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에너지] 배터리의 네트워크

[오가닉에너지] 배터리의 네트워크

<이전 글: [오가닉 에너지] 풍요에 답이 있다>

2017년 테슬라는 남호주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 전력망 문제의 해결책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배터리’를 제안했다. 당시 호주의 재무부 장관이었던 스콧 모리슨은 이는 남호주의 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세상에서 가장 큰 바나나’ 만큼 유용할 것이라며 조롱하며 ‘에너지의 구조적 이슈를 해결해야한다(We need to address the big picture, the big structural energy issues.)’고 주장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배터리는 남호주 전력망을 안정시키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설치 후 2년간 배터리 설치 비용 9천만 호주 달러를 크게 초과하는 1억5천만 달러(약 1250억원)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와 같이 웃지 못할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전력망(네트워크)의 문제를 전력 생산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지난 2편의 시리즈 글에서 정리했던 것과 같이, 우리가 당면한 기후변화의 문제는 네트워크의 문제이며, 지수함수적이다. 생산 중심의 사고, 에너지 절약을 독려하는 관점으로는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오직 우리의 관점이 생산 중심에서 네트워크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어야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고 모두 동참할 수 있다. 업의 본질에 관계없이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다. 이 전환을 돕기 위한 이 시리즈 글의 마지막 편은 모두가 에너지의 생산, 유통, 소비에 참여하는 [배터리의 네트워크]다.

왜 배터리의 네트워크인가?

오가닉 에너지 생태계의 정의를 환기해보면, (1) 참여자 개개인에게 경제적 이익이 되기 때문에 (2) 우리 모두가 주체가 되어 (3)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생산/유통/소비하는 (4) 풍요로운 에너지 생태계(abundant energy ecosystem)를 말한다.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배터리에 저장하고 유통하여, 서로의 모든 에너지 수요를 만족시키는 생태계를 말한다.

이는 정보의 생산, 유통, 소비의 관점과도 같다. 지금 가장 흔하고 넘쳐나는 것이 정보라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가장 희소한 자원이었던 것 또한 정보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가장 흔하고 넘쳐나는 것이 되었다. 이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게재하고, 모든 SNS, 카톡, 메일로 열심히 실어나르고 서로 소비한 결과다.

에너지도 이와 같다. 우리 모두가 생산, 유통, 소비에 참여하는 주체로서 SNS와 같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모든 기술적 인프라가 이미 있다. 바로 배터리의 네트워크가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세계적 전환을 가속할 근본적인 인프라다.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설치한 것이지만 배터리가 서로 연결되어 그리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그린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아무리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더라도 이것을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저장하고 유통하고 소비할 수 있는 인프라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배터리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하는 그리드는 현재의 그리드 구조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는 전통 미디어 시대의 전송망의 구조가 인터넷 미디어 시대의 전송망 구조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배터리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그리드는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전기의 생산/유통/소비에 참여하는 구조로 친환경 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기반이다. 막연한 상상이나 기대가 아니라, 이미 테슬라를 중심으로 실현되고 있는 현실이며, 문제는 얼마나 그 시간을 가속화 할 수 있는가에 있다.

테슬라는 이러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지구에 240TWh 규모의 배터리가 설치되어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는 2022년 기준 전세계적 배터리 공급량은 연간 140GWh(0.14TWh) 수준으로 전기로 완전한 전환을 위해 필요한 배터리의 0.06%수준이다. 테슬라는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배터리 생산량을 연간 3TWh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는데, 쉽지 않겠지만 이러한 목표가 달성되면 에너지 시장, 특히 전력 시장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를 수반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배터리의 네트워크란 무엇인가?

배터리의 네트워크는 수많은 크고 작은 배터리들이 전력망에 연결되고 더 나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거대한 배터리처럼 작동한다. 마치 테슬라가 자동차의 네트워크로 작동한다라고 한 것과 같다.

