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비즈니스] 테슬라 미션의 경제학 [테슬라 비즈니스] 테슬라 미션의 경제학](https://i0.wp.com/organicmedialab.com/wp-content/uploads/2023/02/tesla-aligning-vectors.png?resize=594%2C476&ss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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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왜’라는 단어는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 내가 왜 일하는지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 물론 기업의 미션, 핵심가치를 정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진정으로 미션을 의사결정과 행동의 나침반으로 여기고, 핵심가치를 제대로 지키는 기업은 드물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돈 버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달 실적, 올해 실적에 치이다 보면 미션이나 핵심가치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번 뒤로 물러선 미션이나 핵심가치는 벽에 걸린 장식품으로 끝난다.
그런데 만약, 미션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돈을 버는데 더 도움이 된다면, ‘왜 일하는지(Why)’를 중심으로 더 효과적이고 더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면, 여러분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아마 대부분 이상일뿐이고 현실은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은 Why를 중심으로 기하급수적 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기업이다. 아마존의 경우는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구매 의사결정을 돕는 것’이 존재 이유다. 일반적인 리테일 기업에서 어떻게 충동구매를 이끌어 낼까를 고민할 때, 아마존에서는 어떻게 후회 없는 구매를 하게 할까 고민했다. 어떻게 보면 실적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 그 결과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테슬라의 미션을 사회적 가치가 아니라 경제적 가치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려고 한다.
한 방향 보기
기업은 공통의 목표를 위해 협업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 한뜻으로 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한다.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이 대리인 이론(agency theroy)으로, 기본적인 전제가 본인(principal)과 대리인(agent)은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고 정보 비대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제도가 결제와 보고다. 사장은 회장의 의중에 맞게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결제를 받고 일을 임원에게 나눠주고 결과를 보고받는다. 임원은 사장의 의중에 맞게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결제를 받고 일을 팀장에게 나눠주고 결과를 보고받는다. 이 과정은 실제로 일을 하는 말단 직원까지 반복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회장의 의중과 실제로 일하는 직원이 보는 방향은 틀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상사의 말과 행동(의중)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고객을 위한다고 하지만, 승진을 위해 행동한다). 이러한 경우 공통의 목표(그것이 미션이든, 주주 가치 제고이든, 고객 가치 제고이든 관계없다)를 위해 힘이 모아지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문제를 엔지니어답게 벡터로 표현했다. “기업 내의 개인은 벡터(크기와 방향)다. 기업의 진전은 모든 벡터의 합(크기와 방향)에 의해 결정된다(Every person in your company is a vector. Your progress is determined by the sum of all vectors.)”
여기서 방향은 공통의 목표와 구성원들의 목표가 일치하는 정도를 나타내고 크기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에서처럼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 서로 엉뚱한 곳을 바라보는 경우와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는 경우는 결과값이 다르다. 후자는 같은 기간 내에 목표점에 가깝게 도달할 수 있다. 모두가 한 방향을 보고 일하면 최대의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한 방향을 볼 때 쓸모없는 혁신을 최소화하고 그 결과 최대의 효과를 얻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한 방향으로 힘이 모아지기보다는 부서 간의 갈등, 상하 간의 갈등 등으로 힘이 분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테슬라 미션과 Why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테슬라의 미션은 믿기도 어렵고 직원 개인에게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언론에 비치는 일론 머스크의 말이나 행동은 미션에 전혀 의미를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테슬라의 경우는 일반적인 기업과 달리 이 미션이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의 나침반이 된다.
미션 관점에서, 테슬라의 목표 중 하나는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현재 돌아다니는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이다.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전기차가 아니라 가장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된다. 볼보보다 안전하고, 포르쉐보다 빠르고, 프리우스(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좋은 연비의 대명사)보다 연비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소위 말하는 KPI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앞당긴 일수(Days accelerated to sustainable energy)다.
이렇게 벽에만 걸려있는 미션이나 비전이 아니라 모든 직원이 스스로 의사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하지만 그 힘이 한 방향으로 모아지게 하는 것이 테슬라의 미션이자 Why다. 우리는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일하는 이유가 된 미션/목적을 Why라고 부른다. 이 테슬라의 Why는 고객도 경쟁사도 한 방향을 보게 한다(사이먼 사이넥의 <스타트 위드 와이(Start with Why)>에서 말하는 Why라고 생각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동기, 원리, 구조 등 본질적으로 다르다).
오가닉 비즈니스 관점에서 Why는 고객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고객을 직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이 보는 방향에 맞춰 고객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바라보는 방향에 맞춰 기업이 보는 방향을 일치시켜야 한다.
아마존의 사례를 보면 물건을 많이 파는 것은 기업이 보는 방향이다. (후회할) 물건을 많이 사고싶은 고객은 없다. 고객은 제대로된 구매 의사결정(좋은 제품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사는 것)을 하고 싶을 뿐이다. ‘고객의 구매 의사결정을 돕는다’는 아마존의 Why는 고객의 진정한 문제와 일치되어 있다.
