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규모 네트워크의 경제학 (Economics of Infinite Scale Network)

무한규모 네트워크의 경제학 (Economics of Infinite Scale Network)

<추천 강의: 테슬라로 배우는 오가닉 비즈니스: Scalable, Agile, and Learning Networks >

전통적으로 경제학이란 유한한 재화(physical goods)의 생산과 분배, 공급과 수요 간의 역학관계를 토대로 수백 년간 구축된 학문이다. 즉 희소성(scarcity)에 기반한 학문이다. 하지만 정보기술 발전에 따른 디지털화된 정보재(information goods)의 출현은 경제학의 전제조건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수확체증의 법칙(Increasing Returns to Scale), 풍요(abundance) 경제 등의 개념이 등장했고 어느 정도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시장은 어떤가? 무한한 공급과 무한한 수요의 시장으로 변모했다. 수요 창출과 공급의 한계비용이 0이 되었고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를 가진 비즈니스(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사용자는 29억 명에 달한다)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가치보다 고객과 함께 만든 네트워크의 가치가 더 큰 세상이 되었다. 전통적 경제학이나 정보재 기반의 경제학 개념으로는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정보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핵심 가치를 만드는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은 무한규모의 네트워크를 만들며 새로운 경제학 개념을 요구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러한 비즈니스의 특징은 한계비용 0으로 기하급수적 성장을 통한 무한규모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무한규모 네트워크의 경제학(Economics of Infinite Scale Network)을 정의하고 핵심 메커니즘을 테슬라 사례를 통해 정리하고자 한다.

무한규모 네트워크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 변수와 3가지 작용 간의 선순환을 가장 먼저 이해해야만 한다. 가치(value), 비용(cost), 규모(scale)의 3가지 변수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 무한규모의 경제(economies of infinite scale), 바이럴 확산(viral growth)의 3가지 작용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간의 선순환에 대한 이해가 무한규모 네트워크의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될 것이다.

무한규모 네트워크의 성장이 가능하려면 제일 먼저 압도적인 또는 유일한 제품 또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를 전제로 선순환 구조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첫째, 압도적인 제품/서비스의 가치는 바이럴 확산을 통해 한계비용 0으로 더 큰 수요를 창출한다
  • 둘째,  이 수요를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즉 한계비용 0으로 충족시켜 더 큰 규모의 네트워크를 만든다.
  • 셋째, 더 커진 규모의 네트워크는 더 큰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고 그 결과 가치는 더욱 상승하게 된다.
  • 넷째, 한계비용 0으로 더 커진 규모는 동시에 무한규모의 경제효과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 다섯째, 더 높아진 가치와 더 낮은 원가는 더 큰 바이럴 확산을 일으켜 더욱 성장을 가속화 시킨다.

이것이 바로 선순환이다. 이러한 선순환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기업의 규모와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기업은 벤치마킹을 한다 하더라도 후발주자 도저히 좇아갈 수 없는 속도로 성장한다. 즉 승자독식의 시장이 된다. 그러면 네트워크 효과, 무한규모의 경제, 바이럴 확산이 가치, 비용, 규모의 선순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가치: 네트워크 효과 (Network Effects)

네트워크 효과는 가치 관점에서 선순환을 이룬다. 네트워크 효과는 일반적으로 같은 제품을 소비하는 사용자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용이 더욱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들이 친구관계를 더 많이 맺으면 맺을수록 페이스북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오가닉 비즈니스의 관점(고객이 직원이다)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설명하자면 더 많은 고객이 직원이 될수록 고객이 만드는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네트워크 효과는 다음과 같이 측정할 수 있다.

따라서 위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네트워크 효과가 거의 없는 것이고 1에 가까울수록 네트워크 효과가 매우 높은 것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이 지수가 1에 가까울 것이고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는 이 지수가 0에 가까울 것이다. 테슬라는 어떨까? 페이스북 수준은 아니겠지만 전통 자동차 제조사보다는 훨씬 높다. 테슬라의 경우 여러 형태의 네트워크 효과가 있지만 여기서는 자동차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두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자.

