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함수의 저주 (Curse of the Exponential)

지수함수의 저주 (Curse of the Exponent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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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효과, 바이럴 확산, 승자독식, 플랫폼은 이제 시장에서 흔한 용어가 되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때 공통적인 꿈이 있다. 바로 ‘기하급수적’ 성장(exponential growth)이다. 아마존과 같이 시장에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입증한 사례들도 많다. 자연스럽게 ‘내 비즈니스도 언젠가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하급수적 성장이란 무엇인가? ‘기하급수적’이란 어느 정도를 의미할까? 우리는 지수함수(exponential function)에 대해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 대부분은 직관적으로 막연히 ‘큰 성장’이 기하급수적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사고 체계가 상식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수함수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비즈니스에서 결정적인 오류를 범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50만대의 차를 파는 기업이 연평균 50%씩 성장한다고 가정해보자. 10년 후에는 몇 대를 팔것이라고 생각되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백만대 수준이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학적인 답은 수백만대가 아니라 무려 2,883만대다(500,000X1.5^10). 우리는 직관과 상식으로 추측하지만 지수함수를 적용한 결과는 대부분 우리의 상식을 크게 벗어난다.

나는 강의나 코칭 과정에서 이런 사례들을 수없이 보면서 이것을 ‘지수함수의 저주(Curse of the Exponential)’라고 이름 붙이게 되었다. 상식에 기반한 오류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미 지수함수의 저주에 빠져 있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지수함수의 저주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3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저주에서 풀려날 수 있는지 결론에서 다루도록 한다.

첫째, 경쟁 상대에 대한 과소평가

첫번째 저주는, 경쟁 상대를 터무니 없이 과소평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기하급수적 성장을 하는 대표 기업은 아마존이다. 2000년 매출액 기준 월마트는 1,650억 달러, 아마존은 27억 달러이었다. 그런데 아마존은 지난 20년간 연평균 28% 성장했다. 20년전 1/60도 안되던 기업이, 10년전에는 1/16, 현재는 월마트의 턱 밑까지 좇아왔다. 월마트와 같은 기업은 어떤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일까?

아마존 vs. 월마트 매출액 (in Billions)

우리의 직관은 미래를 예측할 때 과거의 성장곡선에 우리를 묶어둔다. 10년 후에 기껏 3-4배 성장할 것으로 판단한다. 도표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다음 도표는 2010년에 1만대도 채 안되는 차를 판 기업이 매년 50%씩 성장하는 것을 가정하여 그린 것이다. 실제로 2020년도에 50만대를 팔았다면, 함수적으로 2030년도에는 2,883만대를 팔게 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형적인 성장(적색 점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니 상대의 위협을 과소평가해서 대응의 시기를 놓치게 될 뿐 아니라 니치 제품으로 간주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실제로 2014년 3만여대를 인도한 테슬라가 2015년 8월에 2020년에 50만대 인도를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을 때 소위 전통 언론들은 모두 비웃었다. (https://seekingalpha.com/article/2501685-why-projections-for-tesla-to-sell-500000-cars-in-2020-are-absurd,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5-08-10/here-s-how-elon-musk-takes-tesla-to-500-000-cars-in-five-years). 하지만 실제로 테슬라는 2020년도에 50만대를 인도하였고(연평균 성장율 약 58%) 올해는 거의 90만대를 인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연도별 실제 인도대수(https://hypercharts.co/tsla?frequency=annual)

그렇다면 지난 6년간 숫자로 입증된 테슬라의 성장추이를 지켜본 경쟁사들은 이제 어떤 예측을 하고 있을까? 테슬라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예측하고 있을까? 아니다. 테슬라는 2030년 2천만대를 인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지만 (2020년 인도량 기준으로 연평균 성장율 45%) 이 목표가 달성될 것이라고 믿는 전통 언론이나 자동차 제조사(OEM)들은 여전히 없다. 그렇기 때문에 2020년대 중반이면 대부분의 OEM들이 전기차 인도량에서 테슬라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안타깝게도 이것이 지수함수의 저주다. 물론 2030년이 되면 누가 옳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입증되는 10년의 세월동안 경쟁사들은 너무나 큰 위험에 노출되거나 잘못된 의사결정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저주는 다른 형태로도 나타난다. 투자대상의 주가가 너무 터무니 없이 높다고 생각해서 항상 투자시점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그렇다. 항상 ‘작년에 살걸’ 하면서 후회만 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연 50%씩 성장한다면 주가가 과소 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예를 들어, 주가를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가로 계산했을 때). 아마존의 주가는 항상 지금이 가장 높다.

둘째, 경쟁상대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소평가(Underestimating Impact)

두번째, 상대가 내 기존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과소평가를 하게 된다. 아래는 선두기업의 제품이 기존 기업의 제품을 대체하는 경우를 예시로 그린 것이다. 도표에서 보면 기존 기업의 판매 대수(적색 점선)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exponential decline)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들은 내 기존 비즈니스가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대응할 시간과 자본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존 비즈니스의 급격한 감소는 대응할 시간도 줄이지만 기업의 현금 흐름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 밖에 없다. 투자자의 경우도 기존 기업이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시간과 자본이 있다고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한다. 그러나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아마존 때문에 많은 대형 소매점들은 문을 닫았다.

