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 마케팅: 네트워크가 제품이다]를 출간하며

3년 만에 새 책을 낸다. 블로그에 정리했던 글들이 재료가 되었지만 책이라는 형식은 훨씬 더 혹독한 과정을 요구했다. «오가닉 미디어»가 주는 부담감도 있었다. 의도치 않았지만 결국 대부분의 글들은 거의 다시 쓰여졌다. 목차에 보면 익숙한 제목과 이야기 전개가 남아있다. 그러나 하나의 주제 아래 완전히 다른 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오가닉 마케팅»이다. (종이책 출간일: 2017년 2월 21일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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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 미디어»가 미디어를 ‘네트워크’로 정의했다면, 이 책은 «오가닉 미디어»의 마케팅적 해석이자 진화(이기를 바란)다. ‘연결의 과정’을 마케팅으로 정의했다. 이 책에는 연결의 가치, 원리, 목적, 과정, 결과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전통적인 마케팅의 틀에서 아예 벗어났으니 많은 독자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어리둥절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을 배우고 경험하며 얻게 된 신념을 나누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격려와 채찍을 아끼지 않은 많은 분들, 자극과 깨달음을 준 현장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끝은 곧 시작이다. 이제 새 책이 나왔으니 새로운 실험, 새로운 이야기로 여러분을 만나고자 한다. 부족한 부분도 여러분과 함께 채워가기를 기대한다. 간략한 계획과 책의 여정은 아래와 같다.

출간 기념 워크숍 @최인아책방 (마감^^;)

  • 일시: 2017년 2월 16일(목) 저녁 8시~
  • 장소: 최인아책방 (지하철 2호선 선릉역 7번 출구)
  • 내용: 책 전체 내용과 토론
  • 주최: 최인아책방 (02-2088-2330 담당자: 김도현)

*워크숍은 뜨겁게 마무리 되었다. 새로운 독자(고객)를 만나는 자리에 오가닉 미디어랩의 오래된 ‘영업사원’들을 초대했다(늘 감사한 마음을 안고 있는 우리의 파트너들이다). «오가닉 미디어»와 «오가닉 비즈니스»를 읽은 분들과 읽지 않고 강연을 처음 접하는 분들의 반응이 크게 달랐다. 해야 할 일들, 가야할 길들을 보았다. 축하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토론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곧 별도의 후기를 작성해서 시사점을 나누도록 하겠다.

사진제공: 파인트리컴퍼니 (http://www.pine-t.com/)

사진제공: 파인트리컴퍼니 (http://www.pine-t.com/)

사진제공: 파인트리컴퍼니

사진제공: 파인트리컴퍼니 (http://www.pine-t.com/)

일인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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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2회에 걸쳐 ‘일인 서점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여기서 얻은 배움을 통해 본격적인 서비스를 출시한다. 제품을 추천하는 모두가 상점이라는 개념을 구현한 것이다. 여러분이 공유하는 링크 한 줄이 곧 상점이고 친구는 이 링크를 통해 제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구매가 되면 일인 상점(여러분)이 보상도 받는다. 서로에게 좋은 것을 추천하는 우리의 습관이 새로운 유통시장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했다. 오가닉 미디어랩이 제안한 개념을 마인드 스낵이 구현했다. 아직 초기 버전이라 부족함이 많지만 우리의 신념에 동참하고 싶은 분들을 만나기에 충분한 시작이다. 오가닉 마케팅의 책 구매부터 시작한다. (2월 16일 오픈)

책의 여정

이 책은 총 4부 1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대로 읽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여러분의 관심과 지식에 따라 여정을 달리할 수 있다. 각 단락을 최대한 독립적으로 구성했으며 서로가 서로를 참조하고 있다. 이 책에는 적잖은 도전과 고비가 있다. 여러분이 완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혹시 길을 잃는다면 저자의 부족함 때문이다. 여러분의 소식을 기다린다. (*목차에 연결된 링크를 통해 웹북(Web-book)에서 전체를 읽을 수 있습니다. 아래의 Part 설명과 에필로그는 책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목차

표지

[프롤로그] 왜 오가닉 마케팅인가?

[Part 1] 광고: 고객의 여정 (Customer’s Journey)

  1. 비즈니스의 사회적 진화
  2. 광고의 소멸, 이별의 시간
  3. 경험이 광고다: “아뇨, 우버를 불렀어요”
  4. 고객이 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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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에서는 ‘불특정 다수’라는 타겟이 사라진 세상의 광고를 다룬다. 주목(attention)을 위한 광고가 소멸한 자리에 ‘경험(experience)’이 들어섰다. 이제 광고는 메시지의 전달(transmission)이 아니라 고객의 여정(journey)이다. 미디어-광고주-구매자가 된 고객, 생산자-매개자-구매자가 된 고객이 주도한다. 이러한 광고의 형태변이는 단순히 광고의 문제가 아니다. 연결된 세상에서의 비즈니스의 사회적 진화를 알리는 증후군이다.