플릿러닝 네트워크 효과 (Fleet Learning Network Effects)

첫 번째는 플릿러닝이다. 기존의 자동차와는 다르게 테슬라 차량의 가치는 더 이상 차량 자체에만 있지 않다. 기존의 자동차는 내가 구매할 때의 가치에 머문다(실제로는 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테슬라의 차량은 구매한 이후에 더 나은 가치를 가진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은 테슬라 차량의 기능 및 가치는 소프트웨어로 정의된다는 것이다. 물론 하드웨어가 가지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하지만 그 한계 내에서는 소프트웨어로 가치가 정해진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더 나은 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점은 이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자동차의 소유주가 참여(데이터 수집 및 테스트) 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개발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소프트웨어의 품질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테슬라는 왜 인공지능 회사인가?” 참조). 이러한 현상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차량의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BMS), 에어백 제어 알고리즘 등 차량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즉 2백만여대의 테슬라 차량들은 하나의 연결된 공동체(networked collective)로서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슬라 오토파일럿 주행 마일리지의 성장 (https://lexfridman.com/tesla-autopilot-miles-and-vehicles/)

결과적으로 더 많은 테슬라가 팔리면 내 테슬라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즉 고객이 만든 가치가 내 차의 가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 자동차 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충전 네트워크 효과 (Supercharger Network Effects)

두 번째는 네트워크 효과는 충전네트워크에서 나타난다. 전기차를 타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이 충전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내연기관차를 타는데 주유소가 100km 가야 있는데 주유기가 하나 또는 두 개가 있고 그나마 고장이 나있거나 한 번에 주유를 못하고 10여 분을 씨름을 해서 주유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보면 얼마나 그 경험이 끔찍할 지 상상이 갈 것이다(개인적으로는 이 경험을 ‘마음고생, 시간 낭비’라고 표현한다).

테슬라의 수퍼차저(충전소)는 테슬라 차량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네트워크다. 수퍼차저는 시내 주행이나 장거리 여행을 할 때 전혀 마음고생이나 시간 낭비가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 테슬라 차량과 수퍼차저는 양면 네트워크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수퍼차저가 많을수록 테슬라 차량의 가치가 높아지고, 테슬라 차량이 많을 수록 수퍼차저의 가치가 높아진다).

2021년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퍼차저는 3만 천여 개(3400여 곳의 충전소)가 넘고 우리나라에도 300여 개(65곳의 충전소)가 있다. 기존 자동차 회사는 아직 테슬라 수퍼차저에 맞설 충전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테슬라가 2년 내에 수퍼차저 수를 3배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어 그 격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테슬라의 수퍼차저가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에게 개방되게 되면 수퍼차저 네트워크의 가치는 더욱더 커질 것이다.

테슬라 수퍼차저 충전소의 성장 (https://en.wikipedia.org/wiki/Tesla_Supercharger)

비용: 무한규모의 경제 (Economies of Infinite Scale)

무한규모의 경제는 규모가 크면 클수록 원가구조가 더욱 좋아지는 현상이다. 한계비용 체증 현상이 일어나는 기존의 규모의 경제와 구별하기 위해 이를 “무한규모”의 경제라 일컫기로 한다. 이는 소프트웨어/정보에 기반한 제품/서비스가 한계비용이 0이고 무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또한 아래에서 설명할 바이럴 확산을 통해 한계비용 0으로 무한한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따라서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가 가능하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규모의 경제는 우리가 알던 하드웨어에 기반한, 한계비용 체증의 현상이 일어나는 규모의 경제와는 비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2021년도 기준 페이스북의 사용자는 29억 명 수준인데 기존의 하드웨어나 미디어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이고 이에 따른 원가구조 경쟁력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테슬라는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기업이기 전에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차량 가치의 많은 부분이 소프트웨어적으로 정의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차량 가치의 더 많은 부분을 소프트웨어가 차지할 것이다. 따라서 순수 소프트웨어 기업과 같은 무한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지는 못할지라도 기존의 하드웨어에 기반한 기업의 규모의 경제보다는 훨씬 큰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밖에 없다.

