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꿈꾸는 세상 (What Blockchains Dream)

블록체인이 꿈꾸는 세상 (What Blockchains Dream)

최근 들어 비트코인과 이더(이더리움의 화폐)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암호화 화폐(cryptocurrency), 블록체인(blockchain)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비트코인을 비롯한 블록체인에 대한 일반의 이해는 오해에 가깝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을 암호화 화폐(cryptocurrency)의 관점에서 투자(투기)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분산장부(distributed ledger)의 관점에서 기존 시스템을 더욱 효율화하고 고도화할 기술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해는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금융, 조직, 경제, 사회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첫째, 블록체인은 유무형의 자산(가치)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 둘째, 이렇게 저장된 자산은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이용하여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 셋째, 나아가 블록체인은 우리가 협업하고 조직화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지금부터 블록체인이 무엇이며 암호화 화폐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간단히 알아보고, 위의 3가지 관점에서 블록체인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지 살펴본다. 이 글은 요약본이다. 이 글에 언급된 개념과 현상들은 앞으로 이어지는 시리즈 글을 통해 좀 더 깊게 파헤치면서 정리해 갈 예정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 화폐

1.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첫째, 블록체인 시스템은 한마디로 인터넷 상에서 중개자(middleman)이 없이 거래 당사자 간의 직접 거래(금융 거래 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거래)를 가능케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은행이나 트랜스퍼와이즈(P2P 외환 송금 서비스)와 같은 핀테크 기업 없이 중국에 있는 개인과 안전하게 외환거래가 가능하다.

둘째, 블록체인 시스템은 분산 장부(좁은 의미의 블록체인), 즉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거래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공개장부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다음과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

  • 국가나 지역과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 및 접근이 가능하다.
  • 다운되지 않으며, 누구도 멈출수 없으며, 해킹이 불가능하다.
  • 거래의 실행이 100% 보장되며 누구든지 거래의 내용 및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 거래 결과는 영원히 저장되며 위변조될 수 없다.

그렇다면 암호화 화폐는 이러한 시스템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2. 암호화 화폐의 역할

암호화 화폐는 블록체인 시스템의 내부 자산(internal capital)으로, 거래의 매개체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블록체인 시스템을 안전하게 유지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암호학(cryptography)과 경제시스템(economic system)이 절묘하게 조합된 시스템이다(소위 cryptoeconomic system). 블록체인 시스템은 누구도 참여를 강제할 수 없다. 따라서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즉 아무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이 규칙을 따르는 것이 규칙을 깨는 것(예를 들어 해킹)보다 훨씬 더 이익이 되도록 해야한다. 암호화 화폐는 이러한 인센티브 시스템의 근간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BTC)이나 이더(ETH)는 분산장부를 안전하게 지키는 채굴자에게 보상으로 제공됨으로써 채굴자 개개인의 경제적 인센티브와 블록체인 참여자 전체의 목표를 정렬(align)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암호화 화폐는 기존의 기업관점에서 보면 주식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경우 기존의 기업과는 많이 다르지만 경제적 시스템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주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암호화 화폐의 가치가 전체 시스템의 가치를 반영한다고 할 수도 있다.

왜 블록체인인가?

1. 자산의 인터넷

블록체인은 화폐와 같이 위조나 변조가 되어서는 안되는 모든 형태의 자산(가치)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의 토큰(증서)으로 저장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인터넷이 정보의 인터넷이었다면 블록체인은 자산(가치)의 인터넷이라 할 수 있다. 자산의 인터넷이 앞으로 가져올 변화는 정보의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를 넘어설 것이다.

