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 에너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무엇이 문제인가? [오가닉 에너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무엇이 문제인가?](https://i0.wp.com/organicmedialab.com/wp-content/uploads/2023/08/OrganicEnergy-frog-2259065634-e1691945272521.jpg?resize=594%2C476&ssl=1)
뜨거워진 지구는 우리 삶에, 일상에 침투해 있다. 홍수, 가뭄, 태풍 등의 자연재해에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점차 빈곤, 건강, 먹거리 등 인류 전체의 먹고 사는 문제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당장 대한민국의 이 여름은 얼마나 뜨거웠으며 얼마나 이상 기후로 하루가 멀게 시달리고 있는가. 인류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극한 현상은 이미 ‘정해진 미래’가 되었고 더 극단적인 상황은 이미 임박해 있다.
그러니 자리에 앉으면 모두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들 한다. 그렇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까지는 모두 알게 되었다.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의 활동 즉 우리의 소비가 불러온 재앙이라고 한다. 그러면 질문을 하나 해보자. 35도를 웃도는 폭염에 오늘 나는 에어콘을 끌 수 있을까? 에어콘 없는 식당에서 불평없이 밥 한끼 먹을 수 있을까? 내연기관차를 타지 않고 출근할 수 있을까? 더 적게 먹고, 더 적게 쓰고, 추워도 더워도 불편해도 지구를 위해 나, 오늘, 무엇을 참을 수 있을까?
당장 내일 죽는다고 해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이번 여름 하루도 에어콘을 끄지 못했다. 지구 오염에 참여하고 싶지 않아서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 자급자족 농사지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존경스럽지만 나를 포함하여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이런 산속에서도 이산화탄소는 넘치게 배출된다.
환경단체들은 기본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는 방법을 추구한다. 정부는 태양광, 풍력 등 그린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전기차 보급 등을 위해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듯 하지만 그 정책의 실상을 따져보면 제자리다. 여기에 기존 산업과의 마찰이나 돈 앞에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하는 불가항력적이고 복잡한 이슈들은 언급하지 않겠다. 게다가 기업들은 ESG 활동을 통해 그린 이미지를 입히기 바쁘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우리가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다.
문제의 핵심 (Problem definition)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개인이 동참해야 하지만 ‘희생’을 통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면책과 득표를 위한 약속이나 계획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집에 불이 나서 다 타버리게 생겼는데 한 숟가락씩 물을 퍼나른다고 꺼지지 않는다. 지금 겪고 있는 기후변화의 원인은 인간의 활동, 즉 우리의 생산과 소비활동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기후변화를 가져온 인간의 생산과 소비활동이 ‘자연’과 결부되어 있으며, 따라서 오직 자연의 섭리(법칙)안에서만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무슨 선택을 하고 어떤 실천을 하든 가장 중요하다. 질문이 틀리면 답은 당연히 틀릴 수밖에 없다. 환경단체들은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모두 강건너 불구경이라고 답답해 한다. 그런데 각자가 보고 있는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 전체를 볼 수 없다. 게다가 환경이 마케팅이 되고 돈이 되고 ‘힙한’ 라이프스타일이 되어서 진짜를 가려내기는 더 어려워진 형국이다. 내가 멋져 보이고 내가 뿌듯하고 내 회사의 매출 때문에 변죽을 울리고 ESG를 하는 척하는 모든 주체는 문제의 핵심을 흐린다.
새로운 캠페인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해한 구조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글의 목적이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하는 행동이 전체를 움직이는 힘이 되는 것, 물질적 가치와 존재적 가치의 선순환 구조에 관한 것이다. 어떤 시스템이나 규제, 정책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문제의 핵심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든다. 시간을, 중력을 거꾸로 돌릴 수도 있는 힘이 여기 있기 때문이다.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수십억 명의 주체가,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하는 행동이 결국은 전체를 돕는 결과를 만드는 구조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오직 시간이다. 우리에게 넘쳐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볼 수 없게 만드는 편견과 정보의 단절과 (마케팅의) 소음이다. 가속도가 필요하다. 살아있는 네트워크의 원리로 가속도를 만들지 않으면 이 위기를 막을 길은 없다.
문제를 본질적으로 파악하게 되면, 해결방안 또한 달라진다. 불이 난 집에 숟가락으로 물을 퍼서 붓는 것이 아니라 소방차도 불러야 하고 건물의 구조도 파악해야 한다. 전략적이고 효율적으로 접근해서 불을 가장 빠른 방식으로, 그러나 완전히 꺼야 한다.
기후변화 대책의 한계
주지하다시피 기후변화의 원인은 한마디로 우리가 화석연료을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에어컨, 자동차, 온수 등 우리를 편리하게 하는 모든 것들이 다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짧게는 수백만년, 길게는 수억년에 걸쳐 자연적으로 포집된(땅 깊숙이 묻힌) 이산화탄소를 수백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배출하는 중이다. 비유를 하자면,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의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쓰레기를 매일 생산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지구는 사람이 더 살 수 없는 쓰레기장이 되어버릴 것이다. 이산화탄소도 이와 같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자연이 포집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답은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한 대책은 현재 두 가지다. 모두가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 그리고 그린 에너지로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관점은 둘 다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은 인류의 문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줄일 수도 없다. 더울 때 에어콘 사용 줄이고, 겨울에 춥게 지내고, 불편해도 대중 교통 이용하자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극소수가 실천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구온난화의 가속도를 줄이거나 되돌리지 못한다. 그게 인간이고 우리 자신이다.
또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은 저렴하고 풍부한 에너지(지금까지는 화석연료)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것이다. 일인당 에너지의 사용량이 늘리지 않는다는 것은 문명의 발전을 멈추는 것과도 같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가 다함께 30년 전, 50년 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냐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상 절대 불가능하다. (문명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인류가 만든 가치인가의 본질적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 않겠다.)