여기서 각 배터리의 역할은 전기가 남을 때/저렴할 때(공급 > 수요)는 충전하고 모자랄 때/비쌀 때(공급 < 수요) 방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터리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하더라도 여러가지 장점(안정된 전기공급/전기세 절감 등)이 있지만 이들이 협업하여 마치 하나의 배터리로 작동하게 되면 차원이 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다(이는 마치 테슬라의 자동차들이 협업하여 각각의 자동차가 독립적으로 작동할 때와 차원이 다른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배터리의 네트워크는 심지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전력의 생산 및 유통(발전 및 송배전)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의 발전 시설은 피크 수요에 대비하여 건설되기 때문에 많은 발전시설이 오프피크 때 가동을 중지하게 된다. 따라서 자본 효율성이 떨어지고 발전단가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충분한 저장 용량이 있다면 발전소들이 24시간 풀로 가동할 수 있고 이는 자본 효율성을 높여 발전단가를 낮출 수 있게된다. 앞으로 전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하더라도 기존의 발전설비로 50%~100% 정도 추가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배터리의 네트워크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선택이 아니라는 필수이며, 이는 소비자의 참여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많은 국가의 정책이 친환경적 전기 생산의 관점에서만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태양광/풍력 발전이 급격히 늘어났지만 이는 기존의 전력망 관리에 어려움을 가중화 시켜, 전력망의 불안전성과 전력생산 단가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발생한 남호주의 정전사태에서 드러난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테슬라의 혼스데일 배터리팜은 전기를 저장하고 실시간으로 유통할 수 있는 배터리 네트워크 없이는 친환경 그리드의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배터리의 네트워크가 유통 인프라로 자리를 잡게 되면 친환경 전기의 생산이 늘더라도 전력망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친환경 전기의 생산비중이 높아질 수록 전기의 한계비용이 0에 가까워지게 된다(즉 전기 생산에 연료비가 필요없다). 이미 무한규모의 경제 글에서 다루었듯이 전기의 한계비용이 0이 되면 에너지 시장에는 큰 변화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배터리의 네트워크는 전기의 한계비용이 0으로 수렴하는 데 필수적인 인프라다.

누가 어떻게 참여하는가?

기존의 발전소들과 산업시설 뿐만 아니라 각 가정, 전기차, 충전소 등이 모두 노드로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해야 한다. 

기존 발전소

배터리 설치 용량에 있어서는 기존 발전소들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기존 전력회사에서는 피커 플랜트(피크 수요에 대응하는 발전소)를 대신해서, 또는 주파수 관리를 위해 수백 MWh 에서 1GWh 규모의 배터리 팜을 설치한다. 이들은 기존의 피커 플랜트(일반적으로 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비용보다 저렴하고 수요/주파수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테슬라는 2017년 호주 혼스데일에 119MWh 배터리 팜의 설치를 시작으로 메가팩의 공급을 가속화하고 있다. 테슬라의 그리드 스케일 배터리인 메가팩의 경우 지금 주문하면 2년 후에 인도를 받을 정도로 수요가 넘치고 있다(생산량을 현재 연간 20GWh 수준에서 80GWh로 늘리고 있음에도 생기는 현상이다). 

테슬라 에너지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공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가정

각 가정은 테슬라의 파워월과 같은 주택용 배터리를 설치함으로써 안정적인 전원 공급과 전력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작은 주택용 배터리를 묶어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를 구현할 수 있다.