테슬라를 포함한 자동차 제조업체의 매출 총이익률(Automotive Gross Margin)

기존 자동차 제조사의 매출 총이익률(Gross Margin)이 10% 내외이고 20%를 넘기기 어려운데 비해 테슬라의 2021년 매출 총이익율이 30%에 달하고 성장세에 있는 것은 테슬라가 가지는 규모의 경제 구조가 기존 자동차 제조사와는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규모: 바이럴 확산 (Viral Growth)

바이럴 확산은 고객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현상/구조를 일컫는다. 이러한 구조는 기존의 마케팅/영업/광고 비용 없이 비즈니스의 성장을 가능케 한다. 한계비용 0으로 무한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테슬라는 광고도 하지 않으며 영업사원 또는 딜러망이 존재하지 않는다. 테슬라는 2021년 말 현재 누적 200여만 대를 인도하면서 마케팅/영업/광고비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GM의 경우 2020년 광고비로만 연간 22억 달러(대당 약 400달러)를 사용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동차를 파는 것일까?

테슬라는 고객이 연결된 공동체로서 광고매체이자, 딜러망의 역할을 한다. 수많은 테슬라 관련 유튜브 동영상이나 7천만 팔로워를 거느린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2백만이 넘는 테슬라 소유주들이 사적인 네트워크를 통해서 자동차를 팔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 소유주의 대부분이 테슬라에 대한 (긍정적) 이야기를 그칠 줄 모른다.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인에게 시승 경험까지 하게 하며 쐐기를 박는다(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활동을 돕기 위해 테슬라는 리퍼럴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자동차를 추천한 경우는 충전 마일리지 등으로 보상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판매에 도움이 되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고객이 영업사원이 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핵심이다.

오가닉 비즈니스를 실하고 있는 테슬라 소유주의 페이스북 포스트

테슬라가 더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더 많은 영업사원이 생기는 것이다. 현재도 200만 명이 넘는 영업사원이 활동하고 있는 데 이는 곳 수백만을 넘어 수천만으로 증가할 것이다. 수천만 명의 영업사원이 매년 2천만 대를 파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테슬라의 무한규모 네트워크 (Infinite Scale Network of Tesla)

테슬라가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와는 차원이 다른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명확해졌을 것이다. 이제 위에서 언급한 [무한규모 네트워크의 경제학 스키마]를 테슬라에 대입하여 다시 정리해 보자.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수퍼차저는 기존 자동차 제조사의 전기차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higher value)을 제공하고 이는 테슬라에 대한 인기를 높인다(viral growth). 낮은 한계비용으로 더 많은 차량을 생산/인도함(bigger scale)으로써 테슬라의 플릿러닝 속도는 더 빨라지고(network effects) 오토파일럿의 기능을 더욱 빠르게 향상된다(higher value).

규모가 커짐에 따라 원가구조는 더욱 좋아지고(economies of infinite scale) 더 많은 수퍼차저를 설치할 수 있는 투자가 가능해진다(higher value). 이는 테슬라를 더욱 인기 있게 만들어 더 많은 영업사원을 배출하고 이 영업사원들은 더 많은 차를 판매한다(viral growth). 더 많은 판매는 더 높은 가치와 저렴한 원가로 다시 이어진다(아직 테슬라의 수요가 넘쳐서 가격 인하를 통한 판매 확대 정책은 사용하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가격 인하를 통한 선순환의 가속화도 가능하다).

테슬라의 2021년도 인도량은 94만 대였다. 그런데 2030년을 전후해 2천만 대를 인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려면 연평균 40% 성장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자동차 연간 판매 기록은 폭스바겐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데 2019년 약 1,100만 대를 달성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테슬라의 2030년 목표는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자동차는 하드웨어 생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드웨어 공급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테슬라의 무한규모 네트워크의 선순환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일론 머스크의 허풍이라고 쉽게 치부하기 어렵다. 함께 지켜보는 재미를 누리시기 바란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하드웨어 생산의 관점을 테슬라가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지 다룬다.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생산 규모를 달성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다.

* 많은 공유와 피드백 부탁드리고 글을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다음과 같이 (링크를 포함한) 출처를 밝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인용 예시: 노상규, 무한규모 네트워크의 경제학, 오가닉 미디어랩, 2022, https://organicmedialab.com/2022/02/03/economics-of-infinite-scale-network/.

February 8, 2022

Sangkyu Rho, PhD
Professor of Information Systems
SNU  Business School

e-mail: srh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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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twitter): @srh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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