[Part 2]경험: 끊김이 없는 컨텍스트 (Seamless Context)

  1. 콘텐츠는 네트워크다
  2. 컨텍스트란 무엇인가?
  3. 끊김이 없는 컨텍스트를 찾아서
  4. 키보드에서 알렉사까지
  5. 제품이 상점이다

06-02-contextscreatenetworks오가닉 마케팅이 고객의 경험에서 출발한다면, 컨텍스트는 경험을 만드는 주인공이다. 컨텍스트가 끊어지면 경험도 끊어진다. 경험이 끊어지면 제품은, 서비스는, 콘텐츠는 죽는다. 어떻게 끊김이 없는 컨텍스트를 만들 것인가?

제2부는 고객의 경험을 만드는 컨텍스트와 인터페이스에 할애했다. 우선 컨텍스트가 제품·서비스·콘텐츠 네트워크를 어떻게 형성하는지 알아본다. 이이서 컨텍스트의 본질과 속성을 정의한 후, 아마존의 알렉사 등 끊김이 없는 컨텍스트를 만드는 인터페이스의 진화를 살펴본다. 이것은 왜 연결된 세상의 비즈니스가 모두 컨텍스트 비즈니스가 될 수밖에 없는지 유추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Part 3] 제품: 연결의 산물 (Outcome of Connections)

  1. 오가닉 네트워크의 작동 원리
  2. 네트워크가 제품이다
  3. 연결된 세상의 협업, 새로운 관계의 시작
  4. 우리가 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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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는 어떻게 가치의 중심이 네트워크로 이동하는지 현상, 원리, 의미를 알아본다. 이제는 제품을 매개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치가 생산된다. 제품이 ‘팔 것’에서 ‘연결의 산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이것은 연결된 세상에서 재편되는 사회관계를 증거한다. 중앙에 집중된 권력은 무력해지고 공급과 소비의 이원적 관계는 해체되었다. 제품은 시장의 범위를 넘어서서 사회 구조의 진화를 보여주는 표상이 되고 있다.

[Part 4]브랜드: 신뢰의 네트워크 (Trust Network)

  1. 브랜드는 네트워크다
  2. 안과 밖이 없는 세상, 겉과 속이 같은 브랜드
  3. 신뢰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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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에서는 연결의 결과로서 브랜드의 본질적 진화를 다룬다. 안과 밖이 없는 세상에서 겉과 속이 같은 브랜드는 모두의 숙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가 어떻게 ‘인상(impression)’에서 네트워크로 진화하는지, 어떻게 브랜드의 실체가 드러나는지 알아본다.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신뢰 네트워크로 귀결된다. 연결된 세상에서 신뢰의 메커니즘은 진화하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사회의, 시장의, 관계의 질서를 새로 세우고 있는지 결론에서 조망한다.

[에필로그] 오가닉 마케팅을 넘어: 실험실의 네트워크

“창조적 이해를 위해서는 (시공간과 문화 차원에서) 자신의 이해 대상 밖으로 나가보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미하엘 바흐친-(1)

아침 일찍 부산역에 도착했다. 제조업에 기반을 둔 회사는 비즈니스를 네트워크로 진화시키기 위한 전환점에 있었다. 마케팅 플랫폼을 설계하는 워크숍 세션에 사업기획, 경영전략, 마케팅, 개발팀의 핵심 인원들이 참여했다.

본래는 서비스 기획자가 기획하고 개발은 외주를 주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사람들이 모여 며칠간 네트워크를 정의하는데 열을 올렸다. 비즈니스를 100장의 A4 용지에 글로 적는 대신 도화지 한 장에 그림으로 그렸다. 노드와 링크로 이뤄진 네트워크였다.

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객 경험 설계가 구체화되자 모두 알아차렸다. 이미 전략, 기획, 개발, 마케팅의 경계는 사라지고 없었다. 마케팅은 더 이상 어떻게 팔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서 있었다. 매우 어색하고, 불편하며, 혼란스러운 과정이 시작되었다. 돌이킬 수 없는 혁신의 시작점에, 문득, 모두가 와있었다. 이 작업은 단순히 마케팅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결국 회사의 비즈니스 자체가 재정의되는 과정이었다.

