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마케팅에서 커머스로 – 친구로부터 온 ‘프롬’ (From Organic Marketing to Commerce: from Friends, ‘FROM’)

오가닉마케팅에서 커머스로 – 친구로부터 온 ‘프롬’ (From Organic Marketing to Commerce: from Friends, ‘FROM’)

고객과 함께 만드는 실전은 도저히 예측 불가다. 관계는 살아있는 것이어서 이토록 모든 과정이 생생하게 세포 하나 하나에 박힌다. 평범하지만 예측불가한 우리의 매일이 사실은 기적인 것처럼 말이다. ‘감독이 벤치에 있어야지 경기장으로 나와서야 되겠냐’고 걱정을 해주지만 뛰쳐나오자마자 바로 깨져보니 감사하게도 잃을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

처음부터 빗겨간 예측, 우리 팀이 배운 것

작년 10월 작게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책 카테고리를 먼저 공략했다. 오가닉미디어랩을 응원하는 분들과 ’50인의 발굴단’을 먼저 런칭했고 추천하고 싶은 책 50권이 발굴되었다. 책에 대한 실험이 끝나면 다음 카테고리로 옮겨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이런 야무진 계획은 2-3주만에 수정되어야 했다.

소비자가 직접 발굴한다는 개념은 환영을 받았지만 우리가 일일이 출판사를 컨텍하고 공급을 받는 과정은 길었다. 그나마 많은 출판사들이 오가닉 미디어를 알고 있어서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생소한 서비스에 몸을 싣는 결정을 하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우리의 시간과 출판사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는 것 같았다.

공급이 결정되었다 해서 책이 팔리는 것도 아니었다. 발굴자의 주변 지인을 통해 퍼져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체험부터 추천까지 제품의 사이클이 너무 길었다(사이클 타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오가닉 비즈니스 참고). 카테고리별로 순차적으로 소비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어서 제품 카테고리에 대한 계획은 금새 무너졌다. 대신 소비자가 가르쳐 주는 것을 매일 배우고 매일 적용하고 거의 매일 실험했다.

우리는 소비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커머스를 주도하게 하여 ‘조직없는 조직화‘를 실현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현실은 쓰라렸다. 50인의 발굴단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발굴신청된 제품들을 골고루 다루기에는 인력도 시스템도 턱없이 부족했다. 발굴신청을 해도 소식이 없으니 흥미는 금새 식을 수밖에 없었다. ‘발굴’ 카테고리를 KPI에서 곧바로 제외했다.

반면 ‘띵똥’ 하고(모든 소개자가 구매알림을 받는다) 잊을만 하면 선물과 재구매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제품들, 계속 살아있는 네트워크의 형태를 띄는 제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네트워크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우리 서비스에서 모든 제품이 지인으로부터 구매가 일어나고 모든 제품은 각각 자기만의 네트워크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맛있는 ‘으랏차차 햇사과‘가 발굴되었을 때 네트워크가 아무리 작아도 제품이 좋다면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구매자가 가족에게, 가족이 다시 지인에게, 그렇게 3단계, 4단계로 퍼지고 금새 완판을 경험했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햇사과의 힘이기도 했지만 사이클 타임이 짧은 제품군에 대한 첫 경험이기도 했다. (올해는 이에 힘입어 농부님과 다양한 실험을 시작한다)

유기적 커머스, 씨앗 네트워크를 심다

베타 론칭 후 4개월, 그렇게 조금씩 다양한 제품들이 발굴되기 시작해 100여 개가 될 무렵 주목해야 할 두 가지를 찾게 되었다. 첫째는 앞선 글에서 언급한 ‘스타트랙’이다. 숫자가 크지 않아도 인사이트는 뚜렷했다. 재구매가 빈번하고 추천이 중요하고 선물이 잦은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시장에서 커머스는 더 이상 독립적인 영역이 아니었다. 마케팅부터 브랜딩, 유통, 배송, 결제, CS에 이르기까지 범위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 사이클 타임을 당기기 위해서는 우리도 마중을 나가야 했다. 씨앗 네트워크부터 단계별, 그러나 연쇄적인 마케팅 활동이 요구됨을 알았다. 뒤늦게 깨달은 우리 팀의 강점,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했다. 현재는 스타트랙 제품과 후보 제품, 그리고 롱테일 제품으로 구분해서 일하고 있다.

둘째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KPI는 거래 규모보다 네트워크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커머스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물론 많이 팔아야 한다. 그런데 홈쇼핑처럼 많이 파는 것에만 집중해서야 지속가능한 네트워크, 살아있는 커머스를 만들 수가 없다. 지속가능한 네트워크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가진 생산자, 공급자라도 홈쇼핑과 지금의 의존적 관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아무리 팔아도 언제나 원점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친구로부터 온 커머스, 프롬의 시작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단 하나의 가치는 ‘링크’였다. ‘친구로부터 온’ 한번의 추천, 그것을 반복하도록 돕는 것, 그 속도가 가속화 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 되었다. 바로 친구로부터 온 커머스, ‘프롬’이라는 이름으로 1인상점을 개명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프롬(From) BI 설명중

1인상점이라는 이름은 뜻하지 않게 걸림돌이 되어왔다. 인플루언서들이 제품을 대신 팔아주고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 흔해져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제품소개를 하는 사람이 아무 경제적 인센티브도 없다니 이해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소비자 네트워크가 곧 커머스라고 주장해봤자 허공에 뜬 구름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소비를 한다. 그러나 이 사방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우리의 소비는 오늘도 노동이다. 쇼핑몰마다 일일이 접속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정보와 스팸을 가려내는 구매 습관에 익숙하다. 프롬은 여기서 벗어나 내가 자주 이용하는 것들은 ‘나’한테서 재구매 하고 친구에게 추천도 쉽게 하도록 돕는다.

