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Why] EPILOG: 존재 경영학

[테슬라 Why] EPILOG: 존재 경영학

지난 10여 년 동안 글, 강의, 워크숍 등을 통해 네트워크의 관점으로 세상을, 비즈니스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러한 관점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모두들 세상은 정보사회, 네트워크 사회가 되었다고 외치지만, 여전히 사고와 행동은 산업 사회에 갇혀 있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았다.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산업사회에서 농경 사회의 관점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면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연결되어 하나의 생명체로 진화하는 네트워크 사회에서 산업사회의 관점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이 책에서는 테슬라를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정리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테슬라라는 기업의 겉모습이 아니라 본질에 가서 닿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1부에서는 테슬라를 자동차 제조업체로 바라볼 때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른바 ‘전문가’와 언론이 이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테슬라에 대한 대중의 지금과 같은 오해도 있다.

2부에서는 테슬라가 만드는 창발적이고 출현적인 가치, 즉 네트워크의 가치에 대해 전기차, 수퍼차저, 로보택시의 네트워크를 사례로 상세히 살펴보았다. 배터리(메가팩, 파워월), 휴머노이드(옵티머스)의 네트워크를 따로 다루지 않은 것은 중요하지 않거나 비즈니스의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라 같은 원리로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도 다음 책에서 다룰 예정이다.

3부에서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FSD)를 사례로 협업의 개념이, 조직의 개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조직과 고객 간의 경계를 허물고 고객과의 협업만이 확장 가능한(scalable) 완전 자율주행을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임을 이야기했다.

4부에서는 테슬라가 어떻게 상식적으로는 상상이 안 되는 속도로 혁신하고 진화할 수밖에 없는지 살펴보았다. 이를 변화의 한계비용이라는 개념을 통해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Why’를 기반으로 모두가 한 방향을 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이러한 구조와 작동 원리를 기반으로 테슬라의 비즈니스가 어떻게 무한한 규모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네트워크 효과, 바이럴 성장, 한계비용 0에 대한 오해도 풀기 위해 노력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테슬라의 수익 모델에 대해 상세히 다루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오가닉 비즈니스》의 수익 모델 부분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테슬라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고 사고의 전환이 시작되었기를 바란다. 물론 《오가닉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이 책의 출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독자들과 함께 어떤 여정을 만들어갈지 기대해 본다.

다음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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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Why] PROLOG: 왜 테슬라인가?

[테슬라 Why] PROLOG: 왜 테슬라인가?

테슬라에 관한 책을 내기로 결심한 이유는 10년 전 《오가닉비즈니스》를 출간했던 때와 비슷하다. 당시 학교에서 주로 아마존을 사례로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마존을 수많은 이커머스 기업 중 하나로 여기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마존을 아는 일부 학생들도 아마존 비즈니스의 본질(구조·작동 원리·프로세스)을 공부하기보다는 추천 시스템처럼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기능을 벤치마킹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도 사람들은 온라인을 또 하나의 ‘공간’으로 생각하고 커머스, 콘텐츠, 금융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시도하고 있었다. 플랫폼이라는 개념의 이해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공간이나 기능의 관점을 넘어 비즈니스의 구조 자체가 네트워크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한참 앞서 보여주고 있었다. 온라인에서 가치를 만드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증거 자체였지만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단순히 커머스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소개한 아마존을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블록체인 등이 시사하는 바를 ‘오가닉 비즈니스’라는 개념으로 정리해서 책으로 낸 것이 10년 전이다. 

그런데 지금, 여전히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주로 테슬라 사례로 강의를 하는데, 놀랍게도 거의 모든 학생들이 테슬라를 자동차(전기차) 제조업체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인터넷 시장을 훨씬 더 넘어선다. 자동차 제조업, 에너지, 로봇, 물류, 운송업은 물론이고 비즈니스 전 영역에 영향을 받지 않을 산업이 없다.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아니, 어쩌면 놀랍지 않다. 기존의 비즈니스 구조와 사고의 틀을 통해서는 볼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종 미디어가 심어놓은 테슬라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테슬라 비즈니스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금의 경영학이, 세상이 어떻게 변모해갈 것인지 테슬라는 이미 앞서 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테슬라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보아야 할 것을 오히려 보지 못하고 시간은 지체되는 중이다. 이것이 이번에 《테슬라 Why》라는 책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다.

