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먼저 읽고 있던 그녀가 외쳤다. “아니, 이건 러브레터잖아요!” 그랬다. 이 책은 길고 긴 러브레터다. 한 사람을 향한 내 사랑의 고백이다. 힘들어도 힘내라며 말랑하고 달콤한 마쉬멜로우도 없지만, 지금 그대로 충분히 멋지다며 긍정의 힘 북돋는 따뜻한 한마디가 없지만, 당신의 존재만으로 세상이 아름답다며 햇살 눈부시게 빛나는 구절도 없지만, 이 뜨거움을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꾹꾹 눌러 쓰고 또 쓰고 지우고 또 지우며 써내려간 러브레터다. 나는 그 한 사람을 기다린다. 세상을 향해 그 한 사람이 써내려갈 러브레터를 기다린다.
Continue reading[Why] 인간 대 AI: 나는 누구인가? (Human vs. AI: Who Am I?)
서막: 삼각관계
1. 둘이 아닌 하나
우리는 각자의 전공이 하나로 합쳐진 두 사람이다. 나는 프랑스에서 사회학을 배경으로 네트워크와 사용자 정체성을 공부했다. 살아있는 네트워크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모든 가치가 ‘관계’에 있음을 인터넷 서비스든, 기획 방법론이든, 미디어의 개념이든 입증하고 전해오고자 했다. 동료는 미국에서 분산 데이터베이스를 전공했다. 경영정보학을 배경으로, 시장을 정보재 관점으로 바라보고 기업들에게 소프트웨어 중심 사고를 전파해왔다. 두 관점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 오가닉미디어랩(이하 ‘랩’)이다.
살아있는 네트워크와 데이터베이스라니, 정체성과 정보라니, 도대체 화해가 가능한 영역인가? 새벽 4시까지 이어지곤 하던 회의는 물병을 집어던지며 싸울 정도로 격렬했다. 언어도, 관점도, 뇌의 구조도, 토양도 심하게 달랐으니 당연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것은 각자의 사고의 틀 밖에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격렬한 시간을 지나고 또 지나자 서서히 평화는 찾아왔다. 두 원리가 기어이 화해하고 하나로 합쳐진 것이 지금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철학에도, 전략에도, 기술에도 가둘 수 없는, 여기 오직 두 사람만 전할 수 있는, 전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서로의 가장 중요한 레퍼런스가 되었다. 세상은 이벤트의 연속이다. 인류 역사에 연일 새로운 뉴스가 갱신되고 진화인지 멸망인지, 희망인지 불안인지 알기 어려운 일들이 기술, 건강, 자연, 전쟁, 의식, 미디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겉과 속이 어떻게 다른 일인지, 뿌리가 어디이며 어떤 해석이 필요한지, 서로의 이해를 돕는다. 신뢰가 일한다. 알던 것을 계속 버리고 새로 배울 수 있게 돕는다. 세계관이 계속 확장되는 경험속의 우리는 여전히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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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ected: [Why] 한사람의 변화가 만드는 세상의 변화
[Why] 시간의 재발견: 해피엔딩의 함정 (Time Trap of Happy Endings)
째깍째깍. 우리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잊고 사는 것처럼 시간은 들리지 않아도 항상 흐르고 있다. 내 생명이 끊어질 때까지 숨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있는 한,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처음과 끝이 있는 일생에서 흐르는 시간은 떼어낼 수 없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우리 삶은 과거와 기억이 있고, 미래와 계획이 있고, 유년과 노년이 있는 시간의 기록이다. 다르게 말하면 시간은 우리 삶의 규칙이자 리듬과 질서, 평생을 이끄는 주인과도 같다. 밀고 가는 시간, 따라가는 시간, 쫓기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 그 시간의 선형성 안에 우리의 사고가, 존재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시계가 멈추었다. 시간의 선로 밖에 서게 된 나는 시간의 소리를 들었다. 쿵쾅쿵쾅, 들리지 않던 소리가 요란한 굉음이 되어 나를 압도했다. 나의 잘난 삶 전체가, 차곡차곡 쌓아 올린 시간이 아니라, 그 굉음을 견뎌온 낭비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막다른 골목의 벽에 놓인 것처럼, 더 가야 하는데 갈 수 없는 불안과 공포인지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얼마나 지났을까, 모두를 싣고 달리는 기차가 시간의 선로를 따라 달아나듯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문득 깨닫게 된 것은 남겨진 내가 아니었다. 바로 이때였다. 그 시간의 기차가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을 알아낼 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Continue reading[테슬라 비즈니스]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란 무엇인가?
