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비즈니스] 테슬라는 자동차 기업이 아니다

[테슬라 비즈니스] 테슬라는 자동차 기업이 아니다

<추천 강의: 테슬라로 배우는 오가닉 비즈니스 2023년 9월: Scalable, Agile, and Learning Networks >

시작하며

테슬라에 대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10여 년 전에 오가닉미디어랩 블로그를 시작할 때와 비슷하다. 그 당시 학교에서 주로 아마존을 사례로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마존을 수많은 이커머스 기업 중 하나로 여기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부 아마존을 아는 학생들도 아마존 비즈니스의 본질(구조/작동원리/프로세스)을 공부하고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기능(예를 들어 추천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이제 10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주로 테슬라 사례로 강의를 하는데 거의 모든 학생들이 테슬라는 자동차(전기차) 기업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각종 미디어가 심어놓은 테슬라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말미암아 테슬라 비즈니스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글은 테슬라는 자동차 기업이 아니고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AI 기업이다, 에너지 기업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테슬라가 어떻게 ‘모두가 망할 것이라고 하는’ 환경에서 생존했을 뿐 아니라 빠르고 지속적인 혁신과 확장으로 기존 자동차 기업 뿐 아니라 수많은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테슬라는 아마존과 맥을 같이 하지만 아마존을 뛰어넘는 비즈니스 구조/작동원리/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우리 산업에 큰 위협이 되지는 못했지만 테슬라는 훨씬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비즈니스의 원리를 자동차뿐 아니라, 에너지, 모빌리티, 물류, 배터리, AI, 생산, 우주, 통신, 반도체, 로봇, 의료 등의 광범위한 산업에 적용하고 있다. 테슬라의 비즈니스를 모르고는 생존하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이 테슬라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한 때이다. 지금부터 7년여 차곡차곡 쌓은 테슬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테슬라는 곧 망한다

‘단차(panel gap)가 없으면 테슬라 정품이 아니다!’ 테슬라 소유주들의 자조 섞인 농담이다. 단차에서부터 안전성 논란, 일론 머스크의 망언, ‘테슬라 곧 망한다’에 이르기까지 테슬라만큼 뉴스에 많이 나온 기업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에 비추어진 테슬라는 알지만 테슬라의 비즈니스 본질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매출, 이익, 현금흐름의 규모와 성장세가 무섭다. 테슬라의 매출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70% 이상 성장해 2022년에 한화로 100조 원 규모다. 이미 기아차를 넘어섰고 2023년에는 현대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더 놀라운 것은 영업이익의 성장세다. 2020년 흑자로 전환 뒤 연평균 2배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2년 영업이익이 17조, 잉여현금흐름은 10조에 이른다.

테슬라의 매출은 당분간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은 당연히 누군가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자동차라는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테슬라가 어떻게 이러한 성장세와 이익률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그 본질을 파헤쳐 보려고 한다.

테슬라는 어떻게 다른가?

테슬라의 본질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테슬라가 다른 자동차 기업과 어떻게 다른지 사례로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부품은 모델이나 연식이 바뀔 때 교체되거나 개선된다. 하드웨어 설계가 완료된 이후에는 문제가 없는 한 변경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된다. 하지만 테슬라에서는 예를 들어 모델 S의 경우 매주 평균 27개의 부품의 교체되거나 개선된다. 얼핏 들으면 말도 안되는 소리 같지만 실제로 이러한 일이 모든 차종에서 일어나고 있다. 부품이 변경된 차들이 형식승인을 받고 바로 고객에게 인도되기 위해 출고된다. 이러한 지속적 개선 결과 1년 전의 차와 지금의 차는 겉모습은 같지만 속은 완전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회사의 임원은 생산수율을 높이기 위해 연장을 들고 생산라인을 직접 돌아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2018년 소위 “생산 지옥”을 겪을 때 프레몬트 공장에서 숙식하며 생산라인의 문제를 직접 해결했다. 일론 머스크를 만나고 싶으면 가장 정체가 심각한 생산단계에 찾아가면 된다고 할 정도였다. 그럼 이것이 일시적인 일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테슬라에는 경영진(management)과 직원(worker)의 구분이 없다. 모두가 직원이다. 테슬라의 모든 차량을 디자인한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도 분기 말에 차량 인도하는 일손을 돕기 위해 고객에게 직접 차량을 인도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는 주행보조 시스템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라이다(LiDAR)를 비롯해 더 많은 센서를 집어넣는다. 하지만 테슬라는 2021년 주행보조 시스템에 사용되는 레이더(Radar)를 제거했다. 이때 대부분의 언론들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차량의 안전을 저해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레이더와 카메라의 신호 불일치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내린 의사결정이었고 이러한 의사결정을 내린 후 3개월 만에 레이더를 없애더라도 충분히 안전하다는 검증을 마치고 레이더를 제거하였다. 현재는 레이더가 장착된 차량들도 주행보조 시스템에서 레이더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에서는 이야기도 꺼내기 어려운 일을 3개월 만에 끝낸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고 수많은 다른 사례들이 이러한 일들이 어쩌다 한번 일어난 것이 아니라 테슬라의 일상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테슬라의 제품은 네트워크다