이 글에서 나는 테슬라가 자동차 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기업, AI 기업, 에너지 기업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테슬라가 어떻게 ‘모두가 망할 것이라고 하는’ 환경에서 생존해 왔을 뿐 아니라 오히려 지속적이고 빠른 혁신과 확장을 할 수밖에 없는지, 어떻게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수많은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테슬라의 사례를 통해 비즈니스의 본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훨씬 구조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산업은 없다.

테슬라는 아마존과 맥을 같이 하지만 아마존을 뛰어넘는 비즈니스 구조·작동 원리·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우리 산업에 큰 위협이 되지는 못했지만 테슬라는 훨씬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비즈니스의 원리를 자동차뿐 아니라, 에너지, 모빌리티, 물류, 배터리, AI, 생산, 우주, 통신, 반도체, 로봇, 의료 등의 광범위한 산업에 이미 적용하고 있다. 테슬라의 비즈니스를 모르고는 생존하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테슬라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한 때다. 지금부터 10 년간 차곡차곡 쌓은 테슬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2016년 출간된 《오가닉비즈니스》의 살아있는 증거이자 버전 2.0이 될 것이다.

<Why 시리즈>

<오가닉 시리즈>

[테슬라 비즈니스]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란 무엇인가?

[테슬라 비즈니스]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란 무엇인가?

<추천 강의: 테슬라로 배우는 오가닉 비즈니스 >

최근 현대자동차 그룹은 북미시장의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테슬라의 수퍼차저 네트워크(소위 NACS)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2025년부터는 북미시장에 공급하는 현대 및 기아 차량에 수퍼차저 방식의 충전시스템이 탑재된다. 포드 자동차가 수퍼차저 네트워크에 합류하기로 했다고 최초로 발표한지 불과 6개월만이다. 이 짧은 기간동안 도미노 쓰러지듯 거의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참여를 결정하고 있고 이제는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만 남은 상황이다. 아마 이 두 그룹도 합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북미시장에는 이미 CCS1이라는 충전표준이 있다(우리나라도 북미표준을 따라 CCS1이 표준이다). ElectrifyAmerica 등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전기차 업체와 충전 업체들이 CCS1을 지원해왔다. 어떻게 수퍼차저 네트워크를 따라잡기 위해 모든 업체들이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표준을 버리고 테슬라 충전 네트워크에 합류하는 일이 벌어졌을까? 그런데 오가닉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상황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은 테슬라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CCS1을 고집한 결과 전기차 판매 성장동력을 잃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2년후에 NACS를 탑재한 전기차들이 공급되는 상황에서 CCS1을 탑재한 전기차를 구매할 소비자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오가닉 비즈니스는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전기차 업체는 충전소가 충전 업체의 제품으로 생각하는데 반해 테슬라는 충전 네트워크를 전기차의 일부(“The [supercharger] network is a part of the product”)로 생각한다.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를 하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오가닉 비즈니스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란 무엇인가? 이전 글에서 다룬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와 연계하여, 네트워크 중심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비즈니스, 제품, 프로세스, 조직의 4가지 관점을 통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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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비즈니스] 무한규모의 경제효과와 비용의 선순환

[테슬라 비즈니스] 무한규모의 경제효과와 비용의 선순환

<추천 강의: 테슬라로 배우는 오가닉 비즈니스 >

일론 머스크는 ‘자율주행 개발에 성공하면 테슬라가 엄청난 가치(worth a lot of money)가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아예 가치가 없다(worth basically zero)’라고 했다. 이 정도로 테슬라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FSD Beta)에 약 40만 명의 고객이 월 200달러(연간 2,400달러)를 내고 있다. 약 1조의 매출로 추정된다. 반면, 자동차는 2023년 연간 2백만 대(추정치), 더 나아가 2030년에 2천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작년에 자동차 판매로 100조 매출도 달성했다. 그런데도 (전기차) 제조업으로서의 가치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비하면 그 가치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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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란 무엇인가?

[테슬라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란 무엇인가?