같은 관점에서, 테슬라가 기존 제조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전통 언론이나 전통 제조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2030년까지 전기차 생산비율 40-5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하고 있고 BloombergNEF 2021년 예측에 따르면 전기차 점유율이 2030년에는 29%, 2040년에는 7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p. 8). 하지만 이러한 목표나 예측에서 간과되는 부분이 있다. 자신의 전체 인도량이 줄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예를 들어 현재 천만대를 인도하는 기업이 2030년에 전기차 비율 50%를 목표로 삼는다면 적어도 전기차 5백만대, 내연기관차 5백만대를 인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를 필두로하는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전체 시장에서 3천만대(시장점유율 30%)를 인도한다면 평균적으로 인도량이 30% 줄어 전체 인도량이 7백만대로 감소하게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감소가 내연기관차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전기차 5백만대, 내연기관차 2백만대를 인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이익을 내던 내연기관차 부문은 손실로 돌아서게 되고 전기차는 여전히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현금흐름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옮겨가야 하는 것을 알고 있는 고객들은 이 과도기에 내연기관차를 다시 한번 구입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신차 구매시기를 최대한 늦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연기관차 판매감소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일부 전통 제조사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https://youtu.be/Rdeiq-CXtos?t=215).

셋째, 나에 대한 과대평가(Overconfidence)

세번째는 나(또는 제2의 XXX)에 대해서는 과대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지수함수의 마지막 저주다. 상대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된다. 그래서 2-3년 후면 소위 J 커브(아래 도표의 적색 점선)를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선두주자가 현재까지 오기 위해 10여년의 노력과 자산이 쌓아왔다는 사실은 간과하게 된다. 설상 그 기업이 기하급수적 성장을 하기 직전이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쥐꼬리만한 판매량/매출액에 가려 10년의 노력과 자산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제2의 XXX가 쉽게 따라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우를 범한다. 하지만 제2의 아마존은 나오지 않았다.

전기차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어떨까? 기존 자동차 OEM들은 목표대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2020년도에 전체 생산량 중 25만대(2-3%)가 전기차인 기업이 2030년에 500만대(50%)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을까? 즉 연평균 성장율 35%를 유지할 수 있을까? 폭스바겐그룹이나 GM이 2025년에 테슬라를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https://insideevs.com/news/533113/volkswagen-plans-to-top-tesla/, https://www.cnbc.com/2021/10/27/gm-can-absolutely-top-tesla-in-ev-sales-by-2025-says-ceo-mary-barra.html)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저주에서 풀려나려면 (How to Break the Curse)

​​그럼 지수함수의 저주에서 풀려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기하급수적 성장이 일어나는 원리와 결과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기하급수적 성장이 일어나려면 다음의 3가지 성장 엔진이 필요하다(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포스트에서 다룰 예정이다).

첫째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가 커야 한다. 아마존이나 테슬라는 규모가 커질 수록 더욱 가치를 만들어 내는 선순환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마존은 판매자, 구매자, 개발자의 네트워크가 선순환을 이루며 네트워크 효과가 극대화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네트워크 기반의 플릿 러닝을 통해 더 많은 자동차를 팔면 팔수록 더욱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둘째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무한규모의 경제(Economies of Infinite Scale)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존이나 테슬라는 소프트웨어가 중심인 기업이다. 기존의 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를 달성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테슬라는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기 이전에 자동차 O/S를 만드는 기업이다. 하드웨어가 가져오는 규모의 경제와 소프트웨어가 가져오는 무한규모의 경제는 차원이 다르다.

세번째는 바이럴 확산을 중심으로 성장(Viral Growth)해야 한다. 아마존이나 테슬라는 고객이 영업사원이다. 마케팅/광고 비용을 쓰는 대신 압도적으로 우월한 제품/서비스를 만든다. 테슬라 오너들은 자신의 경험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싶어한다. 지인에게, SNS에서, 유튜브로 놀라운 경험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테슬라에 대한 수요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주인공들이다.

이 세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은 흔치 않다. 이 세가지를 갖추지 못했다면 기하급수적 성장의 꿈에서 깨어나야 하고, 이런 기업이 경쟁자라면 현실을 직시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그러려면 우선 네트워크 효과, 소프트웨어 기반 규모의 경제, 바이럴 확산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선두기업이 이 세가지를 성장엔진을 갖추고 이들의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 비즈니스가 이 세가지 성장엔진을 갖추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수함수의 3가지 저주, 그리고 저주에서 풀러나기 위한 세가지 능력(조건)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보았다. 오래된 저주에서 한번에 풀려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수함수의 저주를 먼저 인지부터 하고, 벗어나기 위해 관점을 전환하고, 세가지 능력을 점차 키우는 것만이 저주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 많은 공유와 피드백 부탁드리고 글을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다음과 같이 (링크를 포함한) 출처를 밝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인용 예시: 노상규, 지수함수의 저주, 오가닉 미디어랩, 2022, https://organicmedialab.com/2022/01/10/curse-of-the-exponential/.

January 10, 2022

Sangkyu Rho, PhD
Professor of Information Systems
SNU  Business School

e-mail: srho@snu.ac.kr
facebook: sangkyu.rho
linkedIn: Sangkyu Rho
X (twitter): @srho77

4 thoughts on “지수함수의 저주 (Curse of the Exponential)

    • 보는 시점에 따라 다른 것 같네요. 지금부터는 현재 가격이 가장 낮은 것이고 지금까지는 현재 가격이 가장 높은 것인데 후자의 관점에서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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