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강의: 테슬라로 배우는 오가닉 비즈니스 >
최근 현대자동차 그룹은 북미시장의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테슬라의 수퍼차저 네트워크(소위 NACS)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2025년부터는 북미시장에 공급하는 현대 및 기아 차량에 수퍼차저 방식의 충전시스템이 탑재된다. 포드 자동차가 수퍼차저 네트워크에 합류하기로 했다고 최초로 발표한지 불과 6개월만이다. 이 짧은 기간동안 도미노 쓰러지듯 거의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참여를 결정하고 있고 이제는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만 남은 상황이다. 아마 이 두 그룹도 합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북미시장에는 이미 CCS1이라는 충전표준이 있다(우리나라도 북미표준을 따라 CCS1이 표준이다). ElectrifyAmerica 등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전기차 업체와 충전 업체들이 CCS1을 지원해왔다. 어떻게 수퍼차저 네트워크를 따라잡기 위해 모든 업체들이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표준을 버리고 테슬라 충전 네트워크에 합류하는 일이 벌어졌을까? 그런데 오가닉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상황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은 테슬라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CCS1을 고집한 결과 전기차 판매 성장동력을 잃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2년후에 NACS를 탑재한 전기차들이 공급되는 상황에서 CCS1을 탑재한 전기차를 구매할 소비자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오가닉 비즈니스는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전기차 업체는 충전소가 충전 업체의 제품으로 생각하는데 반해 테슬라는 충전 네트워크를 전기차의 일부(“The [supercharger] network is a part of the product”)로 생각한다.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를 하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오가닉 비즈니스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란 무엇인가? 이전 글에서 다룬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와 연계하여, 네트워크 중심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비즈니스, 제품, 프로세스, 조직의 4가지 관점을 통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비즈니스 관점: 무한규모 네트워크의 경제학
오가닉 비즈니스의 세상은 지수함수의(비선형적) 세상이다. 이는 무한규모 네트워크의 경제학에서 설명하였듯이 가치의 선순환과 비용의 선순환이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부익부 빈익빈(승자 독식) 현상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중심의 비즈니스는 기하급수적 성장이 가능하고 이에 맞는 비즈니스 전략을 세워야 한다.
대표적인 오가닉 비즈니스인 구글, 아마존, 메타(페이스북)와 같은 기업들은 현재까지 20여년간 기하급수적 성장을 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동차, 충전 네트워크, 에너지 등 모든 시장에서 기하급수적 성장을 전제로 비즈니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있다(예를 들어, 차량 인도 기준으로 2022년까지 10년간 연평균 86%의 성장을 했고 당분간 연평균 50%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미래에도 기하급수적 성장을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가치와 비용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는 한 이러한 패턴을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선형적 세상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은 테슬라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기 보다는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후발 주자가 쉽게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예를 들어 2021년 GM의 매리 바라(Mary Barra)는 2025년에 미국시장에서 테슬라를 추월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2023년 현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데이터: Kelly Blue Book 2020, 2021, 2022, 2023)
제품 관점: 네트워크가 제품이다
오가닉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테슬라는 자동차(콘텐츠/기기)를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자동차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기업이다. 하지만 자동차의 네트워크에서 머물지 않고, 수퍼차저(충전소)의 네트워크이기도 하며, 배터리의 네트워크이기도 하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콘텐츠/기기를 제품으로 생각하는 비즈니스와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첫째, 네트워크는 복제가 불가능하다. 콘텐츠나 기기는 벤치마킹을 통해 베낄 수 있지만, 고객과 함께 만든 네트워크는 경쟁사가 복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앱과 같은 기능을 가진 앱을 만들었다고 페이스북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제품은 친구의 네트워크, 소위 소셜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자동차는 베낄 수는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현재 5백만대의 자동차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자동차의 네트워크는 베낄 수 없다.
둘째, 네트워크에는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과 고객간의 경계도, 산업간의 경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테슬라를 기존의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자동차도 만들고, 충전기도 만들고, 로봇도 만들고, AI도 만드는 기업으로 볼수 있다. 물론 관련된 제품이기는 하지만 각각 다른 산업의 영역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관점에서 보면 테슬라는 모든 제품들이 경계없이 연결되어 선순환을 이루는 하나의 네트워크다. 테슬라를 자동차 기업으로 간주하는 것은 마치 아마존을 인터넷 서점으로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아마존은 판매자, 구매자, 개발자와 함께 만드는 커머스/컴퓨팅 네트워크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네트워크, 수퍼차저의 네트워크, 배터리의 네트워크가 서로 선순환을 이루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생산/유통/소비 네트워크다.
셋째, 네트워크는 유일(unique)하다. 네트워크는 기능이나 콘텐츠 관점에서는 유사할 수 있으나(예를 들어, 카카오톡과 라인은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네트워크 관점에서는 같은 네트워크가 존재하기 어렵다(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이 유일한 메신저 네트워크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부익부(선순환) 빈익빈(악순환) 현상에 의해 작은 네트워크는 큰 네트워크에 의해 고사되기 때문이다. 북미에서 테슬라 수퍼차저 네트워크가 CCS1 네트워크를 고사시키고 표준으로 자리잡은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네트워크에는 넘버투는 존재하지 않고 온리원만 존재한다. 따라서 비즈니스 간의 경쟁구도도 기존과 같이 산업내에서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가 자신만의 시장을 가지고 그 안에서 독점을 하는 구도다.