2. 스마트 컨트랙트

이렇게 저장된 자산은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Nick Szabo, “Smart Contracts: Building Blocks for Digital Markets,” 1996.]를 이용하여 다양한 형태의 거래를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디지털 자산을 직접 소유하는 컴퓨터 프로그램[Vitalik Buterin, Ethereum: Platform Review, 2016.]”으로 거래 당사자가 서로 믿지 못하는 경우(counter party risk가 있는 경우)에도 중개자(trusted 3rd party)없이 당사자간의 거래를 보장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차를 장기대여하고 매월 대여료를 받는 거래를 생각해 보자. 가장 큰 위험은 거래 상대방이 대여료를 내지 않는 것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하면 대여료가 한달이상 연체되었을때 차문이 열리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형식적·비형식적 계약으로 둘러쌓여 있다. 고용주와는 근로계약을, 은행과는 금융거래 계약을, 보험사와는 보험계약을, 배우자와는 혼인서약을, 정치인들과는 알고도 당하는 계약을 맺는다. 많은 조직, 사회, 경제, 정치적 문제들이 이러한 계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 야기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예를 들어, 소송 비용)이 든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계약의 수행을 보장함으로써 이러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3. 조직없는 조직화

이러한 스마트 컨트랙트와 암호화 화폐에 기반한 인센티브 시스템은 우리가 협업하고 조직화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블록체인은 소위 DO(Decentralized Organization) 또는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를 가능케 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패한 실험으로 끝났지만 직원없는 벤처캐피털, The DAO는 DAO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존의 조직에 비해 더 민주적이고, 공평하고, 효율적이며, 유연하다.

블록체인이 꿈꾸는 세상: 3가지의 종말

블록체인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다. 3가지 측면에서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중개상의 종말 (End of Middlemen)

블록체인 시스템은 기존의 중개상이 더이상 필요없게 만든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기존의 은행이나 금융결제원이 필요없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블록체인(분산장부)을 이용하여 금융결제원(은행간의 중개상)을 없애려하지만 블록체인은 은행 자체를 없앤다. 중개상의 역할(예를 들어, 위험 분산, 정보 비대칭 해소 등)을 참여자들이 나누어 하고 참여자 간에 직접 거래를 함으로써 사회·경제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블록체인이 꿈꾸는 세상은 중개상도 없고, 계층구조도 없고, 경계도 없는 세상이다.

계층구조의 종말 (End of Hierarchy)

블록체인 시스템에는 계층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는 상사나 부하 직원이 없다. 모두가 동료(peer)다. 다만 각각의 역할이 다르고 영향력이 다를 뿐이다. 의사 결정은 민주주의적인 방법으로 한다(우리가 아는 민주주의와는 형식적으로는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Proof of Work, Proof of Stake, Liquid Democracy, Futarchy 등이 있다). 그 누구도 통제하지 않지만 모두가 통제하는 조직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구조는 계층구조가 가진 여러가지 단점(예를 들어, 높은 소통 비용, 대리인 비용(agency costs))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높은 확장성(scalability)과 유연성(flexibility)을 가진다.

경계의 종말 (End of Boundary)

블록체인 시스템은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이 분리되지 않는다. 비트코인에서는 우리(참여자, 고객)가 은행인 것이다. 우리가 이 시스템 전체를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주체가 되어 직접 화폐를 발행하고, 거래를 승인하고, 화폐의 가치를 결정하며, 보안을 책임진다. 참여자 전체가 은행이자 고객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가로 축은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의 변화를 나타낸다. 기업이 가치를 만들고 이를 고객에게 설득하는 구조에서 기업과 고객이 같이 가치를 만드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즉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 세로 축은 조직 구조의 변화를 나타낸다. 계층 구조에 기반한 조직에서 네트워크 구조의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홀러크러시도 대표적 사례다). 블록체인은 고객이 스스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치를 창출하는 조직(1사분면)이다. 즉 조직없는 조직화 현상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글에서 하겠다.

블록체인은 가치 창출과 조직 구조 측면에서 네트워크다.

블록체인은 지난 20년간 인터넷이 가져온 혁명과는 차원이 다른 혁명을 가져올 컴퓨터 기술이자 사회·경제적 제도다. 물론 아직 눈에 보이는 것은 거품뿐일지 모르나 20년 후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블록체인의 본질을 이해하고 적용하고 적응하는 자는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이다.

<관련 맛보기 수업>

<추천 글>

* 많은 공유와 피드백 부탁드리고 글을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다음과 같이 (링크를 포함한) 출처를 밝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인용 예시: 노상규, 블록체인이 꿈꾸는 세상, 오가닉 미디어랩, 2018, https://organicmedialab.com/2018/01/12/what-blockchains-dream/

January 12, 2018
Sangkyu Rho, PhD
Professor of Information Systems
SNU  Business School

e-mail: srho@snu.ac.kr
facebook: sangkyu.rho
linkedIn: Sangkyu Rho
twitter: @srho77

8 thoughts on “블록체인이 꿈꾸는 세상 (What Blockchains Dream)

  1. 블록체인이란 이상향,환타지아는 아름답다.
    그 뜻과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거래소’는 없어져야 한다.