위의 사례를 보면 테슬라는 기존의 자동차 기업과 다르다. 생산하는 차량도 기존의 자동차와는 다르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이 아니다. 내 차가 다른 차와 함께 진화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고객에게 이미 인도된 차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안전해지고, 편리해지고, 효율적이 된다. 5년 전에 출고된 차가 올해 출고된 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하드웨어적으로는 많은 변화가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동일하다). 기존 자동차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따라서 테슬라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틀로 분석하고 벤치마킹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테슬라를 어떠한 관점에서 보아야 할까?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가 힌트를 준다. 2015년 일론 머스크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테슬라의 전 차량은 네트워크로 작동합니다. 한 차량이 무엇인가를 배우면 전 차량이 그것을 배웁니다.
(The whole Tesla fleet operates as a network. When one car learns something, the whole fleet learns something.)”

SF에나 나올 법한 이 이야기는 테슬라의 제품, 비즈니스 구조, 프로세스에 대한 관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테슬라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자동차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회사다. 마치 페이스북(현 메타)이 페이스북 앱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친구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회사인 것과 유사하다. 이렇게 네트워크를 만드는 기업은 전통적인 기업과 다르게 동작한다.

첫 번째는 대부분의 가치가 소프트웨어적으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물론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기 위한 하드웨어가 필요하지만 핵심 경쟁력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

두 번째는 고객과 함께 가치를 만든다는 것이다. 고객이 우리가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데 입소문을 내준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객이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만드는 데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비즈니스를 오가닉 비즈니스라 부른다. 오가닉 비즈니스는 “고객과 함께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 네트워크를 자산으로, 더 큰 네트워크를 만드는” 비즈니스다. 테슬라는 고객과 함께 자동차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 차량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며, 효율적으로 진화시켜, 더 큰 규모의 자동차 네트워크로 확장하고 있다.

*2016년 발표했던 선순환 스키마. 제품과 업무 방식과 조직의 관점 모두를 변화시켜야만 네트워크로 사고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오가닉 비즈니스는 위의 그림처럼 네트워크가 제품이라는 관점의 변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업무방식과 조직에 대한 관점의 변화도 함께 수반된다. 업무방식은 예측이 불가능한 시장과 환경의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진화하는 방식이다. 조직은 더 이상 고객이 고객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원의 역할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으로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테슬라의 네트워크는 오가닉 비즈니스가 가지는 3가지 변화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첫째, 무한 규모로 확장 가능(scalable) 하다. 테슬라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70% 성장해왔고 앞으로 10년간 50%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출 100조 규모의 기업이 연평균 성장률(CAGR)을 50% 이상 유지한다는 것은 기존의 하드웨어 제조업체 관점에서는 상상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를 큰 어려움 없이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 큰 가치를 제공하고 원가구조는 더욱 좋아지기 때문이다.

둘째, 생각의 속도로 빠르게(agile) 혁신한다. 1주일에 27번의 하드웨어 부품을 교체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아이디어로부터 제품 적용에까지 걸리는 시간의 단위, 즉 혁신 사이클이 3시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애자일 방법을 적용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우 이 사이클이 길게는 2주, 짧게는 하루인데 하드웨어 기업에서 3시간인 것은 경이롭다.

셋째, 고객과 함께 협업하여 학습(learning) 한다. 레이더를 3개월 만에 없앨 수 있었던 것은 고객의 차량으로부터 문제를 발견하고, 고객의 차량을 이용하여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하여 개발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고객의 차량을 이용하여 검증하는 프로세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더 가치 있고, 더 큰 규모의 자동차 네트워크로 진화하고 성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기업과는 다른 비즈니스 구조와 프로세스를 가진다. 이어지는 글에서 위의 3가지 변화와 특징에 대해 하나씩 오가닉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 이 글은 월간 품질경영 2023년 1월호에 실린 글을 수정/보완하였습니다.

* 많은 공유와 피드백 부탁드리고 글을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다음과 같이 (링크를 포함한) 출처를 밝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인용 예시: 노상규, [테슬라 비즈니스] 테슬라는 자동차 기업이 아니다오가닉 미디어랩, 2023, https://organicmedialab.com/2023/02/09/tesla-as-organic-business/

February 9, 2023

Sangkyu Rho, PhD
Professor of Information Systems
SNU  Business School

e-mail: srho@snu.ac.kr
facebook: sangkyu.rho
linkedIn: Sangkyu Rho
X (twitter): @srho77

Leave a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