물론 진정한 고객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기업의 Why를 찾는 것은 쉬운 여정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알고 보면 기업의 관점에서 본 문제다. 눈앞의 경제적 이익과 단기적 목표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진정한 Why를 찾고 나면 훨씬 더 많은 경제적 장점이 기다리고 있다.
Why의 경제학
진정한 Why를 찾고 제대로 Why가 작동하면 리더와 함께 일하는 팀원과 고객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게 한다. 그렇다면 어떤 경제적 장점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리더: 함께 할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
리더 관점에서 함께 할 능력있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은 성공의 전제조건이자 핵심요소다. 하지만 능력있는 사람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경제적인 유인으로 능력있는 사람을 구할 수는 있으나 언제든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날 수 있다는 위험이 따른다. 또 어느 정도 경제적인 부를 이루면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테슬라의 Why는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전기차 비즈니스 초기에 공동창업자이자 배터리 전문가인 JB 스트라우벨(JB Straubel), 테슬라의 모든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 같은 인재가 참여하도록 하는 유인이 되었다. 이후에도 수많은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핵심 요인이 되었다. 특히나 이미 백만장자가 된 직원들도 떠나지 않고 계속 일하는 유인이 되기도 한다.
팀원: 진정한 임파워먼트를 통한 개인의 성장
대부분의 기업에서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중요시하고 제도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임파워먼트라고 할 수는 없다. 언제든지 상사에 의해 뒤집어 질 수 있는 임파워먼트는 무늬만 임파워먼트다.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판단이 아니라 상사의 의중을 헤아려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을 한다.
테슬라의 Why는 진정한 의미의 임파워먼트를 가능케 한다. 팀 단위로 일하는 테슬라에서는 위 아래가 없다. 오직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지, 구현하려는 해결책이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인지만 신경쓰면 된다. 인턴사원도 정직원과 똑같은 권한과 책임과 있고, 일론 머스크도 예외는 아니다.
테슬라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은 위아래 없이 똑같은 권한과 책임,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일한다. 역할만 다를 뿐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역할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개인적 성장을 한다. 이 개인적 성장은 다시 테슬라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고객: 고객이 직원되는 원동력
‘고객이 직원이다’라는 말은 매우 매력적이어서 오가닉 비즈니스를 처음 접하는 기업들은 이를 바로 적용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대부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이디어 공모전, 고객 커뮤니티 등이 고객을 직원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도한다. 하지만 고객을 제대로 된 직원으로 만드는 것은 비즈니스의 구조와 프로세스의 변화없이 불가능하다. 여기서 핵심은 고객이 기업을 위해 일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의 미션, 의사결정 방식, 업무 프로세스 등은 하나도 바꾸지 않고 겉모양만 바꾼다고 고객이 직원이 되어 일하지는 않는다. Why는 고객이 기업을 위해 일하는 이유다. 고객은 월급을 받지도 않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그 결과가 기업을 위해 일한 결과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테슬라의 고객은 테슬라의 마케터이자 영업사원일 뿐 아니라 데이터 수집 및 테스트를 하는 개발자이기도 하다. 이는 테슬라 오토파일럿 팀의 작전명 ‘고객 일시키고 휴가가기(Operation Vacation)’에서도 잘 드러난다. 고객들은 자신의 테슬라를 운전했을 뿐인데, 친구를 태워줬을 뿐인데, 테슬라를 위해 일한 결과가 된다. 고객이 일한 결과는 다시 고객의 차량의 가치를 더 높이는 선순환에 기여한다.
Why에서 출발한 테슬라는 최고의 전기차를 만드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 최고의 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 하기 위해서는 전기차끼리 경쟁해서는 안된다. 고객에게 최고의 차가 주는 가치를 주어야만 고객이 직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차를 선택했을 뿐인데 그 결과가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스스로를 돕는 결과기 되는 것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 경영도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기업의 본질이나 체질을 바꾸기 보다는 기존의 비즈니스 틀에서 사회적 책임을 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ESG 경영을 결국 비용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되고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지금 회사에서 ESG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면 겉모양이 아닌, 회사의 Why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테슬라의 미션이자 Why가 어떻게 고객을 포함한 모든 참여자들이 한 방향을 보게하고 그 결과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더 빠르게 할 수있게 하는 지 살펴보았다. 물론 Why만으로 이러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Why를 중심으로 제품, 조직, 프로세스의 변화를 이루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 있다. 하지만 진화하지 않으면 죽는 세상에서 선택의 여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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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 예시: 노상규, [테슬라 비즈니스] 테슬라 미션의 경제학, 오가닉 미디어랩, 2023, https://organicmedialab.com/2023/02/27/economics-of-tesla-mission/
Feb 27, 2023
Sangkyu Rho, PhD
Professor of Information Systems
SNU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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