    인간이 아름답고 유용하며 소중하기 때문에 ‘인간’을 사고판다는 식의 ‘인간시장’쯤이기 때문이다. 블럭체인이 가져다 줄 미래를 믿고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돈 자체가 돈을 가져다 주리라 믿고 돈을 넣는 , 돈 넣고 돈 먹기..지금 당장 돈이 되는 야바위꾼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부’의 편중과 그로 인한 사회시스템의 신분계급의 파괴, 고립과 종속, 지배와 피지배 등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이상향.

    더 이상 블록체인은 ‘꿈꾸지 않는다’
    분장사나 미용사의 도움이나 개입없이, 블럭체인 시스템이란 ‘거울’앞에서 자신을 스스로 꾸미고 ‘파티’에 나가 자신과 이웃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거울’을 만드는 ‘제조기술’ 이용권을 제 집안에서만 인터넷암표로 웃돈을 사고 팔며 가격을 부풀려가고만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야구장에 경기일정은 아직 없는데 말이다

    블럭체인이 꿈꾸는 세상을 위해서라도 이런 ‘거래소’는 없어져야 한다.

    물런 마을 어른들이 오기 전에, 경찰아저씨가 오기 전에, 야바위꾼들은 야바위를 계속하고 따는 놈은 따고 잃는 놈은 잃을 것이다.

    이것이 폰지 사기와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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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거품을 조금이라도 걷어내고 오해를 조금이라도 풀어보려는 노력입니다. 4년전에 쓰여졌지만 이전 글들과 앞으로 올릴 글들을 차분히 보시면 조금은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엿볼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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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중개상이 사라져서 가져올 수 있는 비용 절감은 좋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계층 구조와 경계의 종말에 관한 내용은 순기능만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아서 질문드립니다. 우선 계층 구조의 종말 부분에서 의사소통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서 좋다고 쓰셨는데, 의사소통을 민주적으로 하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중앙통제 시스템보다 비용은 훨씬 더 많이 들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대리인을 쓰는 시스템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닌지? 두번째 경계의 종말 부분, 블록체인 경제시스템에서 고객과 은행의 경계가 없어진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은행아닌 다른 분야의 기업과 고객이 서로 가치를 만들어가는 건가요? 보충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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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 감사합니다^^ 이 글은 overview이다 보니 많은 부분들을 자세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이 어떻게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는지, 왜 경계가 사라질수 밖에 없는 지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글을 앞으로 계속 올릴 예정입니다.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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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평범한 고등학생이 질문하나 드립니다ㅎ

    거래소가 가상화폐를 사고 파려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는건가요?
    아니면 거래소는 은행과 같은 일을 맡고 있다고 하기에는 애매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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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실 플랫폼을 유지하는 2,3세대 코인들의 경우에는 주식의 형태를 띄기도 하는데 아직 주식처럼 법적으로 보장받는 권리는 없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가 저는 좀 궁금합니다.

    지금과 같이 아무런 실질적 연결고리 없이 각 플랫폼이나 기업의 가치 혹은 기대치만이 반영되는 코인의 가격은 어느 한 순간 1/1000로 떨어지더라도 혹은 1000배로 폭등해도 적정가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이 없으니까요.

    이 부분을 과연 주식처럼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애초의 취지에 맞게 채굴자들 뿐 아니더라도 코인 보유자들에게도 플랫폼 혹은 기업 자체의 메커니즘에 있어서 기술적으로 권력이 주어지는 방향이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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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합니다^^ 코인 보유자에게 다양한 형태로 의사결정권을 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의 주식과 유사해지겠지요. 코인보유자에게 어떤 권한을 줄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아직은 초기라 다양한 실험과 실패를 통해 적절한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는 확실한 것은 Proof of Stake 형태의 컨센서스 알고리즘을 사용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코인보유자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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