<추천 강의: 테슬라로 배우는 오가닉 비즈니스 >

폭스바겐을 비롯한 모든 자동차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소위 ‘Software Defined Vehicle’)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폭스바겐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 자회사를 설립하여 6천명이 넘는 개발자, 엔지니어, 디자이너를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는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2023년 5월 자회사 CEO를 교체하고 2026년 목표였던 통합 OS 등의 개발을 2년 늦추는 등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포드의 CEO 짐 팔리(Jim Farley)도 소프트웨어 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왜 어려운 것일까? 자동차 회사에게도 어렵지만 심지어 앱 개발 등 소프트웨어가 주력 비즈니스인 기업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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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비즈니스] 테슬라 미션의 경제학

[테슬라 비즈니스] 테슬라 미션의 경제학

<추천 강의: 테슬라로 배우는 오가닉 비즈니스 >

기업에서 ‘왜’라는 단어는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 내가 왜 일하는지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 물론 기업의 미션, 핵심가치를 정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진정으로 미션을 의사결정과 행동의 나침반으로 여기고, 핵심가치를 제대로 지키는 기업은 드물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돈 버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달 실적, 올해 실적에 치이다 보면 미션이나 핵심가치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번 뒤로 물러선 미션이나 핵심가치는 벽에 걸린 장식품으로 끝난다.

그런데 만약, 미션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돈을 버는데 더 도움이 된다면, ‘왜 일하는지(Why)’를 중심으로 더 효과적이고 더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면, 여러분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아마 대부분 이상일뿐이고 현실은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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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비즈니스] 테슬라 애자일: 혁신의 속도와 변화의 한계 비용

[테슬라 비즈니스] 테슬라 애자일: 혁신의 속도와 변화의 한계 비용

<추천 강의: 테슬라로 배우는 오가닉 비즈니스 >

몇 년 전 일론 머스크는 기존의 진입장벽(moat) 개념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으며 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혁신의 속도(Pace of Innovation)라고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펫과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그 후 만 5년이 지난 지금 일론 머스크의 주장은 테슬라의 실적으로 입증이 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그가 말하는 혁신의 속도는 무엇이며, 테슬라는 어떻게 이를 구현하고 있을까.

샌디 먼로는 자동차를 해체해서 분석하는 전문가로 유명하다. 그는 테슬라 모델 Y의 열관리에 사용되는 핵심부품인 옥토밸브가 4개월 사이에 13번이나 변경이 된 것을 알게 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테슬라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은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테슬라 프레몬트 공장에서는 모델별로 매주 평균 20개의 하드웨어 부품이 교체되거나 개선되며 이렇게 부품이 변경된 차량들이 형식승인을 받고 바로 출고된다.

잘못 읽은 것이 아니다. 생산라인에서 조립 중인 차량의 부품을 변경하고 종합적인 자체 테스트를 거친 후 정부기관의 형식승인을 받고 출고까지 하게 되는 부품이 매주 평균 20개인 것이다. 고객에게 인도하는 것까지를 모두 포함한 속도를 말한다는 뜻이다. 즉 바로 전에 출고된 차량과 지금 출고되는 차량의 부품이 다를 수 있다. 기존의 제조업체에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품질이나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구심은 잠시 내려놓고 정확한 개념과 원리부터 먼저 이해해 보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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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비즈니스] 한계 없는 성장, 테슬라의 무한규모 네트워크

[테슬라 비즈니스] 한계 없는 성장, 테슬라의 무한규모 네트워크

<추천 강의: 테슬라로 배우는 오가닉 비즈니스 >

테슬라는 기존 경영학의 틀로 이해할 수 없다. 구체적인 사례로 매출액 대비 판관비를 살펴보자. 매출은 지난 5년간 7배가 되었는데  판관비는 1.6배 늘었다. 그 결과 2017년 20%대의 판관비 비율이 2022년에는 5% 미만으로 줄었다. 이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테슬라의 비용구조에서 일부만 살펴본 것이다. 실제로 매출원가나 R&D 비용도 판관비와 유사한 추세를 보인다.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테슬라는 기존의 비즈니스 구조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한 확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비즈니스의 특징은 한계비용 0(현실적으로는 최소한의 한계비용)으로 기하급수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핵심 가치를 만드는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은 무한 확장 가능한 네트워크(앞으로 무한규모 네트워크)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 글에서 테슬라 사례를 통해 무한규모 네트워크가 어떻게 작동하고 성장하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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