가 “우리는 기기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고객이 기기를 사용하면 돈을 번다(We want to make money when people use our devices, not when they buy our devices.)”고 한 것과 같은 관점이다.
둘째, 규모의 재정의
일반적으로 규모라고 하면 대부분 고객을 단위로 생각한다. 자동차 제조업의 경우 차량이 단위다. 이러한 관점으로는 한계비용을 0으로 만들기 어렵고, 무한규모를 달성하기도 어렵다. 제품을 소프트웨어/콘텐츠 관점에서 정의하면 하드웨어의 관점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로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아마존의 경우 킨들이라는 하드웨어를 팔 수 있는 개수에 비해 킨들에서 읽는 책을 팔 수 있는 개수는 차원이 다르다.
셋째, 한계비용의 포괄적 정의 및 제거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가 제품인 비즈니스도 대부분 무한규모의 경제효과를 누리지는 못한다. 소프트웨어 생산의 한계비용은 0이더라도 마케팅/영업 등 소프트웨어 인도(생산/판매/유통)의 한계비용은 0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판매관리비가 규모에 비례하여 커지고 심지어 한계비용이 한계수익(즉 판매 가격)을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계비용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한계생산비용’이 아니라 생산/마케팅/영업/사후서비스 등 생산부터 고객 인도에 이르기까지 투입되는 모든 단계로 확대해야 한다. 모든 단계의 한계비용을 최소화하여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고에서 출발해야 한다. 즉 규모를 늘려도 인력이 늘지 않는, 마케팅비 증액이 필요 없는 구조와 프로세스를 말한다. 테슬라는 이것을 비즈니스 구조로 해결했는데, 지금까지 여러 글로 정리한 조직의 혁신, 고객과의 협업, 소프트웨어 중심 사고 등이 모두 이와 관계된 전략이자 관점이자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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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 예시: 노상규, [테슬라 비즈니스] 무한규모의 경제효과와 비용의 선순환, 오가닉 미디어랩, 2023, https://organicmedialab.com/2023/07/16/tesla-virtuous-cycle-of-costs/
Sangkyu Rho, PhD
Professor of Information Systems
SNU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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