‘그거 대박 좋더라, 거기 진짜 맛있더라, 나는 커피 원두 이거만 주문해’. 우리 대화에서 소비는 일상이다. 그렇다고 지인에게 돈을 요구하는 사람은 없다. 그 대화가, 그런 추천이, 그런 잡담이 쌓이고 쌓여 ‘관계’가 만들어지고 신뢰가 쌓인다. 관계를 얻는다. 우리가 매일 SNS에서 하는 노동이 같은 메커니즘으로 움직인다.

친구와의 점심식사에서, 동료와의 잡담에서, 가족과의 단톡방에서 그렇게 우리 한사람 한사람의 삶속에서 ‘컨텍스트‘와 함께 전달되는 것, 커머스는 관계를 만드는 매개체로 모두의 단톡방으로, 채팅창으로, 타임라인으로 흩어질 수 있다.

‘5/18프롬마켓데이’ – 흩어진 좌표 경험

이 행사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생산자와 제품을 응원하는 소비자의 만남을 위해 기획했다. 100인의 챌린저를 이미 모집한 스타트랙 1호 ‘또르르팬’은 식용유없는 계란 후라이 배틀도 열고 더 많은 팬을 만들기 위한 특별한 판매도 준비했다. 현장에서의 경험이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일이다.

518 프롬마켓데이 출전하는 브랜드들 (from.kr)

이 날 스타트랙 2호 ‘헬로우맨’도 런칭한다. 서울대 약대 선후배들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 ‘아이비웰니스’는 이미 탄수화물을 올리고당으로 바꿔주는 건강기능식품 ‘브이디엑스’로 인연을 맺어 모두 팬이 되었고 국민 건강을 위해 ‘근거와 데이터에 기반한’ 제품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헬로우맨은 100인의 챌린저의 여정이 이날 시작된다.

스타트랙 3호 영미칩은 친환경 벼와 도정기, 현미누룽지 기계까지 출동이다. (주)바로텍이 오랜 시간 얼마나 건강한 쌀의 영양과 맛을 알리고 가정에 전파하기 위해 노력해왔는지 밤새 공부했던 시간이 새삼 생각난다. 같은 재료에서 출발한 영미 떡볶이도 선보인다. 곧 프롬에서 크라우드펀딩과 100인의 챌린저가 시작될 예정이다.

모든 카페의 바리스타들이 칭찬하는 카페뮤제오의 커피, 아포가토, 팬층이 두터운 어스맨의 100% 공정무역 건과일수공예품, 유기농 꿀고구마로 겨우내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받게 해줬던 논밭상점, 매일 먹고 싶어서 사심 가득히 초대한 서촌의 자랑 누하동주스바, 명랑한 아보카도밥, 서울대에서 제품기획론 수업으로 인연을 맺었던 잇츠베러의 순식물성 크래커와 마요네즈까지 스토리도 길고 팬층도 두터운 보물같은 생산자와 공급자들이 모인다.

현장에서 ‘친구로부터’ 온 프롬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이벤트도 준비했다. 판매하는 사람에게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친구에게서, 그 자리에서 만난 옆사람에게서 구매하는 것이다. 체험을 하는 분들께 선물과 혜택이 준비되어 있다. 행사장에 흩어진 구매좌표들로부터 연결되는 색다른 경험을 통해 더 즐거운 축제가 되면 좋겠다. 멤버들이 열심으로 준비한 이 행사에 가족들과 함께 많이들 오셔서 누리고 득템도 하시고 즐겨주시기 바란다.

  • [프롬마켓데이]
  • 일시: 5월 18일(토) 오후 2시~5시
  • 장소: 서울시 서초구 헌릉로 164(염곡동) 오가닉미디어밸리 Organic Media Valley
  • 오시는 법: 1. 주차 가능 2. 양재시민의 숲역에서 버스로 5~10분 3. 청계산입구역에서 도보로 20~30분 (청계산 수변공원과 여의천을 지나는 산책로)
  • 무료 참가신청 https://from.kr/event/fromday
  • 문의: help@from.kr / 02-6951-1234 / From.kr_official (Instagram)

고객이 만드는 경험의 합, 브랜드

1인서점 챌린지‘로 오가닉 마케팅을 입증하려고 시작했던 프로젝트가 어느새 1인상점이 되고, 스타트업(커넥서스컴퍼니)이 설립되고, 본명을 찾았고, 한발씩 전진하고 있다. 브랜드는 주장한다고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고객이 만드는 경험의 합, 모든 발견, 소속감, 제품의 네트워크가 모여 브랜드를 만들 것이고 성장하고 진화하거나 흔적도 없이 소멸할 것이다.

이 나침반을 따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대면하고 나누는 경험, 5월 18일은 무엇보다 우리 팀이 또 한번 크게 진화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다. ‘작게 작게 점점 크게’라는 오가닉 방법론을 지키지 못하고 ‘작게 작게 갑자기 엄청 크게’를 가게 되었지만 말이다. 모든 결과에 이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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