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란 무엇인가?

[테슬라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란 무엇인가?

<추천 강의: 테슬라로 배우는 오가닉 비즈니스: Scalable, Agile, and Learning Networks >

폭스바겐을 비롯한 모든 자동차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소위 ‘Software Defined Vehicle’)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폭스바겐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 자회사를 설립하여 6천명이 넘는 개발자, 엔지니어, 디자이너를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는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2023년 5월 자회사 CEO를 교체하고 2026년 목표였던 통합 OS 등의 개발을 2년 늦추는 등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포드의 CEO 짐 팔리(Jim Farley)도 소프트웨어 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왜 어려운 것일까? 자동차 회사에게도 어렵지만 심지어 앱 개발 등 소프트웨어가 주력 비즈니스인 기업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같은 오가닉 비즈니스는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든, 기존 비즈니스에 접목하든,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가 되든, 모두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없이 소프트웨어를 회사에 도입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엔지니어를 고용한다고 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란 무엇인가? 지금부터 비즈니스, 제품, 프로세스, 조직의 4가지 관점을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전통적인 비즈니스(하드웨어 중심) 관점과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서 테슬라는 어떻게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고를 기반으로 오가닉 비즈니스를 일구고 있는지 알아보고 시사점을 정리한다.

비즈니스 관점: 무한규모의 경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가장 큰 차이는 한계비용에 있다. 소프트웨어처럼 한계비용이 제로인 재화는 추가적인 비용없이 무한히 생산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비즈니스는 기존의 비즈니스에 비해 차원이 다른 규모가 가능하고 이에 맞는 비즈니스 전략을 세워야 한다.

테슬라는 자동차 하드웨어를 생산하기는 하지만 비즈니스의 구조와 전략은 기존의 자동차 기업과 차원이 다르다. 테슬라는 2030년까지 연간 2천만대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의 자동차 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다. 그럼 테슬라는 자동차 하드웨어를 많이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 목표일까? 아니다. 자율주행을 포함한 소프트웨어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 목표다. 전자는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이며 후자가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고다. 테슬라 가격은 ‘싯가’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이렇게 테슬라가 생산량에 맞춰 가격을 다이나믹하게 조정하는 이유는, 하드웨어를 원가에 팔고 대신 소프트웨어를 팔아 돈을 버는 구조가 비즈니스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익 구조는 구글, 아마존 등이 이미 입증하였다. 이러한 방법으로 이미 판매된 차량으로부터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우선은 자동차 하드웨어를 최대한 많이 파는 것이 목표가 된다. 현재도 약 4백만대의 차량 중 40만대가 FSD를 구매/구독(현재 1만5천 달러/월 200달러)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훨씬 많은 이익을 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라면 하드웨어를 원가에 팔고 소프트웨어로 돈을 버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제품 관점: OS 중심의 제품

자동차와 같은 하드웨어는 일반적으로 구매자에게 인도된 후에 개선이 거의 불가능하다. 구매자에게 인도되는 것까지가 생산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다. 반면, 소프트웨어 중심의 제품은, 판매된 이후에도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의 개선이나 (기획시점에는 상상도 못했던) 다양한 기능의 추가가 가능하다. 어쩌다 한번씩 업데이트하면서 결함을 보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판매한 다음부터, 차량을 인도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가치를 전달하는 프로세스가 시작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거나 앱을 설치함으로써 같은 하드웨어지만 더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테슬라의 자동차도 그렇다. 센트리 모드, 애견 모드, , 라이트 쇼, 내비게이션, 블라인드 스팟 카메라, FSD 등 짧게는 2주에 한번씩 되는 업데이트는 테슬라 차주들에게는 선물과 같다. 실제로 지난 2년간의 업데이트를 통해 내가 고객으로서 느껴온 점이기도 하다. 하드웨어적으로는 동일한 자동차지만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고, 재미있는 차가 되었다.

이러한 차원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제품 구조(architecture)를 가져야 한다. 즉 자동차가 바퀴달린 컴퓨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운영체제(OS)다. OS가 자동차의 핵심이 된다는 것은 자동차 하드웨어의 아키텍처가 기존과는 차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기존 자동차는 150여개의 독립적인 모듈(예를 들어 시트 컨트롤 모듈, 바디 컨트롤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 다른 공급업체가 개발한 모듈들은 제각기 다른 반도체 칩과 소프트웨어가 있는 구조여서, 이들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는 이전의 피처폰과 여러분의 스마트폰의 아키텍처가 얼마나 다를지 상상해보면 알 것이다.

테슬라는 바퀴달린 컴퓨터다

하드웨어 중심의 제품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제품으로 진화하면 시장은 OS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OS를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은 대부분 2~3개의 대안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PC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Windows와 애플의 MacOS, 스마트폰 시장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정도다. 이는 OS의 경우 무한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독보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고 누가 2위 자리를 차지할지는 아직 안개속이다.

하드웨어 중심의 제품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제품으로
(https://twitter.com/TeslaBoomerMama/status/1634015322331308033?s=20)

또한 하드웨어 차원에서의 차별화보다는 소프트웨어 차원의 차별화가 중요해짐으로써 하드웨어의 다양성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는 수백가지 종류의 피처폰이 몇가지 종류의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현상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컴퓨터가 된 자동차라는 제품에도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애플의 스마트폰 하드웨어가 각 카테고리별로 하나씩 있듯이 테슬라도 카테고리별 한 대 정도, 총 10개 정도의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수십가지의 모델이 있는 것과는 전략적으로 대비된다.