테슬라는 이미 50만대가 넘는 파워월을 설치하였고, 호주와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VPP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예를 들어, 2022년 여름 캘리포니아에서 3500가구를 묶어 50MW(소규모 피커 플랜트 규모)의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그리드의 안정화에 기여했다. 이 당시에 VPP에 참여한 가구는 kWh당 2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전기를 판매하였다. 올해는 텍사스에 테슬라 전기(Tesla Electric)를 설립하고, 푸에르토리코에 7만5천 가구가 참여하는 VPP를 시작함으로써 본격적으로 VPP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현재는 전력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수백만, 수천만 가구가 참여하게 되면 마치 전력망도 인터넷이 미디어에 가져온 변화와 유사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테슬라의 VPP(가상발전소)는 오토비더라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수많은 배터리를 통제/관리하고 전력시장에 참여한다(오토비더는 테슬라 자동차 네트워크에서 오토파일럿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산업시설/대형 건물

대부분의 산업시설이나 대형 건물은 정전을 대비해 발전기를 설치한다. 하지만 발전기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다. 발전기와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를 대신해서 배터리를 설치하면 안정적인 전원 공급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물론 이 배터리들도 VPP에 참여할 수 있다.

전기차 

전기차는 기존의 그리드에서 고려되지 않았던 중요한 요소이자 폭탄이다. 대부분은 전기차의 대량 공급이 전기의 부족과 그리드의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전기차는 남는 전기를 저장해 놓을 수 있는 주요한 저장 장치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퇴근 후 부터 출근 전까지 충전하게 된다. 전력회사들은 전기요금을 조절하여 전기의 수요가 낮은 늦은 밤과 새벽에 충전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고, 전기차는 충전 시간을 미리 설정함으로써 저렴한 비용으로 충전을 할 수 있다.

내가 사용중인 전기차 요금제 (경부하일때 충전하도록 설정함)

이러한 충전 패턴은 전기 수요의 변화를 완만하게 하여 그리드를 안정화시키고 발전 설비의 가동율을 높여 전력 인프라의 효율성을 높인다. 테슬라 전기는 야간에 충전하는 조건으로 월 $25에 무한충전 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수요 대비 전력 공급이 많을 때(예를 들어, 늦은 밤, 태양광 발전이 많을때) 전기차를 충전하면 저렴하게 충전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와 인센티브를 도입하여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에 V2G(Vehicle to Grid) 기술을 도입하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전기차 충전소 

전기차 급속 충전소는 수십대의 차량이 동시에 충전하기도 하고 한대도 충전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등 수요의 변동이 심하고 수요가 급증하는 경우 전기 단가가 급증할 수 있다. 따라서 대규모 급속 충전소에는 대용량 배터리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테슬라의 경우 현재 가장 큰 충전소의 경우 84개의 충전기가 있고 앞으로 100개가 넘는 충전기를 설치하는 충전소들이 계획되어 있다. 100대가 동시에 평균 100kW의 속도로 충전한다면 순간 전력 수요가 10MW에 달하기 때문에 배터리 설치는 필수적이라 하겠다. 이러한 충전소에 설치된 배터리는 충전소의 안정적인 운영과 전기 비용 절감에 도움도 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VPP 네트워크에 참여함으로써 그리드의 안정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테슬라는 현재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참여자(배터리)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배터리의 네트워크를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함께 만드는 에너지 생태계

혁신은 어느 날 갑자기 온다. 기존의 관점으로는 상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갑자기 현실이 되는 시점을 맞이한다. 그러나 에너지는 단순히 에너지 시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산업의 영역은 거의 전무하다. 심지어 이는 경제적, 기술적 혁신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의 존속과 인류의 지속을 담보로 하고 있는 모두의 가장 중요한 이슈다.

그럼에도 그 관점을 생산 관점, 선형적인 사고 관점, 정부와 환경단체에 의존하는 관점에 두고 계속 벗어나지 못하면 절대로 이 위기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 기술은 이미 있고, 테슬라는 배터리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가능하고 가야하는지 이미 길을 보여주고 함께 동참하기를 권한다. 네트워크로 사고를 전환하고, 서로의 편협한 사고의 틀을 깨도록 도와주어야 당면한 과제의 구조를 볼 수 있다. 이 거대한 방향에 개인도, 기업도, 정부도, 단체도 동참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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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1, 2023

Sangkyu Rho, PhD
Professor of Information Systems
SNU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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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Agnès Yun (윤지영)
Founder & CEO, Organic Media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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