조직 관점: 고객이 직원이다
오가닉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고객은 비즈니스의 가치(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를 성장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직원이다. 따라서 기업에 고용된 직원과 고객간의 경계를 허물고 조직을 네트워크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자신이 가치를 만드는 주체이고 고객들은 이를 구매하고 이용하는 대상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사고에서는 기업의 목적(기업 가치의 극대화)과 고객의 목적은 항상 대치될 수 밖에 없고 직원과 고객간에는 명백한 경계가 존재한다.

고객이 직원인 조직에서 이해해야 할 가장 큰 전제는, 고객은 기업을 위해 일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 고객은 테슬라를 위해서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운전한다. 이러한 고객들이 기업을 위해 일하게 하려면 (직원이 기업을 위해 일하게 만드는) 기존의 조직 구조나 보상 체계로는 불가능하다. 고객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기업의 목적, 역할, 고객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고객의 구매의사결정 문제에서 출발하여 기업의 목적, 역할, 고객과의 관계를 설정했다. 그 결과 아마존의 고객은 더 좋고, 더 저렴하고, 더 편리하게 물건을 사기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단지 둘러보고, 구매하고 등) 뿐인데 결과적으로는 아마존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고 아마존의 직원들은 이를 기반으로 고객이 구매의사 결정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일이 되도록 하였다.
테슬라의 경우 고객은 편리하고,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이동하기 위해 테슬라를 운전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는 테슬라를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고 테슬라의 직원들은 이를 기반으로 고객들이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하고, 더 경제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직원과 고객이 함께 한 방향(Why)을 보고 서로를 돕는 선순환 구조의 조직은 직원만이 가치를 만드는 기존의 조직에 비해 훨씬 큰 가치를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
고객이 직원인 조직에서 해결해야할 두번째 문제는 새로운 직원의 영입이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고객의 유치에 많은 비용(마케팅/광고/판매 비용 등)을 들인다. 고객의 유치에 많은 비용이 들면 기하급수적 성장을 통해 무한한 규모의 네트워크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객이 고객을 유치하는 한계비용 0으로 성장하는, 소위 바이럴 성장의 구조를 가져야한다. 테슬라는 현재까지 광고없이 최소한의 마케팅 비용으로 기하급수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이 제품이 마케팅 콘텐츠이자 광고이자 매장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프로세스 관점: 진화하지 않으면 죽는다
오가닉 비즈니스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생명체는 크고 작은 변화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한다. 진화하지 못하는 생명체는 도태된다. 테슬라의 네트워크는 지금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차량의 인도, 기존 차량의 운행/충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사고 등으로 인한 폐차, 새로운 모델의 출시 등은 테슬라의 네트워크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급변하는 시장/기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테슬라도 도태될 수 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끝이 곧 시작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팔고 나면 고객이 그 제품을 가지고 무엇을 하든지 신경쓰지도 않고, 알수도 없다. 하지만 오가닉 비즈니스에서는 판매하고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 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이 없으면 진화의 프로세스를 체화시키기 매우 어렵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우리는 고객이 기기를 살때가 아니라 이를 사용할 때 돈을 번다.(We want to make money when people use our devices, not when they buy our devices.)”라고 하면서 팔고 시작이라는 관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테슬라도 고객이 차량을 구매해서 차고에 넣어두고 운행하지 않는다면 테슬라의 네트워크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없는 것과도 같다. 테슬라의 네트워크가 동작하려면 팔고 난 후부터가 제품 판매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진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다. 대부분의 기업은 기업내의 원활한 소통을 중심으로 생각하지만 오가닉 비즈니스에서는 고객과의 원활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도 필수적이다. 테슬라의 경우 내부 직원, 고객, 차량 간의 실시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일론 머스크는 이를 테슬라의 “중추 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라 일컬었다. 이를 통해 고객이 겪는 문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제공하기도 하고, 고객의 차량에 명령을 내리고 테슬라가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한다.
진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두번째 프로세스는 고객과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해결책을 실험하고 체득하는 프로세스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팀의 경우 “데이터 엔진(Data Engine)”을 통해 실험/체득의 프로세스를 진화시키고 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고객이 테스트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고객이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고, 개선된 소프트웨어를 고객 차량에 배포하고, 다시 고객의 테스트가 시작되는 과정이다. 오가닉 비즈니스에서는 이 프로세스/구조를 ’협업학습 엔진(Collaborative Learning Engine)’이라 부른다.
지금까지 4가지 관점에서 네트워크 중심의 사고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는 이전에 설명한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와 독립적인 개념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를 네트워크가 제품인, 기업과 고객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고객이 직원인 오가닉 비즈니스의 관점으로 확장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 vs.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
| 관점 |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 (Software-centric Thinking) |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 (Network-centric Thinking) |
| 비즈니스 | 무한규모의 경제 | 무한규모 네트워크의 경제학 |
| 제품 | OS 중심의 제품 | 네트워크가 제품이다 |
| 조직 | API 조직 | 고객이 직원이다 |
| 프로세스 | 애자일 | 진화하지 않으면 죽는다 |
앞에서 테슬라의 수퍼차저 네트워크(NACS)가 북미의 충전 인프라를 통일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북미의 충전표준이었던 CCS1을 채택한 우리나라는 CCS1을 표준으로 삼는 유일한 시장이 된다. 그러면 한국의 자동차 업체에서는 CCS1을 고수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북미와 같이 테슬라의 수퍼차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이 맞을까? 판단은 이 글을 읽은 여러분께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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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 예시: 노상규, [테슬라 비즈니스]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란 무엇인가?, 오가닉 미디어랩, 2023, https://atomic-temporary-42328895.wpcomstaging.com/2023/11/25/network-centric-thinking/
Nov 25, 2023
Sangkyu Rho, PhD
Professor of Information Systems
SNU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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