내가 만약 마케팅 전공자였다면 감히 이런 책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기존의 마케팅의 틀에서 보면 너무 크게 벗어나서 차라리 마케팅 책이 아니다. 반면 마케팅이라고 제한하기에는 훨씬 넓은 영역들이 연결되어 있다. 마케터는 마케팅 책이 아니라고 할 것이고 마케팅 밖의 사람들은 제목만 보고 책을 외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오가닉 미디어»를 매개로 회사들을 만나며 가장 많이 접한 고민이 마케팅이었지만 처음에는 큰 의미를 두지 못했다. 미디어의 진화가 어떻게 마케팅도 바꾸게 되는지 고민하고 실험하고 조언해왔지만 거기까지였다. 나 자신도 마케팅이라는 학문에 고정 관념이 있었고 무엇보다 사회학과 미디어의 경계에 스스로를 가둬 두고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은 본래 ‘오가닉 미디어의 단면들(facets)’이었다. 이번 책은 오가닉 미디어 현상이 표출되는 각 분야로 렌즈를 옮겨 광고, 경험, 컨텍스트, 제품 등 여러 단면을 짚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독자들, 파트너들의 요구이기도 했다.

하지만 3년에 걸쳐 생산된 글들을 한 줄로 세워보니 결과는 참담했다. 말이 단면들이지 하나로 묶어지지가 않았다. 글들은 모두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전체를 관통하는 결론은 네트워크지만 그것만으로는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이미 사회학이나 미디어의 영역도  훨씬 넘어서서 의미가 없었다.

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고민하며 읽고 또 읽고 고치고 또 고쳤다. 줄을 세웠다 흐트러뜨렸다를 반복했다. 발견은 이 과정에서 일어났다. 이 책은 사실 새로운 영역의 출현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존 영역들 간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것이 이미 답이었다.

이제 사고는 자유로워졌다. 사회와 시장, 개인과 고객, 미디어와 네트워크가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데, 안과 밖이 없는데 또 어떤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경계를 세우려고 했는가. 그렇게 나의 가장 많은 독자와 질문이 있는 곳으로 길을 돌아왔다. 제품, 고객, 경험, 가치, 광고, 브랜드의 본질적 진화가 모두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랫동안 타깃이 되어온 대중은 사라졌다. 불특정 다수가 특정한 한 명이 되었다. 이제 어떻게 마케팅을 할 것인가? 여기서는 선과 후, 안과 밖, 공급과 소비, 겉과 속의 경계도 없다. 개인이 모두 경계 없는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끊어지고 움직인다. 마케팅의 본질이 변할 수밖에 없는 근원적 문제다.

네트워크가 하나의 작은 연결에서 시작한다고, 꾸준한 반복을 통해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고 하면 사람들은 되묻는다. 잘 이해했다, 그럼 대중 마케팅은 어느 시점에서 하면 되느냐고 묻는다. 그래도 어느 순간이 되면  대중을 타깃으로 한 번에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대중은 없다. 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폭격을 한다는 말인가. 오가닉 마케팅이란 처음에 네트워크를 정성 들여 만들고 나중에 대중을 타깃으로 확장한다는 뜻이 아니다. 먼저 연결된 개인과 나중에 연결된 개인이 있을 뿐이다.

하나의 연결이 다른 연결을 만들어서 생기는 연결의 ‘과정(상태)’이 바로 네트워크다. 그래서 살아있다. 네트워크를 설계한다는 것은 연결의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다. 연결이 다시 거대한 연결을 만들지만 이 시점에도 대중은 없다.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할 경우 오히려 먼 길을, 많은 비용을 써서 돌아갈 뿐이다.

비즈니스를 네트워크로 전환시키는 여정을 스타트업도 대기업도 시작했다. 이들의 책상은, 회의실은 우리의 실험실이다. 단순히 제품을 네트워크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 번에 이뤄지지 않기에 도전은 더욱 의미가 있다. 조직이 협업하는 방식, 가치를 만드는 과정, 결국 나의 사고하는 방법이 함께 변해야만 가능한 여정이다.

그 변화는 오직 체득에서 일어날 것이다. 네트워크를 직접 내 손으로 설계하고 고객과 함께 시장에서 배워가는 과정에 답이 있다. 나도 그 길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있다.

이 책은 마케팅의 이름으로 내는  미디어 책이기도 하다. 실제로 고객의 경험, 컨텍스트의 연결, 인터페이스의 진화, 네트워크의 원리, 유기적 협업과 신뢰 등은 마케팅의 눈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들이다. 그러나 연결된 세상의 미디어에 대한 근원적 이해가 발견을 위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모든 관계가 경계없는 네트워크로 남김 없이 재편되는 현상의 한복판에 있다. 틀에서 깨어나는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그 시작점은 우리 자신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Feb. 8, 2017
Dr. Agnès Yun (윤지영)
Founder & CEO, Organic Media Lab
email: yun@organicmedialab.com
facebook: yun.agnesorganicmedialab
Instagram: agnesyun_

(1) Mikhail Bakhtin, Speech Genres and Other Late Essays, trans., Vern W. McGee, Austin: Univ. of Texas, 1986, p.x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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