둘째, 그린 에너지 관점은 생산 관점에서만 에너지를 생각하는 오류가 있다. 현재의 에너지 대책은 화석연료를 일부 대체할 에너지의 생산에 집중되어있다. 하지만 친환경 전기의 생산은 수요와 무관하게 일어난다. 친환경 전기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 발생하는 결정적인 문제다. 이를 ‘덕 커브(Duck Curve)’ 현상이라 한다. 예컨대 출퇴근을 중심으로 에너지 소비가 이뤄지는 반면, 생산은 출퇴근에 맞춰지지 않는다. 해가 뜨고 정오가 되고 해가 지는 자연의 리듬을 썸머타임이나, 재택근무, 주말에 맞게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가 없다.

즉 에너지의 생산, 유통, 소비 전반에 걸친 인프라의 전환 및 생태계의 조성없이는 더 저렴하고, 풍부하고,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그린 에너지로 전환에 집중하고 그동안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에너지 생태계, 이른바 ‘오가닉 에너지’의 개념이다.
우마차 길로는 자동차가 달릴 수 없다
우리는 매일 물을 사용하지만 비는 매일 오지 않는다. 물의 생산과 수요에 심각한 불일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해결했는가? 당연히 물을 저장함으로써 해결했다. 저수지, 댐, 물 탱크, 물 항아리 등의 크고 작은 저수시설을 이용하여 생산과 수요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했다. 자연은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비가 많이 올 때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소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까지 전기는 반대로 해왔다. 현재의 그리드는 수요에 따라 전기를 생산하는 온디맨드 방식이다. 생산을 통제함으로써 수요와 공급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대 수요(피크 디맨드) 대비 약 15% 수준의 추가 용량(버퍼)을 더한 발전용량을 가지고 수요에 따라 발전소를 가동하기도 정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태양광, 풍력을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는 빗물처럼 생산 자체가 통제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전력 인프라의 기본 전제를 무효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갑자기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이 늘어 핵 발전소의 가동을 일부 중단하는 사태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 마치 자동차는 대량 공급되는데 자동차가 다닐 도로는 준비되지 상황과도 같다. 그리드를 비롯한 전력 인프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이유다.
모두가 발전소가 되는 에너지 생태계
소비자의 수요도 통제할 수 없고 공급도 통제할 수 없는 경우, 수요와 공급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물처럼 저장하는 것이다. 전기 저장시설을 이용하는 것인데, 물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물은 수질 오염을 해결하고 정화를 시켜야 하므로 개인이, 각 주택이 전체 물의 생산과 소비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 참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전기는 다르다. 유통 과정에서 오염되거나 상하지 않는다. 가짜 휘발유나 가짜 뉴스처럼 법의 틈을 타서 누구를 속일 수도 없다. 각자가 덜 쓰고 더 덥고 더 춥고 더 불편한 방식으로 희생하면서 에너지를 절약하며 참여할 필요가 없다. 더 생산적인 방식으로, 마음껏 에너지를 써도 되는, 더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유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의 생산/저장/소비의 3가지 축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각 개인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때, 개인의 희생을 통한 참여가 아니다.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기 때문에 참여하는데 결과적으로 전체를 위해 서로 돕는 결과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오가닉 에너지의 핵심이다.
현재 가속화되고 있는 전기차로의 전환은 그 증거다. 자동차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정부와 환경단체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다. 1세대 전기차(니산의 리프, BMW의 i3 등)는 울며 겨자먹기 식이었다. 정부의 규정을 최소한으로 준수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공급량도 시장을 움직이기에는 턱없이 적었다. 하지만 테슬라나 중국의 BYD의 전기차들은 이미 가성비 관점에서 내연기관차를 추월했다. 이러한 압도적인 가치와 합리적 가격은 소비자들을 대거 움직이게 하였고,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기존 자동차 제조사를 움직이고 있다. 전기차를 타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인데 환경에도 좋으니 그 전환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화석연료 사용을 0으로 만드는 속도는 더 빨라져야 한다. 정부가 탄소배출 규제하고 전기차 보조금 주는 것으로는 가속도를 가져올 수 없다. 네트워크의 원리를 이용한 가속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개인이 에너지의 생산과 유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에너지 생태계를 조성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누구나 전기를 생산/저장/유통/소비하는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누구나 발전소가 되는 오가닉 에너지 세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살펴볼 것이다. 에너지의 생산, 유통, 소비 전체를 포괄하는 생태계의 관점, 살아있는 네트워크의 원리, 자연의 섭리를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이다. 이미 기술적으로, 산업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만, 문제의 핵심을 모두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개인이 전기를 생산/저장/유통/소비하는 생태계는 지금의 미디어 생태계와 같은 모양이 될 것이다. 과거에는 KBS, MBC, SBS (기존 발전소)가 제작한 콘텐츠를 송출하면 시청자들은 그 콘텐츠를 소비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개개인이 미디어이자 우리 전체가 미디어인 구조다(우리는 이것을 오가닉미디어로 명명하였다).
이어지는 시리즈를 통해 오가닉 에너지의 원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전기의 한계비용이 0이 되는 세상을 논하고자 한다. 이에 정부, 기관, 기업, 개인 등 각자의 역할이 보다 명확하게 그려지는 생태계를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어지는 글: [오가닉 에너지] 풍요에 답이 있다>
<추천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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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 예시: 노상규, 윤지영, [ 오가닉 에너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무엇이 문제인가?, 오가닉 미디어랩, 2023, https://organicmedialab.com/2023/08/14/organic-energy-problem-definition/
August 14, 2023
Sangkyu Rho, PhD
Professor of Information Systems
SNU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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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Agnès Yun (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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