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비즈니스] 테슬라 애자일: 혁신의 속도와 변화의 한계 비용 [테슬라 비즈니스] 테슬라 애자일: 혁신의 속도와 변화의 한계 비용](https://i0.wp.com/organicmedialab.com/wp-content/uploads/2023/02/Traditonal-ProblemToValueJourney.png?resize=594%2C476&ssl=1)
<추천 강의: 테슬라로 배우는 오가닉 비즈니스 2023년 9월: Scalable, Agile, and Learning Networks >
몇 년 전 일론 머스크는 기존의 진입장벽(moat) 개념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으며 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혁신의 속도(Pace of Innovation)라고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펫과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그 후 만 5년이 지난 지금 일론 머스크의 주장은 테슬라의 실적으로 입증이 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그가 말하는 혁신의 속도는 무엇이며, 테슬라는 어떻게 이를 구현하고 있을까.
샌디 먼로는 자동차를 해체해서 분석하는 전문가로 유명하다. 그는 테슬라 모델 Y의 열관리에 사용되는 핵심부품인 옥토밸브가 4개월 사이에 13번이나 변경이 된 것을 알게 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테슬라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은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테슬라 프레몬트 공장에서는 모델별로 매주 평균 20개의 하드웨어 부품이 교체되거나 개선되며 이렇게 부품이 변경된 차량들이 형식승인을 받고 바로 출고된다.
잘못 읽은 것이 아니다. 생산라인에서 조립 중인 차량의 부품을 변경하고 종합적인 자체 테스트를 거친 후 정부기관의 형식승인을 받고 출고까지 하게 되는 부품이 매주 평균 20개인 것이다. 고객에게 인도하는 것까지를 모두 포함한 속도를 말한다는 뜻이다. 즉 바로 전에 출고된 차량과 지금 출고되는 차량의 부품이 다를 수 있다. 기존의 제조업체에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품질이나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구심은 잠시 내려놓고 정확한 개념과 원리부터 먼저 이해해 보기를 부탁한다.
혁신의 속도(Pace of Innovation)
테슬라에서 말하는 ‘혁신의 속도’란 문제를 인지한 시점부터 시작해서 고객에게 가치로 전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자동차라면 한 부품의 효율성이 기대치보다 떨어진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문제의 발견에서 시작하여 해결책을 찾고 부품을 개선해서 차량에 적용하여 법적인 형식승인을 끝내고 고객에게 인도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놀랍게도 테슬라의 혁신 사이클 타임(일반적으로 스프린트 단위)은 3시간이다.
이러한 혁신 사이클을 통해 매일 0.1%의 가치를 혁신한다면 1년 후에는 30% 더 높은 가치의 차량이 되는 것이고 그 사이에 인도받은 고객들도 그 혁신의 열매를 이미 계속 누리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5-7년 단위로 모델 변경이 되는 자동차 시장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다. 5년-7년 주기에 정말 많은 혁신이 포함된다 가정하더라도 매일 연속적으로 혁신하는 기업의 속도를 좇아갈 수는 없다.
테슬라는 어떻게 혁신의 사이클 타임을 3시간으로 줄였을까? 가능은 한 것일까? 답부터 말하자면, 변화의 한계비용을 0으로 (실제로는 0에 가깝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어떤 기업이라도 혁신을 적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0이라면 무한한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생산 중인 자동차의 부품 하나를 변경하기 위해 드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여기에 따르는 위험을 고려하다 보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미 생산 중인 자동차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하드웨어, 그것도 자동차 산업에서 실현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변화의 한계비용이 일반적으로 왜 발생하는지 먼저 이해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그다음 변화의 한계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논의하자.
변화의 한계비용(Marginal Cost of Change)
왜 대부분의 기업과 개인은 혁신을 외치지만 실제로 변하지는 못하는 것일까? 열심히 혁신을 하는 것 같은데 왜 제자리일까? 변화의 한계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기업에서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여러 단계와 기다림, 장애물(예산적, 정치적)을 넘지 못하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비용 (Fear and Cost of Failure)
우리 학교, 기업, 사회에서 실패는 곧 낙오를 의미한다. ‘실패를 장려한다’, ‘빠르게 실패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기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쓸데없는 비용을 발생시킨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소위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 해외 성공 사례를 찾기도 하고, 계획을 더욱 구체화시키느라 시간과 노력을 낭비한다. 계획만 보면 실패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상은 계획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변한다. 테슬라 차량을 벤치마킹해서 신차를 출시하면 테슬라는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고, 더 효율적인 차를 내놓는다.
일상적인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항상 하던대로 한다. 더 나은 방법이 있어 보이지만 실패가 두려워 포기한다. 결국 하던대로 더 열심히, 더 빨리 일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우선 실패에 대한 정의가 잘못되어 있다. 실패는 나에 대해서 고객에 대해서 배우기 위한 필수적인 산물이다. 실패는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실패 없이는 성장하지 못한다. 다만 실패의 비용을 최소화하고 배움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쓸모없는 혁신 (Innovating Things of No Value)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우리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을 위해 일한다. 나는 팀장을 위해, 팀장은 임원을 위해, 임원은 대표를, 회장을 위해 일한다. 문제는 팀장과 임원과 회장이 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목적으로 일한다는 것이다.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이 이 문제를 잘 설명하고 있다. 하던 일을 그대로 하는 상황이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혁신이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고객을 위한 혁신이 아니라 윗 사람(boss)를 위한 혁신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는 가치가 없지만 승진에는 도움이 되는 혁신이 시도된다.