그렇다면 기존의 자동차 회사에서도 애플의 MacOS,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OS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프로세스 관점: 애자일 

소프트웨어 중심 제품의 변경주기는 하드웨어 중심 제품의 변경주기와 차원이 다르다. 아마존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는 하루에도 수없이 수정된다. 이렇게 변경 주기가 다른 것은 소프트웨어가 본질적으로 쉽게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기술의 지속적인 혁신, 비즈니스 환경의 급격한 변화 등이 소프트웨어의 변경주기를 지속적으로 단축시키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도 소프트웨어처럼 하루에도 여러차례 변경하는 것이 가능할까? 기존 자동차의 경우 3년내지 7년의 변경 주기를 가지는 반면 테슬라는 3시간 단위의 변경 주기를 가진다.

기존의 선형적인 개발 방법(기획→설계→디자인→개발→테스트→배포)으로는 길게는 주 단위, 짧게는 시간 단위의 변경 주기를 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방법이 애자일 개발 방법이다. 모두(기획자, 설계자, 디자이너, 개발자, 테스터 등)가 동시에 개발에 참여하고 자동화된 검증 및 배포를 통해 변경 주기를 연 단위에서 시간/일 단위로 축소시킨다. 애자일을 도입하는 일반적인 회사들처럼 애자일 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애자일 구조로 작동한다. 테슬라는 애자일 방법의 원리를 한 차원 개선하여 소프트웨어 개발 뿐 아니라 하드웨어 개발 및 생산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수십년간 가져온, 분업화되고 선형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과연 애자일 방식으로 혁신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조직 관점: API 조직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성격과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조직 체계도 이에 맞게 갖춰야 한다. 

우선 소프트웨어 조직은 생산(production) 조직이 아니라 창조(creation) 조직이 되어야 한다. 창의적/창조적 업무인 소프트웨어 개발은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 하였듯이 개인의 능력차가 100배 이상 날 수 있으며 평균적인 개발자 100명이 모여도 천재적인 개발자 1명이 만든 것을 따라갈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테슬라의 수백명의 뛰어난 개발자가 개발한 것을 수천명의 개발자가 모인다고 10배 빨리 개발할 수도 없고 실패할 가능성은 훨씬 높다. 일례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가 늦어진다고 추가 인력을 투입하면 오히려 더 늦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두번째로 하드웨어의 모듈/부품이 계층구조(Tree structure)를 이루는 데 반해 소프트웨어는 모듈/기능이 네트워크 구조(Network structure)를 이루기 때문에 이에 맞는 조직 구조가 필요하다. 즉 하드웨어는 부품 단위로 일을 나눠서 하더라도 상위의 부품과 바로 하위의 부품과의 조율만 필요하지만, 소프트웨어의 경우는 다르다. 한 기능이 여러 기능과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계층 조직을 기반으로 조율을 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또한 한번 개발이 끝나면 오랜 기간 변경이 없는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의 경우 수시로 변경이 필요하다. 기존의 계층 조직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API란, 각 소프트웨어 모듈이 다른 모듈과 독립적으로 개발되면서도 협업이 가능하도록 만든 일종의 프로토콜(규약)을 말한다. 소프트웨어 중심 사고를 조직에 적용한다는 것은, 이 API 컨셉으로 조직 구조를 개편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방식은 조율의 필요성을 최소화하고 문제의 원인 파악도 쉬울 뿐 아니라, 모든 팀이 동시다발적(parallel)으로 소프트웨어를 수정/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조직은 이러한 소프트웨어 개발 구조와 대응되는 이른바 네트워크 조직을 이룬다. 테슬라의 사례가 그렇다.

테슬라는 API의 구조를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하드웨어 개발 및 생산에도 적용하여 수많은 팀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도 개선하고 있다.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 사고로는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가 따라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기존 자동차 회사의 위계조직을 API 조직, 네트워크 조직으로 혁신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4가지 관점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고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이 4가지 차원이 상호보완적으로 고려되고 동작해야만 소프트웨어 중심 사고가 비즈니스로 실현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고는 무한규모를 만드는 원리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며, 제품에 대한 이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 조직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바꾸는 것을 말한다. 

앞에서 포드의 CEO가 소프트웨어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 토로했다는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다. 이에 일론 머스크는 기꺼이 기존의 자동차 기업을 도울 준비가 되어있으며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답을 했다. 이번 글은 질문으로 마치려고 한다. 포드를 포함한 기존의 자동차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아니면 미워도 테슬라와 협업하는 것이 맞을까? OS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비즈니스, 제품, 프로세스, 조직 관점에서 총체적인 혁신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테슬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는 것이 맞을까? 판단은 이 글을 읽은 여러분께 맡긴다. 이 글과 트위터 등에 댓글로 의견을 주시기 바란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고를 실천하며 독자들과 토론을 이어가보고자 한다.

* 많은 공유와 피드백 부탁드리고 글을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다음과 같이 (링크를 포함한) 출처를 밝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인용 예시: 노상규, [테슬라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중심 사고란 무엇인가?오가닉 미디어랩, 2023, https://organicmedialab.com/2023/06/09/software-centric-thinking/

Jun 9, 2023

Sangkyu Rho, PhD
Professor of Information Systems
SNU  Business School

e-mail: srho@snu.ac.kr
facebook: sangkyu.rho
linkedIn: Sangkyu Rho
X (twitter): @srho77

3 thoughts on “[테슬라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란 무엇인가?

  1. 안녕하세요 교수님, 언제나 좋은 영감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말씀처럼 테슬라의 전략이 성공하려면(이미 성공한 것 같기는 합니다만^^)지금 보다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이 선행되어야 할텐데요. 시간문제라고 보시는지요?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기 위한 테슬라의 판매전략이 있을까요?

    • 현재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이라는 시장의 특성상 테슬라가 보이지 않는 것이지, 북미, 유럽, 중국은 다릅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모델Y는 올해 5월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입니다. 글에도 적었지만 가격을 싯가로 조정하는 것은 생산량에 따라 점유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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