<추천 강의: 테슬라로 배우는 오가닉 비즈니스 >
최근 현대자동차 그룹은 북미시장의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테슬라의 수퍼차저 네트워크(소위 NACS)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2025년부터는 북미시장에 공급하는 현대 및 기아 차량에 수퍼차저 방식의 충전시스템이 탑재된다. 포드 자동차가 수퍼차저 네트워크에 합류하기로 했다고 최초로 발표한지 불과 6개월만이다. 이 짧은 기간동안 도미노 쓰러지듯 거의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참여를 결정하고 있고 이제는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만 남은 상황이다. 아마 이 두 그룹도 합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북미시장에는 이미 CCS1이라는 충전표준이 있다(우리나라도 북미표준을 따라 CCS1이 표준이다). ElectrifyAmerica 등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전기차 업체와 충전 업체들이 CCS1을 지원해왔다. 어떻게 수퍼차저 네트워크를 따라잡기 위해 모든 업체들이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표준을 버리고 테슬라 충전 네트워크에 합류하는 일이 벌어졌을까? 그런데 오가닉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상황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은 테슬라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CCS1을 고집한 결과 전기차 판매 성장동력을 잃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2년후에 NACS를 탑재한 전기차들이 공급되는 상황에서 CCS1을 탑재한 전기차를 구매할 소비자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오가닉 비즈니스는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전기차 업체는 충전소가 충전 업체의 제품으로 생각하는데 반해 테슬라는 충전 네트워크를 전기차의 일부(“The [supercharger] network is a part of the product”)로 생각한다.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를 하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오가닉 비즈니스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란 무엇인가? 이전 글에서 다룬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와 연계하여, 네트워크 중심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비즈니스, 제품, 프로세스, 조직의 4가지 관점을 통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Continue reading[오가닉에너지] 배터리의 네트워크
<이전 글: [오가닉 에너지] 풍요에 답이 있다>
2017년 테슬라는 남호주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 전력망 문제의 해결책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배터리’를 제안했다. 당시 호주의 재무부 장관이었던 스콧 모리슨은 이는 남호주의 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세상에서 가장 큰 바나나’ 만큼 유용할 것이라며 조롱하며 ‘에너지의 구조적 이슈를 해결해야한다(We need to address the big picture, the big structural energy issues.)’고 주장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배터리는 남호주 전력망을 안정시키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설치 후 2년간 배터리 설치 비용 9천만 호주 달러를 크게 초과하는 1억5천만 달러(약 1250억원)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와 같이 웃지 못할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전력망(네트워크)의 문제를 전력 생산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지난 2편의 시리즈 글에서 정리했던 것과 같이, 우리가 당면한 기후변화의 문제는 네트워크의 문제이며, 지수함수적이다. 생산 중심의 사고, 에너지 절약을 독려하는 관점으로는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오직 우리의 관점이 생산 중심에서 네트워크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어야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고 모두 동참할 수 있다. 업의 본질에 관계없이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다. 이 전환을 돕기 위한 이 시리즈 글의 마지막 편은 모두가 에너지의 생산, 유통, 소비에 참여하는 [배터리의 네트워크]다.
Continue reading[오가닉 에너지] 풍요에 답이 있다
<이전 글: [오가닉 에너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7월 제인구달 박사의 강연을 듣기 위해 이화여대 대강당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티케팅이 1분 컷이었을 정도로 망가진 지구와 환경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그녀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희망이란 막연한 생각이나 바람이 아니라 ‘실천’이며 매일 작게라도 행동하고 주변을 전염시키는 삶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90세를 맞이한 그녀는 온 삶을 통해 이 메시지를 전해왔다. 남은 삶도 파괴된 자연의 복원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말에 감동과 희망이 일렁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헌신과 희생이며 사랑의 실천일 것이다. 우리는 그녀의 사랑을 배우고 싶고 실천하고 싶다. 다만 오늘은 이 감동의 메시지와 별개로, 함께 하는 작은 행동이 주변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인 결과를 현실적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틀 밖에서 답을 찾아와야 한다. 제인구달 박사의 사랑의 메시지는 가슴에 품되 실천은 더 냉정하게 하자. 각자의 삶에서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위로가 아니라, 진정으로 기후변화를 종식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 글을 계속 읽어주기 바란다.
Continue reading[오가닉 에너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무엇이 문제인가?
뜨거워진 지구는 우리 삶에, 일상에 침투해 있다. 홍수, 가뭄, 태풍 등의 자연재해에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점차 빈곤, 건강, 먹거리 등 인류 전체의 먹고 사는 문제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당장 대한민국의 이 여름은 얼마나 뜨거웠으며 얼마나 이상 기후로 하루가 멀게 시달리고 있는가. 인류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극한 현상은 이미 ‘정해진 미래’가 되었고 더 극단적인 상황은 이미 임박해 있다.
그러니 자리에 앉으면 모두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들 한다. 그렇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까지는 모두 알게 되었다.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의 활동 즉 우리의 소비가 불러온 재앙이라고 한다. 그러면 질문을 하나 해보자. 35도를 웃도는 폭염에 오늘 나는 에어콘을 끌 수 있을까? 에어콘 없는 식당에서 불평없이 밥 한끼 먹을 수 있을까? 내연기관차를 타지 않고 출근할 수 있을까? 더 적게 먹고, 더 적게 쓰고, 추워도 더워도 불편해도 지구를 위해 나, 오늘, 무엇을 참을 수 있을까?
Continue reading[WHY] ‘왜’를 찾아서 1편: 9시간의 사투
나에게 “무슨 일을 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나만의 ‘왜(Why)’를 찾는 것을 도와주는 일을 합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왜 그 일을 하세요?”라고 물으면 “한 사람의 변화가 그 ‘왜’에서 시작됩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고작 단 한 사람이요?”라고 묻는다면 “한 사람의 변화는 가장 강력합니다. 세상의 변화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한 사람은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 연결을 만드는 매개자로서, 네트워크의 주체로서 각자의 세계를 이끌고 그 결과 세상을 결정한다. 그래서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은 하나의 유기체다. 단 한 사람이 전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다. 과거의 경직된 조직처럼 기계적이고 위아래의 위계와 지배구조를 가진 모양에서는 불가능하던 일이다. 그러나 비즈니스든, 미디어든, 교육이든, 어떤 분야이든 간에 이 낡은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직은 이미 도태되거나 소멸로 가고 있다. 여기, 한 사람이 만드는 새로운 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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