우리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은 고객이라는 각성이 필요하다. 고객에게 가치를 더하지 않는 혁신은 쓸모없다. 혁신을 빙자한 자위일 뿐이다. 테슬라 차량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물리적 버튼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폰이 나왔을 때 폴더 폰의 키 패드를 없앴다고 불편해서 쓰겠느냐던 비난과 비슷하다. 하지만 여러분의 차에 있는 수많은 버튼 중 사용하는 버튼은 무엇인가? 사용하지 않는 수많은 기능은 무엇인가? 이는 다 쓸모없는 혁신이다.
시간과 예산 낭비 (Too Much Time and Efforts Wasted)
이런 문제를 다 넘어서 진정 고객을 위한 혁신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큰 문제가 남아있다. 혁신이 실제로 구현되는 데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여 고객에게 인도하기까지 수많은 산을 넘어야 하고 이 프로젝트를 지속할지 말지를 결정하기까지 기다림의 연속이다.
이런 긴 여정에서 고객에게 인도될 가치를 만드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 얼마나 되는가?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답해보기 바란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치가 인도된다고 하더라도 고객에게 실제로 가치가 더해졌는지 확인하기까지는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뒤다. 이미 필요 없는 혁신이 되기도 하고, 혁신을 시작한 사람과 책임을 지는 사람이 달라지기도 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기나긴 여정에서 고객에 대한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은 끊임없이 진화하는데 우리는 1년(자동차의 경우 5년)에 한 번씩 고객의 반응을 살필 뿐이다(마케팅/광고 메시지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반응을 말한다).
변화의 한계비용을 최소화하는 원칙
그럼 테슬라는 어떻게 변화의 한계비용을 최소화한 것일까? 크게는 한 방향(Why) 보기, 끊김이 없는 지속적 인도(Continuous Delivery), 전통적 팀의 ‘번개모임(Self-organizing Teams)’화의 3가지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각각에 대해 간단히 언급만 하고 다음 글에서 본격적으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한 방향 (Why)
테슬라의 미션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직원 개인에게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업의 미션과는 달리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의 나침반이 된다. 벽에만 걸려있는 것이 아니다. 이 ‘why’를 통해, 모든 직원이 스스로 의사 결정하고 행동하는 모든 노력이 한 방향으로 모아지게 하는 것이 테슬라의 미션이다. 이 테슬라의 미션은 고객도 경쟁사도 한 방향을 보게 한다. 그 결과 쓸모없는 혁신이 사라진다.
지속적 인도 (Continuous Delivery)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적용되어 왔던 지속적 인도의 개념을 하드웨어 생산에 적용하였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지속적 인도는 수정된 프로그램이 자동화된 테스트를 거쳐 고객에게 즉시 배포되는 것을 말한다. 지속적 인도 체제가 갖추어지게 되면 실패의 비용과 두려움이 줄게 되고 그 결과 혁신을 쉽게 시도할 수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자주 일어나는 IT 기업에서는 필수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실리콘 밸리 기업의 경우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배포가 일어난다. 그런데 테슬라는 자동차 생산에 지속적 인도 체제를 구축하여 팀에서 만들어내는 수정된 프로세스/부품을 생산에 즉시 반영하고, 자동화된 테스트를 거쳐 형식승인을 받아 출고한다. 테슬라의 이러한 지속적 인도 체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비용을 0에 가깝게 만든다.
번개모임 (Self-Organizing Teams)
조직도에 속한 팀이 아니라 문제 중심으로 모였다가 문제를 해결한 뒤 사라지는 팀을 말한다. 팀장이 일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가 조직화된다. 테슬라에서는 크고 작은 문제(예를 들어, 페인트 문제, 자율주행 문제 등)를 중심으로 팀이 모였다, 해체되었다를 3시간마다 반복한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팀의 구성과 해체가 1년 단위로 이루어지고 팀 단위로 역할이 주어진다. 시장이나 환경이 빠르게 변하지 않는다면 1년 단위로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별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객의 니즈, 공급망 문제, 전쟁, 코로나, 인플레이션 등 시장과 외부환경의 크고 작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테슬라의 팀이다. 모든 자동차 생산 업체들이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타격을 입었을 때 테슬라는 사용하던 반도체를 2주 만에 교체하고 펌웨어를 업데이트하여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결하였다.
어떻게 보면 믿기 어려운 내용일 수 있지만 이 3가지 원칙은 테슬라의 조직구조와 프로세스에 녹아있고 이는 변화의 한계 비용을 0에 가깝게 만들어 그 누구도 따라잡기 어려운 혁신의 속도를 내고 있다. 강의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지만 쉽게 믿어지지 않고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상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질문이 쏟아지는 주제이기도 하다. 팀이 없다면 평가는 누가 하고, 일이 주어지지 않고 문제 해결 중심으로 내가 찾아간다면 지금 하던 일은 어떻게 되는지, 무엇보다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도대체 이런 프로세스의 혁신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혁신이 속도는 이상적인 꿈이 아니라 이미 수년 전부터 테슬라의 성장을 이끌어온 동력이자 문화이자 원리가 되었다. 이어지는 글에서 하나씩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무엇보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조직의 일하는 형식, 그 안에서 만들려고 했던 혁신의 방법, 각자에게 주어진 프로젝트와 역할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내려놔야만 이해가 갈 내용이다.
* 많은 공유와 피드백 부탁드리고 글을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다음과 같이 (링크를 포함한) 출처를 밝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인용 예시: 노상규, [테슬라 비즈니스] 테슬라 애자일: 혁신의 속도와 변화의 한계 비용, 오가닉 미디어랩, 2023, https://organicmedialab.com/2023/02/15/tesla-agile-pace-of-innovation/
Feb 15, 2023
Sangkyu Rho, PhD
Professor of Information Systems
SNU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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